야속한 척추 속내 이야기
그때 그때 달라요 는 2004년 10월 14일 부터 2005년 4월 14일 까지 방영한 [웃음을 찾는 사람들] 의 한 코너이다. 미친소 역할의 개그맨 정찬우씨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머리에 해바라기 꽃을 단 영어 강사로 나와 영어 문장을 엉터리 해석을 한다. 함께 박장대소 하며 맞장구 치고 해석을 정리하는 개그맨 김태균씨의 역할 또한 이 코너의 큰 재미. 엉터리 해석이 겹치다 보면 비슷한 문장이 달리 해석되곤 했는데 그 때 미친소의 단호한 외침
그 때 그 때 달라요
한 문장이면 상황은 웃음으로 정리되고 받아들여 졌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문장을
하우 어바웃 댓 -> 하~ 어밧댓 -> 하!(놀람) 어 봤데?
로 해석하는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입담이 코너 내내 폭소를 터뜨리게 하곤 했다.
그때 그때 달라요
허리 디스크나 협착의 증상과 치료에서도 그때 그때 다르다.
물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억지로 짜맞쳐진 개그코너에 비할 수 없는
과학적 근거에 의함이다.
많은 환자들이 묻는다.
지인이 디스크가 심했는 데 금방 나았다고 해요 나는 왜이렇게 오래가나요?
디스크가 심했어도 통증이 심하지 않아 주사 맞고 금방 호전되었다고 해요 나도 그렇게 쉽게 나을 수 있을까요?
나는 터진 디스크 양에 비해 왜 이렇게 통증이 심할까요?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관심밖의 질문이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절실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왜?
M511 추간판 탈출증
혹 M4806 척추관협착증
이라는 동일한 진단명에 통증과 치료 예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게 될까?
이번 칼럼에서는 간단히 설명을 하고 차차 자세한 풀이를 이어가겠다.
우선 배경지식으로 통증의 해석은 여러가지 이론이 있다.
이 가운데 신경통의 물리적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신경이 눌려서 통증이 생긴다면 신경의 눌림을 풀어내면 통증은 호전된다.
약하게 눌리면 약하게 아프고 세게 눌리면 세게 아프다.
이러한 디스크와 협착에 의한
[신경의 기계적 압박 mechanical compression of spinal nerve] 에 대한 해석이다.
첫째, 사람마다 뼈속 공간의 크기가 다르다
척추관이 선천적으로 좁은 사람이 있고 넓은 사람이 있다.
척추관이 넓으면 탈출된 디스크가 커도 압력이 낮아 신경압박이 덜하다.
척추관이 좁으면 신경을 둘러싸 보호하는 인대(황색인대) 가 조금만 두꺼워져도 신경압박이 심하다.
심한 협착에도 문제 없이 걷고, 작은 디스크 탈출에도 극심한 통증으로 서지도 못하는,
통증이 그때 그때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둘째, 탈출된 디스크가 밀려나온 위치가 다르다.
척추관 내에서 가운데 통로는 넓지만 양측으로 신경이 빠져 나가는 공간은 좁다.
가운데 넓은 공간에 밀려나온 디스크는 양이 많아도 증상이 경미할 수 있지만
신경이 빠져 나가는 공간 (lateral recess) 에 툭 튀어나온 콩알만한 디스크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같은 공간내 다른 증상, 통증이 그때 그때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셋째, 탈출된 디스크의 성분이 다르다.
이미 나의 칼럼을 다 읽어본 독자들은 아시겠지만 디스크의 대부분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디스크 내부의 물은 외부와 연결고리가 없기에 흡사 밀폐된 용기 안에 있는 것처럼 안정적이지만,
디스크를 둘러싼 막(섬유륜) 이 찢어져 흔히 디스크가 부르는 수핵이 튀어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물이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같은 크기 같은 양이라 하더라도 물을 잔뜩 머금은 디스크와 말라비틀어진 디스크,
예후가 어떨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물이 많은 탱탱한 디스크는 쉽게 쪼그라 들 수 있지만 이미 말라비틀어진 디스크는 쉽게 녹지 못한다.
왜 사람마다 디스크 흡수 속도가 다르고 혹 흡수가 안되거나 그대로 굳어져 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같은 디스크라도 성분에 따라 회복이 차이나는, 통증이 그때 그때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넷째, 신경의 탄력이 다르다.
젊은 환자의 신경은 매우 탄력적이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신경의 탄력이 줄어든다.
신경의 탄력이 줄면 외부 압박에 대한 반응도 줄어 들게 되어 압박에 의한 통증이 더 적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신경의 회복력이나 복원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겉으로는 알 수 없는 신경의 속사정, 통증이 그때 그때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다섯째,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면역체계가 다르다.
사실 디스크의 흡수는 우리 몸의 면역력이 좌우한다 하겠다.
사람마다 면역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어떤 사람은 금방 디스크가 흡수되기도 하지만
몇년동안 질질 끌다 굳어지기도 하는 여러 이유중의 하나이다.
혹시라도 면역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인 약을 복용한한다면 과도한 상상력의 폐해이니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당신의 몸을 믿어라. 업자의 농간에 속지말고.
타고난 면역체계의 차이에 의한, 통증이 그때 그때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때 그때 상황이 다르니 이를 조합하면 치료 또한 그때 그때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에 항상 치료에 신중하라.
치료를 최소화 하며 수술 또한 지양하라.
피할 수 없다면 최소침습 시술/수술을 하라.
이것이 항상 강조하는 치료 지침이다.
미리 알고 대비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그래서 의사도 환자도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칼럼들이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게 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