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턴 vs. 영국인턴 (feat. 해외취업)
인턴이란 업무의 경력이 없거나 적은 사람이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는 고용할 수도 있는 사람을 먼저 경험 (평가)해본다는 의미를 갖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에 집중하면 소위 체험형 인턴쉽, 후자는 채용형 인턴쉽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하죠. 영어표현인 인턴쉽(Internship)이라는 표현 이전에도 수습사원 혹은 실습제도 등이라는 표현으로 운영하기도 했을만큼 유서깊은, 그만큰 산업전반에서 예전부터 사용되던 방식이기도 할 것입니다.
청년문제나 사회문제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가운데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올라온 것이 인턴쉽이었죠. 다소 공교롭지만 인턴쉽은 저희 유학원 영국교육진흥원 (UK Education Institute)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운영했던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당시엔 한국내에서 유일하게 인턴쉽 비자로 학생비자를 발급받기도 했었고,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되어 제가 영국대학교에 파견되어 나가기도 했었습니다.
https://youtu.be/cLA56Dfj2k0?si=eCFayjOE42s2w2IS
어쨌거나 인턴쉽은 구직자나 구인하는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는 경험을, 검증이 필요한 회사에는 검증의 기회를 제공하니까 말이죠. 다만 세상일이라는게 다 그렇겠지만 결국 사람의 일이다보니 프로그램안에 있는 제도적 허점을 노려 다른 사람(혹은 회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언제나 그게 문제죠.
썸네일을 보면 "편의점 시급보다 적게 받는" 현실을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인턴쉽에서 중요한 것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급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속 청년들의 비판의 중심도 비용보다는 처우, 경험, 교육 등에 맞춰져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인턴은 실제로 취업을 할 수 있느냐 (혹은 구인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니까요.
영국의 경우도 비용적인 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같은 외국인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영국인들에 대한 인턴쉽 역시 무급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제법 많이 있습니다. 영국한정으로 보자면, 과거에는 유급이 많았던 것에 비해 무급이 많아진 것이 아쉬운 일이기는 하겠지만 실제 경제 규모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용을 안고서까지 훈련을 시킬 여력이 없어진 이유가 크다고 할 것입니다.
제가 아는 한 영국의 대부분의 인턴쉽은 "체험형" 인턴쉽입니다. 즉 인턴쉽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직접 고용을 할 의도가 없는 상태라는 뜻이죠. 그리고 뭐든 표준화/시스템화시켜서 처리하는 걸 좋아하는 영국애들의 특성상 체험형 인턴쉽은 기간별로 실제 업무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는데 집중을 하게 됩니다. 영상속에서 한국청년들이 비판하던 소위 "허드렛일"이 아닌 진짜 업무 이력을 만드는 것이죠.
비자법과 관련된 영국정부 정책의 변화로 인해 과거 영국교육진흥원이 담당하는 정부지원 인턴쉽 사업은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벌써 횟수로 20년 가까이 된 얘기죠. 그 사이 유급이 많던 인턴쉽이 무급으로 많이 전환되었고, 영국대학생들도 인턴쉽이 거의 필수로 요구되는 환경으로 바뀌었기는 하지만, 영국내에서 인턴쉽 프로그램은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유는 인턴쉽의 본질인 "직업 체험"과 "직업 능력 검증"이라는 특징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영국내에서의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언제나처럼 인턴쉽을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제 경험이기도 하지만, 유럽 현지 사회 시스템상 인턴쉽을 거친 사람은 인턴쉽을 했던 회사에서 이력을 검증해주고 이걸 다른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칠게 말해, "현지에서 학교 나오고, 인턴쉽을 제대로 했다면, 거의 대부분 현지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구요, 현지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갖고 나가는 학생들에게는 "어학만 충분하다면, 인턴쉽을 거쳐서 제대로된 회사에서 일을 해볼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족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청년들이 생각하는 "티슈인턴"이라는 표현은, 인턴쉽 자체의 모순이라기 보다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강약약강"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인턴은 영상속 청년들의 표현처럼 한번 쓰고 버리는 스쳐지나가고 언제나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턴과 관련된 문제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요. 그래서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서 조금만 더 "같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https://m.khan.co.kr/life/life-general/article/20180105172100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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