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하면서 딴 생각하면 안 되나요?
내 사랑하는 요가, 너에게 전해지기를.
나름 많은 운동을 해봤다.
평소 몸을 많이 사부작대는 성격이고, 나름 운동을 좋아한다 자부하고 있어 이것저것 궁금했던 운동들은 거의 깔짝댔던 것 같다.
헬스는 기본이고 주짓수부터 복싱, 점핑, 필라테스, 폴댄스까지.
그중에서도 내가 참 좋아했던 건 바로 요가.
요가의 첫 시작이 참 좋았다.
평일엔 대학교 근로장학생부터 시작해 주말에는 또 다른 알바로 채우던 대학생활, 내 일상은 늘 분주했고, 그런 하루에 슬슬 넌더리가 나기 시작할 즈음 휴학을 선언했다.
세상 무너질 듯 만류하던 엄마와 아빠의 고성을 가볍게 뒤로하고
(여기서 '내 인생이야!' 한 번 시전 했다)
본격적으로 휴학기간이 시작된 후 그간 모아둔 아르바이트비로 가장 먼저 회화학원과 요가학원을 등록했다.
6시 30분. 요가 새벽반이 시작하는 시간.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이 날 요가학원으로 이끌었고 하루 두 번씩, 참 열심히도 나갔다.
그저 내 시간이 생겼으니 나만을 위해 살아보자 다짐하던 시간이었다.
물론 '쟤는 대체 뭐할까'
방문 틈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 두 분의 의심쩍은 시선과 잔소리는 늘 함께했지만.
빈야사 요가의 아사나 중 다운 독이라는 자세가 있다.
바닥을 보며 꼬리뼈를 세워 온 몸을 스트레칭하는 자세인데 나는 늘 다운 독을 하며 잡생각을 했다.
바로 앞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잠시 버려두라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도 유독 그 자세를 하며 세상 모든 잡생각을 끌어왔다.
'오늘 이거 끝나고 뭐하지'
'걔한테서는 왜 연락이 안 올까'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나'와 같은 정말 가볍게 나풀대는 생각들을.
그리고 항상 그 수많은 생각의 끝은
'내 생각들이 밖에 들리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어이가 없는 결론으로 맺어졌다.
늘 정신없던 대학생활, 그때는 그저 바쁘게 사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팽팽하기만 하던 시간 속, 오롯이 나의 리듬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요가는 내 나름대로 성찰의 시간을 곁들이며 나만의 베이스캠프같은 역할이 되어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색하는 시간보다 전굴 자세의 찌릿한 통증과 함께하는 사색은 더 낭만적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1년 여를 꾸준히 성찰(이라쓰고 잡생각이라 읽는다)과 함께하는 요가를 했고, 그런 내 모습에 스스로 감탄하며 휴학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덕분에 요가는 어떤 취미보다 긍정적이고 다정한 운동으로 내 기억에 남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요가를 한다.
요가는 나에게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한참 열정적이었고 또 누구보다 성찰적이었던 그때의 내 모습을.
늘 시도는 많지만 싫증을 잘 내는 편인데, 왜 요가는 이토록 오랫동안 하고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아직도 세상 서투른 요린이지만 한 번쯤은 꺼내보고 싶던 요가에 대한 내 진심이다.
아, 그런데 나 요가 오늘도 안 갔다.
사랑까지 고백한 김에 다운독 자세나 해보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