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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세계 Feb 27. 2022

내 작은 강아지에게.

더 많이 사랑하기. 더 많이 기억할 수 있도록.

날씨 좋던 어떤 날, 반려견 도담이와 산책을 함께하는 중이었다. 평소 마주칠 때마다 밝게 인사해주시는 경비아저씨가 도담이를 보시더니 우뚝 걸음을 멈췄다. 짧은 침묵에 "안녕하세요." 먼저 인사를 건네자 아저씨도 밝게 인사해주시며 몇 살이에요, 도담이 나이를 물어보셨다.

"이제 3살 됐어요~" "아이고 아가네~"

도담이도 다정하게 다가오는 경비아저씨가 좋은지 쓰다듬어주는 손을 핥고 비비적거리며 좋아했다.


아저씨는 한참 도담이를 쓰다듬다가 넌지시 입을 떼셨다.
"나도 18년 된 강아지가 있었는데 어제 떠나보냈어요."
천천히 눈을 올리며 말씀하시는데 나를 보는 아저씨 눈이 너무 물기가 어려있어서 순간 대답을 못하고 어버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선뜻 입을 떼지 못하다 "아기는 강아지 별에서 행복하게 잘 뛰어놀고 있을 거예요.." 흔한 위로의 말만 건네고 입술만 꾹 다물어버렸다.


"예, 그럴 거예요, 감사해요."

경비아저씨는 한참 도담이를 바라보다 옅게 웃으시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셨고, 나도 먹먹한 마음으로 아저씨를 지나쳐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아저씨의 슬픈 눈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자꾸만 아저씨가 지나간 길로 되돌아가려는 도담이 때문에 잠시 멈추어 섰다.


"안돼, 도담이 이리 와."


다시 도담이를 마주친다면 아저씨가 더 슬퍼지실 것 같았다.

그걸 보는 내 마음도 잔뜩 슬퍼질 것 같아 연신 도담이 이름을 불렀다. 그럼에도 팽팽해지도록 줄을 당기며 고집을 부리는 통에 '내가 졌다.' 도담이의 걸음에 맞춰 걸어왔던 길을 아주 천천히 다시 돌아갔다.

'이쯤이면 가셨겠지?'

두런두런 도담이에게 말을 걸며 굽어진 길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모퉁이 한편, 가만히 서 있는 익숙한 등이 보였고 나 다시 우뚝 걸음을 멈췄다.


경비아저씨의 등이었다.

아저씨는 옷소매로 연신 눈물을 훔치시고 계셨다.

도담이를 쓰다듬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을 담았던 아저씨 눈이 떠올랐고, 나는 바로 도담이를 안아 올려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안고 있던 도담이를 더 꼭 안았다.

내 작은 친구. 나에게도 다가올 이별의 순간에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아마 있는 힘껏 슬퍼하또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 또 울컥 떠오르는 기억으로 슬퍼하지.


이별의 슬픔은 내가 주었던 사랑과 반비례다.

딱 내가 주었던 사랑만큼만 슬퍼지면 좋겠는데. 떠나보내고 난 뒤에는 더 큰 몇 배의 슬픔이 다가온다. 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사랑하고 더 아껴줄 거다. 사랑한 기억이 곧 버틸 힘이 된다는 사실을 믿으니까.


아저씨는 도담이를 쓰다듬으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부디 아저씨의  작은 친구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먼저 되어 천천히 덮이길. 그래서 따뜻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길. 온 마음으로 기도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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