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처럼 매년 찾아오는 날이 있다. 바로 신화 정기 콘서트이다. 그렇다, 나는 최장수 아이돌 신화를 좋아하는 최장수 팬클럽 신화창조 중 한 명이다.
안방에서 텔레비전 너머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 기질에 맞아서 원래는 오랜 세월 라이트한 ‘안방 팬’이었다. 그런데 10집 활동 중인 어느 날, 내 덕질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첫 번째 사건을 경험한 이후로는 콘서트에 꼭 간다. 오래 서 있으면 안 되는 몸이라서 스탠딩은 절대 못 가기에 좌석을 잡지 못해 못 간 적도 있고, 개인 사정으로 못 간 적도 있지만 가능하면 정기 콘서트만큼은 가려고 노력한다. 덕질 인생을 흔든 두 번째 사건, 흔들다 못해 빠져나가지 못하게 출구에 못을 쾅쾅 박아버린 세 번째 사건도 있는데 이 이야기는 뭐,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그 신화의 21주년 정기 콘서트 ‘CHAPTER 4’가 지난 20일과 21일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있었고, 나는 양일 콘서트를 다녀왔다. 콘서트는 주말에 하지만 하루 전부터 두근두근 콩닥콩닥 제정신을 못 차릴 것이 뻔해서 일 진도를 빼놓느라 며칠간 정신이 없었다(그래서 브런치를 거의 방치했다). 실제로는 이틀 전부터 마음이 들떠서 트램펄린(우리 동네에서는 방방이라고 불렀다)을 종일 타는 기분이었다. 매년 있는 콘서트인데도 왜 이럴까. 아마 매년 당연하게 있는 콘서트가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당연하게’ 만들어 가는 그들과 우리가 사랑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20일 첫날은 2층 지정석 R로 지인과 연석, 21일 둘째 날은 1층 지정석 VIP로 솔플(솔로 플레이)이었다. 작년 20주년 콘서트 때는 신이 내린 좌석이었는데, 이번에는 티켓팅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작년이 기적이었고 원래 내가 가는 자리는 이번 정도이긴 했다. 똑같은 콘서트인데 굳이 양일 다 가는 이유는? ‘콘서트는 양일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체력이 워낙 바닥을 쳐서 하루만 다녀와도 다음 날 두들겨 맞은 듯이 아픈데, 꾸역꾸역 준비하고 나와서 지하철을 타면 멀쩡해지니 신기하다. 집에 있으면 죽을 것 같은데 말이다. 끙끙 앓으면서도 팬들이 올려주는 영상과 사진을 찾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몸은 힘들어서 지구 중심으로 가라앉는데 마음은 행복해서 태양까지 일직선으로 솟구친다. 역시 덕질은 돈과 체력을 빨아먹을지 몰라도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아니지, 돈을 벌고 체력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는 원동력도 되니 빨아먹는다는 말은 옳지 않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마음껏 표현하고, 좋아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살고 싶다.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언젠가는 마음이 떠날 때도 있겠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좋아하고 싶다. 그것이 나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이 있어서 삶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 같다. 신화뿐만 아니라 다른 좋아하는 것들, 예를 들어 번역이나 글쓰기도 그렇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도 좋아하는 것에 솔직하고 싶어서이니까.
중요한 콘서트는 어땠느냐고? 그야 말해 뭐하나! 3시간 30분~4시간 가까이 춤을 추고 뛰어다니면서 노래하는 그들을 보며 환호하고 응원하고 감탄하고 귀여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귀여우면 일찍 죽는다는 가짜 뉴스를 멤버들이 봤는지, 너무 귀여우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 말을 하는 본인들이 귀여운데 어쩌면 좋지. 오래오래 살아서 디너쇼도 하고, 죽은 뒤에 98주년 저승 콘서트에 옹기종기 모여야 하니 다들 귀여움은 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