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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Apr 29. 2020

과제가 있어서 고민인 게 고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 사이버 대학교의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5학기예요.

3학년으로 편입했으니까 원래는 올해 초에 졸업해야 했어요. 

그런데 바쁘다는 이유로 한 학기 학점을 말아먹는 바람에(생전 처음으로 받아본 올 F!!) 한 학기 더 다니게 됐습니다. 

왜 바빴느냐. 

일이 여러 개 겹쳤는데, 제가 바쁘면 제 아이돌도 바쁜 즐거운 법칙 덕분에 제 아이돌이 뮤지컬을 했거든요. 

본업과 학업과 덕업을 동시 진행할 수 없어서 딱 하나 포기해야 한다면 뭘 포기하시겠습니까. 



당연히 학업 아닙니까?




지금 문창과 수업을 두 개 듣고 있어요. 

하나는 이론 위주, 하나는 첨삭 위주인데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강의이므로 실시간 첨삭 같은 건 없어요. 

교수님이 원맨쇼처럼 교재를 읽고 당신 이야기 좀 하시고 당신이 쓴 글을 어떻게 첨삭했는지 알려주는 정도죠. 

그래도 시 두 편, 산문 한 편을 과제로 제출해야 합니다. 학생의 작품을 첨삭하는 시간도 있거든요. 

앞서 올린 낯부끄러운 시가 과제로 제출한 시입니다. 첨삭할 글을 강의 시간에 소개했는데 제 시는 첨삭 대상이 되지 못했습니다. 잘 쓴 시를 골라서 소개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조금 주눅이.

강의 시간에 제 글이 나오면 부끄러워서 어디 숨고 싶겠지만, 소개가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내 글이 첨삭하기도 싫을 만큼 별로인가?' 싶어서 또 어디 숨고 싶어지네요. 

제가 생각해도 참 제멋대로 심리입니다. 하하. 


그런데 얼굴도 본 적 없는 다른 학생분들 시가 워낙 훌륭했어요. 저는 과제 싫다고 대충 몇 줄 끼적여서 냈는데 정말 정성을 다해서 쓰셨더라고요. 

사이버 대학이고 문창과여서 연세가 좀 있는 분들이 많은지 글 수준도 확실히 다르고요.

아아, 뭐든 대충하면 안 된다는 거 알면서도 또 고질병처럼 대충했구나. 충격을 받아 다음 산문 과제는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원래 시 과제가 한 편이었는데 한 편 더 추가된 겁니다! 


과제가 나온 걸 뒤늦게 확인해서 이를 어쩌나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번에도 또 30분 만에 써서 제출하는 짓을 하고 말았어요.

좀 오래 고민하고 입에서 굴리고 씹어 가면서 써야 하는데 번갯불에 콩 볶는 것처럼 휘리릭 써버리니 참...

그래도 이번에는 대충 상상해서 쓰지 않고 그 순간의 제 마음을 썼습니다. 이건 자신해요. 

왜냐하면 할머니 이야기를 썼거든요. 쓰는 내내 카페 구석에 앉아서 펑펑 울면서요. 모자 쓰고 나가서 다행이었죠. 누가 봤으면 어쩔 뻔?

이 시도 또 나중에 퇴고한 뒤 공개하기로 하고.


지금 제가 직면한 문제는 산문 과제입니다. 

시야 분량이 따로 없었으니까 잠깐만 투자해도 쓸 수 있어요. 잘 쓰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르지만 어쨌든요. 

그런데 산문 과제는 분량이 있습니다! 원고지 30매! 에세이도 괜찮고 소설도 괜찮다고 하네요. 소설이라면 일부여도 되고요. 

30매면 긴 건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쓴다고 생각하면 짧은 건 아니죠. 지금 여기까지 쓰고 몇 매인지 봤더니 10매 조금 넘었네요. 이 정도 분량의 세 배를 써야 과제가 완성되는 겁니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공개한 글이나 공개하지 않고 노트북 하드 안에 잠들어 있는 글은 물론 있죠. 

하지만 에세이는 아무래도 저 자신을 너무 드러내니까요. 어울리지도 않는 신비주의를 지키고 싶어서 학과 모임에도 일절 안 간 제가(단순히 모임을 무서워할 뿐입니다) 학교 과제로 민낯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이겁니다.


역시 소설을 쓸까 싶은데, 전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도망만 치고 싶습니다. 

사실 쓰고 싶은 것은 있어요. 단편이 될지 중편이 될지 모르는데 간단한 플롯을 적어놨던 것이 있거든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미루고 있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제 마감일이 5일이에요! 5월 5일! 

앞으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이겁니다!  

처음부터 써서 마감에 맞출 수 있을까? 무난한 에세이를 골라서 내용을 불리고 개인정보를 지워서 내는 게 낫지 않나?


이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이게 좋나 저게 좋나 고민하며 궁둥이나 붙이고 있는 제가 고민입니다. 

아아, 고민이야,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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