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2시 1분 전,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노트북에 띄운 인터넷 창은 총 두 개. 인터파크 티켓의 모 콘서트 창. 다른 하나는 인터파크 티켓팅 서버 시간을 알려주는 창.
스마트폰으로도 인터파크 티켓 모바일에 접속을 마쳤다.
오른손은 마우스에 올려두었다. 마우스 커서는 '예매하기'가 뜨는 그 위치를 조준하고 있었다.
왼손 새끼손가락은 키보드의 엔터에 올려 이 창에 재접속할 수 있게 했고, 왼손 엄지손가락은 스마트폰 액정을 살짝 눌러 새로고침할 수 있게 했다.
만반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째깍째깍 시간은 흐르고...55, 56, 57, 58, 59, 지금이다!
엔터와 클릭과 새로고침을 동시에 했으나! 인터넷은 과부하에 걸렸는지 일찌감치 에러 창이 떴고, 모바일도 하얗게 바뀌었다.
동시에 나와 함께 티켓팅에 참전해준 친구들의 카톡이. "야, 접속이 안 돼!"
응, 나도 안 돼...
경연 대회에 나온 가수들이 한데 모인 콘서트의 대구 공연 티켓팅의 서막이 이렇게 시작되었다.
나는 용병의 용병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분의 가족분이 그분께 부탁하셨고 그분이 내게 부탁하셨고, 나는 친구들에게 부탁한 것이다.
예쁜 말로 하면 티켓 품앗이. 하지만 나는 용병이 마음에 든다. 투구 쓰고 칼 하나 꿰차고 티켓의 모가지를 따러 가는 기분이어서. 따뜻한 술이 식기 전에 훌쩍 다녀와서 의기양양하게 목을 축이고 싶다.
실제로는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나 이결좌(이미 결제된 좌석), 안심예매(날짜 누르고 들어가면 화면에 뜨는 영어를 입력해야하는 과정. 매크로 업자들을 막겠다고 만들었으나 매크로는 못 잡고 멀쩡한 일반 관객만 잡아내는 악질)에 괴로워하며 무한 새로고침에 시달리지만.
인터넷은 한 번 안 뜨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나는 모바일에 매달렸는데, 한참 버벅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예매 창이 떴다!
콘서트 날짜는 금요일, 원하는 자리는 R석.
무난하게 잡으려고 앞자리 R석 말고 뒷자리 R석으로 접속했고, 이선좌를 세 번쯤 만나고 한 자리를 간신히 잡았다. 이어서 튕기는 취소표를 잡기 위해 이번에는 내가 잡은 구역의 바로 앞 구역 R석으로.
보통 예매 열리고 6분에 취소표가 우르르 뜬다. 업자들 매크로끼리 붙어서 튕기는 표나 결제 단계에서 튕기거나 실수한 표들인데, 이번 콘서트는 워낙 사람이 많이 몰려서 제대로 접속이 안 된 탓에 띄엄띄엄 감질나게 떴다.
정신없이 새로고침하면서 뜨는 포도알(잡을 수 있는 자리)을 클릭했으나 이선좌, 이선좌, 이선좌, 이선좌의 향연.
그러나 간절히 바라고 버티는 자에게는 희망이 있나니.
결론을 말하면 나는 자리를 잡았다! 앞자리는 꿈도 꾸지 않고 적당히 뒷자리 위주로, 취소표를 계속 노렸더니 잡은 것이다!
멋들어지게 적장의, 아니, 티켓의 모가지를 따오진 못했지만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는 공략법으로 성공했다.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이때까지 한 번도 콘서트에 가본 적 없는 분들을 생애 첫 콘서트에 보내드리게 되었다. 이후 이어진 주소 변경이나 입금 관련한 등등은 티켓팅 성공자만이 누리는 번거로움일지니.
사실 나는 알아주는 곰손이다. 당장 이번 달부터 시작하는 내 아이돌의 연극도, 내 자첫날(내가 처음으로 공연을 보는 날) 자리는 2층 제일 뒷자리다. 이 자리를 잡고 얼마나 허무했던지.
이때는 프리뷰여서 내 아이돌의 회차가 3회뿐이었다. 20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3회이니 내가 자리를 못 잡는 것도 당연하다.
다행히 1차에서는 내가 가려던 회차에 다 1층, 6열 이내의 자리를 잡았다. 1열을 잡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나는 정말 세상이 알아주는 곰손. 특히 내 아이돌 티켓팅만 되면 손발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배가 아파서 제대로 못 잡는다. 6열 이내면 선방 수준이 아니라 기적이다, 기적.
그래도 이번에 이렇게 착한 일을, 티켓팅 쪽에서 적립했으니까 다음 2차 때는 더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좋은 자리를 못 가도 티켓팅 용병을 부탁받아 매달렸는데 자리를 잡으면 기쁘다. 내 미래의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이 원하는 공연에 간다는 것이 기쁘다. 내가 내 아이돌을 보면 기쁘듯이 그 사람도 좋아하는 사람이나 공연을 보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이렇게 어제는 티켓팅 때문에 바빴다. 정작 내 일을 못해서 밤 10시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느라 몸이 좀 욱신거리지만 마음만은 최고!
착한 일 적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