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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Dec 11. 2022

정신없는 틈에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

평소처럼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퇴근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을 꺼낸다.

얼마 전 구매한 접었다 펴는 게 가능한 휴대폰.

쫙 펼쳐서 넓은 화면으로 영상도 보고,

이런저런 신기한 기능들도 써보고,

관련된 예쁜 액세서리는 없는지,

튼튼한 케이스는 없는지, 서핑하며

새 휴대폰에게 애정을 듬뿍 주며 쉬고 있었다.


한참 휴대폰을 보면서 쉬던 중

갑자기 밖에서 우다다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베란다에 나가보니,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소식을 전혀 몰랐던 나는

황급히 창문들을 전부 닫았다.

그리고는 다시 베란다로 돌아와 창밖을 봤다.

빗방울에 사방으로 번지는 가로등 불빛,

시원한 빗소리, 색색의 우산들 쓴 사람들.


창밖으로 보이는 예쁜 광경에,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와 우산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정신없이 내리는 비, 정신없는 촬영

막상 밖에 나와보니 집에서 볼 때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려

사진 촬영이 쉽지 않았다.


하필 집에 있는 우산은 왜 작은 것밖에 없는지

가지고 나온 작은 우산은

퍼붓는 비를 감당하지 못해,

바지부터 시작해 옷이 젖어가고,

카메라 화면에 튀어서 촬영하기 아주 어려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사진을 건져보고자

작은 우산과 카메라를 들고,

옷자락으로 렌즈와 카메라 화면에 튄 빗물을 닦으며,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촬영하며 돌아다녔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비 


정신없는 틈에 없어진 것

사진을 촬영한 지 30분 정도 되었을까.

내리는 비를 머리카락만 간신히 막아주었던 작은 우산이

머리마저 막아주지 못해 전부 젖어버렸다.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확인하고자 휴대폰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중히 여겼던 휴대폰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놀란 마음에 촬영하며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가로등 불빛에 의존해 샅샅이 찾아보았다.


비 오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휴대폰을 찾는 중에

처음 휴대폰을 받았을 때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구매하고 받아본 휴대폰이

생각보다 무겁고 커서 그랬을까?

괜히 무슨 심술이 나서 그랬는지

휴대폰이 어떤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항상

"엄청나게 크고 무거워요. 이건 어디 두고 오면

절대 모를 수가 없네요."

"엄청 무거워요. 손목 부러지겠어요."

이런 식으로 부정적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정작 없어졌을 때는

주머니에서 빠져나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없어진 뒤에도 한참 알지 못했다.


정신없는 틈에 잃어버리고 떠나가는 소중한 것

사진을 찍으며 왔던 길을 다시 훑어보니

다행히 휴대폰을 찾을 수 있었다.


집 앞 놀이터 바닥에서 찾은 휴대폰


집 앞 놀이터 바닥, 은행잎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휴대폰을 보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크기와 무게로 불평했던 휴대폰이지만

집 앞에서 잃어버린 걸 알지 못했던 것처럼.


이렇게 정신없는 틈에

없어진 것을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소중한 휴대폰을 잃을 뻔했듯이,

정신없는 틈을 타

생각지도 못한 소중한 것을 잊고 있진 않은지,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또, 항상 내 주머니 안에

있을 것이라 믿는 휴대폰이

정신없는 틈에, 소홀한 틈에

잃어버릴 뻔한 것처럼,


항상 내 곁에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과 관계, 그리고 소중한 것들이

정신없는 틈에, 소홀한 틈에

한순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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