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내려왔습니다 14
첫 내 집마련을 준비하면서 우리 부부가 가장 꼼꼼하게 살폈던 것은 남편 직장과의 거리, 상권도 아닌 '결로'였다. 그간 전셋집에서 결로 문제를 경험해 봤기에, 결로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우리는 결로가 없는 로열층, 중간 라인 집을 찾았고 집을 두 번 본 뒤 계약을 진행했다.
늘 생각하는 일이지만 집 매매는 정말 신기하다. 평소에는 만져볼 수 없는 엄청난 액수의 금액이 오가는 데도 한두 번의 방문만으로 결정이 나버린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 번 보는 거야 당연히 어렵지만,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내 미래가 결정된다. 이사를 잘못하면 쪽박을 찬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삿짐을 정리하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더는 결로로 씨름할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내 시간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나의 일상이 타인의 이익에 얽혀있을 필요가 없었다. 대출금이 있어 집의 일부는 은행의 것이었지만 희망으로 가득했다. 거실 창문을 열어두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에 커튼이 펄럭였다. 거실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집값이 오르길
매수한 집은 우리 부부에게 편안함을 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자산이라는 의미가 되어버렸다. 우리의 집에도 욕심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