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였던 것 같다. 몇 주간 이어진 비염과 감기로 후두염까지 앓게 되었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신사동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거의 회복될 무렵, 회사는 야유회를 가자고 공지했다. 당시 회사는 한창 구조조정 중이었다. 1년 넘게 200명의 직원 중 매달 50명을 내보내고 10명을 새로 채용하는 식이었다. 역량 부족으로 해고된 사람들은 억울한 심정을 대표나 임원진이 아닌 남아있는 동료들에게 풀었다. 매달 떠나는 이들은 남은 직원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어불성설로 신고하거나 험담을 일삼았다. 아마도 멀리 있는 대표보다는 옆자리 동료에게 자격지심이 더 컸고, 자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대표와 임원진에게는 존경을 표하는, 품위 있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가해행위는 단번에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새로운 군주를 거물로 만들려 할 때 일부러 그들에게 적을 만들어 싸움을 강요한다. 평온무사하면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눈앞에 닥친 냉엄한 적대관계야말로 실은 호기다.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력이 있으면 가끔 자행되는 비도덕은 간과되고 만다.
- 군주론, 마키아벨리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런 험담에 강등되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도 구조조정된 사람들을 이해하려 했다. 구조조정된 사람들은 생계가 걸려있는 일이었고, 예민해진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은 작은 일이 원한이 되어 업계뿐만 아니라 지인, 가족 등 내 울타리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저 불만이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거나 사그라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남아있는 사람들은 수십 명에게서 매달 비난을 받으며 직장을 버텨왔다.
아첨꾼. 그들을 피하려고 하면 경멸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군주는 진실은 들어도 절대 화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한다. 그런데 누구나 군주에게 진실을 말해도 상관없다고 하면 이번에는 군주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다.
- 군주론, 마키아벨리
이에 회사는 흉흉한 분위기를 달래고자 신년회 핑계 삼아 야유회를 추진한 것 같았다.
몸 상태보다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에, 의사 소견을 받아 가능하면 진단서를 끊어볼 생각이었다. 이비인후과에 다시 가자 의사는 거의 다 나았는데 왜 또 왔느냐고 물었다. 사실은 야유회를 가는데 혹시나 해서 비상약을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의사 선생님은 이 추운 날 야유회를 가냐며 의아해하셨다.
대표님이 구조조정으로 흉흉한 분위기를 무마시키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하려다가,
장난스럽게 "이 추운 날, 단체로 입 돌아가면 좋죠,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크게 웃으셨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추워서 입이 돌아가는 게 아니고요, 한쪽으로 고정된 채 오래 누워 있으면 안면신경이 압박되어 안면신경마비가 생기고, 그래서 입이 한쪽으로 처지게 되는 겁니다."
나도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다.
아래는 당시에 매월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발췌하여 읽었던 문장이다.
군주가 경멸받는 것은 변덕스럽고, 경박하고, 겁이 많고, 우유부단하다고 여겨질 때이다.
사람은 외모와 결과로 판단한다. 군주는 훌륭한 자질을 전부 갖출 필요가 없고,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행도 미움을 산다. 알렉산데르 황제는 선행을 베풀었으나, 신하와 국민들에게 '연약해서 어머니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경멸받고, 마침내 반란군에게 살해당했다.
선행을 베푼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다수의 나쁜 사람 속에 파멸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도 오해하거나 착각해 현실의 모습을 간과한다면, 결국 일신의 파멸로 귀결할 수 있다. 군주가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면 악인이 될 필요가 있다.
나라를 빼앗긴 자의 공통점: 고요한 날에 폭풍을 예상한다.
조언자는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 사려깊은 측근은 당장에 확실히 잘 되지만 머지않아 군주의 권력을 빼앗는다.
측근 확실한 구분법이 있다. 측근이 군주보다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왜냐면 나랏일을 하는 인물은 자기 자신보다는 군주를 먼저 생각해야하고, 군주와 상관 없는 일에 몰두해서는 안된다.
- 군주는 측근이 충성심을 갖도록 그를 배려하고 명예를 높이며 삶을 풍요롭게하고 은혜를 베풀며 명예와 책임을 나누어 주어야한다. 군주 없이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아첨꾼. 그들을 피하려고 하면 경멸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군주는 진실은 들어도 절대 화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한다. 그런데 누구나 군주에게 진실을 말해도 상관없다고 하면 이번에는 군주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다.
사려깊은 군주는 현인을 골라내고 그들에게만 진실을 말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더구나 군주가 질문한 것에 대해서만 대답하게 하고 다른 것은 말하지 못하게 한다. 여러가지 일에 대해 그들에게 질문하고, 의견을 듣고난 후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한다.
개개인의 조언자가 솔직하게 말할수록 조언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각자가 인지하도록 행동해야한다. 그들 외 누구의 말도 귀기울이지 말고 군주 자신이 결단한것을 추진하여 관철해야한다.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아첨꾼에 의해 파멸. 여러의견이 나올때마다 생각을 바꾸게 되고 평판이 떨어진다.
군주는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원할 때이고 누군가 말하고 싶을때마다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배려해서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는 제대로 화를 내야한다.
누군가가 부축할 것을 기대하고 자진해서 쓰러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한다.
가해행위는 단번에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의 여신은 새로운 군주를 거물로 만들려 할 때 일부러 그들에게 적을 만들어 싸움을 강요한다. 평온무사하면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눈앞에 닥친 냉엄한 적대관계야말로 실은 호기다.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력이 있으면 가끔 자행되는 비도덕은 간과되고 만다.
2026.01.01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