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금 여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창인 Sep 18. 2022

107. 멜로드라마

그럴듯한 시간들이 지나면 나는 늘 이것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나는 어지르는 걸 좋아해. 치우기 싫은 게 아니야. 보여주고는 싶은데, 까발려지는 건 싫으니까. 그것들을 모두 올곧게 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들을 모두 올곧게 펴내는 네가 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를 죽여야 한다.


즉물적인 멜로드라마. 가슴에 곧바로 내려앉는 말들. 정갈하게 다림질한 마음.

이제 내가 이것을 너에게 준다면, 너는 이것을 따라 쓸래? 좋다고 말해줄래? 몇 번이고 다시 읽을래?


불가능한 욕망들을 만나면 나는 늘 이것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모르는 사이에 나는 또 어질러 놓았어. 멜로드라마를 쓰기로 했는데. 멜로드라마를 쓰기로 했는데.


나는 아무래도 시대를 거슬러 갈 수가 없다.

나는 다음 시대의 너를 기다리며 자꾸 말을 배반한다.


배반의 무용함을 느끼면 나는 늘 이것을 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106. 배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