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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창인 Oct 03. 2022

108. 담배 4

나 너처럼 많이 피우는 거 아니야. 너 완전 헤비 스모커잖아. 나는 끊으려면 사실 언제든 끊어. 어차피 목 아파서 자주 피우지도 못해. 그러니까 나 계속 꼬시지 마. 너 템포 너무 빨라. 거기 맞추다가는 나 죽어.


교수님. 이미지 보는 눈 좋아요. 앵글 보고 숏 보고 다 좋아요. 이거 다 게임 같고 제가 승부욕 하나는 또 최고거든요. 근데 <파프리카>를 사랑하는 게 개구리 때문이면 안 돼요? 저 개구리에 환장하는데. 제 눈은 가짜예요?


너 요즘 드럼 배운다며. 재밌어? 나도 진짜 해보고 싶었는데. 학교 다니면서 시간을 어떻게 내는 거야. 나는 바빠. 왜 바쁜지도 모르겠는데 바빠 죽겠어. 밴드 하는 거야 이제? 그냥 하는 거라고? 그냥 하는 게 어딨어?


한강은 좀 먼데. 우리 동네에 천 있잖아. 거기 오리도 있어. 물만 있으면 다 똑같지. 그리고 한강은 담배도 못 피워. 나 나름 다 지킨다니까? 너 요즘 안 피운다고? 언제부터 끊었어? 떠나가는구나. 그래 건강해라.


강아지 봐 너무 귀엽다. 이름 뭐냐고 물어볼까? 우리가 그냥 지어주자. 구름 어때 구름. 하얗잖아 폭신하고. 야 구름이 똥 싼다. 똥은 까맣네. 야 하얀 똥도 있어. 아니 새똥 말고 사람 똥도. 건강 안 좋으면 그렇게 된다는데.


좋은 대학 안 가도 돼. 어떻게든 먹고살아. 뭐를 먹고살지는 좀 다르겠지만. 쌤도 열심히 해놓고 이러는 게 웃긴데. 하고 싶은 거 하면 좋겠어. 어차피 나중에 다 바뀌어. 어머니께는 얘기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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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되는 무언가에서 축적되는 무언가. 나는 휘발되는 것으로 죽는가 축적되는 것으로 죽는가? 아주 임의의 시각에 나는 지나간 말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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