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카카오 밖의 세계로 튕겨 나왔다. 그 세계는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당연하게 실재했지만, 우리는 마치 한 시대 전으로 붕 떠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대인에게 시대는 점점 짧아진다.
카카오는 시스템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시스템은 불가항력이고 신성불가침이었다. 시스템은 삶보다 크니까. 그런데, 시스템 복구. 나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어떠한 징후도 없이 시스템의 균열은 우리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뭔가 하려면 지금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구멍은 이틀이 채 못 가 메워졌다. 복구되었다. 우리는 하나둘, 주섬주섬 일어나, 눈을 부비며 우리가 원래 속했던 세계로 돌아왔다. 옆에서 똑같이 눈을 부비는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요? 물론 그 사람 역시 알 길이 없으니, 그저 눈을 껌뻑거리며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대화 내역과 잔고는 멀쩡하고, 시스템은 언제 무너졌냐는 듯 뻔뻔하게 불가항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똑같아 보이는 세계는 이제 전혀 다른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는 요지부동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로 바뀌었다. 시스템의 균열이 실재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우리는 이제 그 실재를 창조할 수도 있다. 불을 발견한 우리가 불을 내는 법을 만들어 냈듯. 현대인에게 시대는 점점 짧아진다. 우리가 튕겨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이곳은 분명하게 새로운 시대다.
하나의 사건으로 예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자극을 받으면 텍스트로 반응하려는 습관을 못 버린 나는, 우리가 튕겨난 당일에도 브런치에 무언가를 쓰고자 했다. 그러나 브런치조차 다운돼 아무 말도 적을 수 없었다는, 시스템에 대한 저항도 시스템의 손아귀 안에 있다는, 아주 동시대적이고 슬픈 이야기.
그럼에도 마음이 간지러워지는 걸 참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다. 시스템은 더욱 무결하고 견고해지겠지만, 우리의 감각도 그만큼 날카로워질 것이다. 갓 진입한 따끈따끈한 시대라도 언제든 붕 떠서 그 다음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착 달라붙어 있어도 괜찮다, 계속 꿈틀거리기만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