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나서 담배 피우는 게 가장 큰 행복인 때가 있었다. 아마 작년이고 계절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영화는 그냥 담배 같은 게 되어버렸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새삼스럽다. 이건 똑바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이 새삼스럽지? 영화가? 사랑이? 또는 말하는 게? 그래 말하는 게 가장 새삼스러울지도 모른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딘가 속이 메슥거린다. 담배 피우세요? 이건 괜찮다. 영화 보세요? 이건 안 괜찮다.
그래서 담배로는 잘도 글을 써내면서 영화는 뻔뻔하게 모른 척했나? 나는 두 가지 변명을 한다. 하나, 잘 뒤져보면 내 글에 영화 많다. 둘, 나 담배 안 사랑한다. 나 아무거나 사랑하지 않는다.
담배와 영화. 서영이 <담배와 영화>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사랑까지는 모르겠고 너무너무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선언이 새삼스럽다면, 금정연 씨처럼 중얼거리면 된다. 중얼중얼…
금정연 씨는, 담배가 좋아 영화가 좋아? 담배를 말하는 게 좋아 영화를 말하는 게 좋아? 엄-마 아-빠 아무래도 엄-마가 좋다가도?
난 영화를 말하기로 해놓고 또 절반을 담배에 빚진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나와도 진짜로 영화는 영화고 담배는 담배야. 해명할 수 없는 사건들은 언제나 펑펑 터진다.
어쨌든 계속 말하다 보면 나도 오롯이 영화를 말할 수 있는 때가 올 거고. 두 눈 부릅뜨고 사랑을 마주할 때가 올 거고. 그래서 계속 말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