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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rdDog Feb 19. 2023

[단편소설]나는 고양이가 싫어.

“난 고양이 싫어. 옛날에 아기 고양이 돌봐준 적 있었는데 어느 날 훌쩍 도망갔더라.”

“그래도 뭐 자기만의 사정이 있었겠지 그렇다고 싫기까지야⋯.”     

나란히 길을 걷고 있던 와중, 옆에 있던 여자가 얼굴을 찡그리며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남자는 눈을 흘겨 여자를 잠시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그냥 막, 눈 마주치고 있으면 가끔 살벌하지 않아?”

“그건 네가 쫄보라서 그런 거 아니야?”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 아, 추워. 근데 길가에 싹 피는 거 보면 봄이 오긴 왔나 보다.”

“말 돌리는 것 봐.”

“아니거든.”     

남자는 얇게 입어서인지, 날이 추워서인지 몸을 살짝 떨었다.

여자는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체크하더니, 지하철역을 향해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럼 집 가서 오늘 같이 자료 조사한 거 정리해서 다시 보내줄게! 나 간다!”

“어. 조심히 가.”     

다 마셔가는 커피 컵만 잘근잘근 씹으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 남자의 시선은, 산책 중인 강아지에게로 갔다.     

‘⋯귀엽다.’     

그는 잠시 자신이 몇 년 전에 돌봤었던 고양이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그때도 오늘 같은 날씨였었다.

봄이지만, 여전히 추운.            



   

***          




챱챱-

사료 그릇에 있는 사료가 순식간에 비워졌다.

더 달라는 것인지, 뭔지 모를 시선에 그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해. 너, 더 먹으면 배 터져⋯. 그리고 우리 집은 동물을 키우지 않는 집이라⋯. 날이 풀려서 많이 춥지는 않을 거야.”

“미야옹~”

“응, 응.”

그는 고양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피부병으로 듬성듬성하게 털이 빠진, 체격이 작은 아기 고양이.

머리에 브이 모양 흉터가 있는,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아기 고양이.     

한겨울에 그 고양이를 자신의 집, 골목에서 발견한 것을, 그는 내버려 두지 못했다.

그것은 동정심이나 그가 착하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면 이 생명은 곧 죽는다.’     

그는 죽음이 두려울 뿐이었다.

그런 생각이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되었다.     

“핫팩 뜨겁지 않게 많이 넣어뒀으니까, 괜찮을 거야. 피부병도 나아지고 있고⋯.”

“⋯.”

“근데 머리에 흉터는 커서도 안 없어질 것 같네. 예쁜 얼굴인데.”     

그는 쓰다듬는 행위를 이내 천천히 멈추었다.     

“나 곧 대학 입학하는데 사실 좀 기대되는 거 있지.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거야.”

“⋯.”

“아무튼, 내일 또 올게.”            



   

***               




이것이 그가 기억하는 고양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다음 날, 그다음의 다음 날, 그다음의 다음의⋯.     

그는 정확히 100일을 자신의 집골목에서, 그가 돌보아주던 하나의 생명을 기다렸다.

그는 101일째, 그 고양이는 죽거나, 도망쳤다고 결론을 내린 뒤, 더 이상 그 골목에 가지 않았다.     

그는 그 이후 길거리의 동물을 보아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걷기를 얼마나 했을까. 벌써 집으로 가는 마지막 횡단보도가 나왔다.

그는 깜빡. 깜빡거리는 초록 불에 다급해져 아무 생각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먀옹!!!”

쾅-!     

찰나의 순간이었을까.     

그가 큰 울림소리에 멈춰서서 뒤를 돌아본 것과,

과속 주행이던 차량이 남자를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가로등에 박은 것은.     

“⋯.”     

남자는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뒤를 돌아본 그곳에는,

머리에 브이 모양의 흉터를 가진,

고양이가,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학생, 괜찮아요?”

“저기요!⋯”

“⋯.”     

삽시간에 몰려든 인파를 무시하고, 그는 울 것 같은 얼굴로 고양이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살아⋯ 있었어?”

“먀옹.”

“나를⋯ 보고, 있었어?”

“먀옹.”

“왜 도망갔었어⋯.”

“⋯.”     

그는 주저앉아, 자신이 살렸던,

그러나 이제는 자신을 살린.

그 고양이를 품 안에 가득, 담았다.     

혼잡한 도시 속에는 남자와 고양이만 존재하는 듯했다.          




***               




에필로그. 고양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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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도망간 거 아니야.

나. 엄마랑 언니 오빠 잃어버렸어.     

그래서 만나고 싶어.

찾으면 다시 올게.     

밥 주고 치료해줘서 고마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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