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속세로 나와 탄생 게임을 시작한다.
지금은 몇 세기 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블랙홀과 같이 공허하고 깊이 있는 이곳은 정체 모를 신비의 세계이다. 이곳에서 조물주는 매일 누군가를 택한다. 그가 나를 끌고 가면 비로소 그때 탄생 게임이 시작된다. 나는 나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이름도, 형체도, 그 어떤 인간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의 구조도 없다. 이 기억조차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그저 신이 내게 사인을 주면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날 기회가 왔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제 나의 차례인가 보다. 나도 수천수억 년 동안 이곳에 갇혀 평온을 유지했지만 속세로 가는 게임을 할 차례가 온 것 같다.
어디론가 모르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비좁은 공간이라고 하기엔 답답하지 않고, 드넓은 공간이라 하기엔 조금은 답답한 곳. 인간이 우주로 가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생체감보다도 훨씬 더 극한 곳에 내가 있다. 그저 한줄기 작은 빛을 바라보며 그쪽으로 헤엄쳐 가는 중이다. 이제 얼마 멀지 않은 것 같다. 점점 더 내 눈을 자극하고 앞으로 나아갈수록 정체 모를 떨림이 무언가 두근두근한다. 나도 나를 모르지만, 완전한 본체를 만들기 위해 나의 혼이 움직인다. '영차, 영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