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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수 Nov 28. 2024

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88

청산에 살어리랏다.


酬張少府

        王維         


晩만年년惟유好호靜정        만년엔 한적함이 좋으니

萬만事사不불關관心심        만사가 번거롭다네.

自자顧고無무長장策책        내 본래 세상사 대책이 없으니

空공知지返반舊구林림        다만 산으로 돌아올 밖에-

松송風풍吹취解해帶대        솔바람 불어 허리띠 풀어내고,

山산月월照조彈탄琴금        명월은 밝아 거문고 줄을 비추네.

君군問문窮궁通통理리        그대 세상 이치는 그만 따지고

漁어歌가入입浦포深심        어부 뱃노래 소리나 들어보소.          


晩年惟好靜  

晩年 늘그막에, 만년. 惟 오로지, 오직. 그 의미를 넣어 '-엔'으로 대신했습니다. 好靜 고요함을 좋아해서. 好는 좋아하다. ‘좋으니’라고 옮겼습니다. 脫俗의 의지입니다.      


萬事不關心   

萬事 만사, 모든 속세의 일. 不關心 관심이 없다. 세상사에 욕심, 미련이 없다.      


自顧無長策   

自顧 스스로 돌아보다, 나를 위하여. 다음 구와 짝을 맞추기 위해서 '본래'라고 옮겼습니다. 無長策 여생을 위하여 좋은 계책을 세우지 않았다. 세속의 부귀영화를 위한 계책을 세우지 않았다.      


空知返舊林   

空知 헛되이 알다, 겨우 알다. '다만'으로 옮겼습니다. 返 돌아오다. 舊林 옛날에 살았던 산. 은퇴 후에 옛날에 살았던 전원에 돌아와 즐기다. 구림이라고 한 것은 시인이 본래 자연을 좋아했었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松風吹解帶   

松風 솔 바람. 시원한 자연의 바람. 吹 불다. 解帶 허리띠를 풀다. 대는 벼슬아치의 관복이고. 그것을 풀었다는 것은 속세의 구속에서 벗어났다는 말입니다. '솔바람 불어 허리띠를 풀었다'는 말은 자연한정으로 진세의 억압에서 벗어났다는 은유입니다. 허리띠를 내가 푼 것이 아니라 솔바람이 불어 풀었다고 해야 시인의 의도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山月照彈琴   

山月 산중의 달. 거문고를 뜰으려면 명월이라야 할 것입니다. 자연. 照 비추다. 달빛으로 거문고를 타다. 彈琴 금을 타다.       


君問窮通理   

君 당신, 그대. 問 묻다. 나에게 묻다. 窮 궁리하다. 전원한정의 묘미를 모르는 그대는 속세의 도리를 설명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일이기에 ‘따지다’로 옮겼습니다. 通理 세상을 통하는 이치, 진리, 출세의 이치.       

漁歌入浦深   

漁歌 어부가, 뱃노래. 시인의 의도는 굴원의 어부가에 나오는 창랑가- 물이 흐리면 발을 씻을 것이요, 맑으면 갓끈을 씻으리라- 滄浪之水濁兮濯吾足 滄浪之水淸兮濯吾纓- 잘난 체하지 말고, 때에 맞추어서 적당히 살아라-의 어부가입니다. 入浦 포구에 들어오다. 深 깊다. 포구에 들어오는 어부들의 뱃노래 - 어부가에는 번거로운 세속의 가치관을 떠나 자연에 묻혀사는 전원한정의 즐거움이 들어있으니 잘 들어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작에는 없지만  '들어보소'라고 옮겼습니다. 중국문법은 우리 문법과 다르기 때문에 한시를 직역하면 이상한 시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 구도 서술어가 없습니다. 만약에 '어부가가 포구 깊은 곳으로 들어온다'라고 옮기면 시도, 산문도 아닐 것입니다. 深은 그 경지의 깊음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그러나 이는 압운을 맞추기 위한 글자이므로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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