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여인이 옷입기를 좋아하듯이
한라산 할망도 구름을 좋아한다.
한라산에 구름이 자주 모여드는 것은
산이 높아서일 것이다.
구름이 없으면 한라산 높은지 모른다.
그저 늘 저렇게 펑퍼짐한 줄로 안다.
구름이 산자락까지 덮으면 한라산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靈室(영실)을 덮고 있어도 한라산 높은지 모른다.
그 위로 백록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구름이 할망 얼굴에 살짝 걸쳐 있어야
한라산은 비로소 높을 수 있다.
백록담 구름은 미인의 치마 같아서
살짝 거기를 덮고 있어야 저렇게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