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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리 Mar 25. 2024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

2024-2 아름동 북클럽

[개요 및 소감] 

  책 평범한 인생은 총 3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1-7)부터 청소년기(8), 대학시절(9), 직장과 가정생활(10-19)의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그것을 기록한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나 20장부터 32장까지는 주인공 남자의 여러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다른 몇 명의 이야기처럼 한다. 33장부터 마지막까지는 죽어가는 주인공 남성의 자아에는 그의 부모의 모습, 할머니, 본 적이 없는 할아버지, 선조들의 어떤 면들이 이어져 현재 자신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누구든 우리들도 그럴 것이라는 것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내 부모, 조부모까지는 '나'의 모습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여겼다.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조상들의 자아도 내안 깊숙이 들어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언젠가 나의 조상들에 관한 탐구를 하고 싶어졌다. 생각나는 말, 영화 <미스터선샤인>  '아버지 의병이 죽고 나서는 이들의 자식들이 의병이 되어 있더라' 자신의 운명을 비난할 때, 조상 탓이야!


[체코 애국자, 문화적 선구자]

  저자는 살아생전 동안 타국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체코에 남아 위험을 무릅쓰다 죽은 애국자이자 여러 저서를 통해서도 영향을 크게 미쳤던 문화적 선구자였다. '1938년 카렐 차페크는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사망한 반 나치 운동가였다. 1890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으며 고교시절에는 반 오스트리아 모임결성 이유로 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17세 때 부모와 함께 프라하로 이주하였고 대학에서는 철학을 공부했다. 당시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서명운동을 했으며, 조직적인 나치스 선동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 책 <평범한 인생> 259 -266쪽


[10년 후 기록을!]

 곧 의사로부터 죽게 된다는 말을 듣고 쓰기 시작한 자서전, 환자인 상황에서 이것이 가능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았을 상황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책을 써본 사람이라면 작가의 이런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이 책에 끌린 점은 저자의 유명세로 뭔가 남다른 내용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저자가 평범한 사람의 인생으로 단정한 주인공의 마지막의 모습에서 미래의 '나'는 과연 내면에 존재했던 나의 여러 자아의 모습을 들추어낼 수 있을지에 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자전적 에세이를 한번 써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지만 죽음을 목전에 둘 시기는 아닌 듯하다. 10년 후까지 살아있다면 그즈음 나의 여러 자아에 관해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록을 시도할 것 같다.


 [후손들에게 투영될 내 자아 걱정]

  어린 시절부터 죽기까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들을 단조롭게 전개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전 세계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주인공 남성의 여러 자아들을 적나라하게 고백하는 장면들이 때로는 뜨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안에 내재하는 다양성이 내 부모를 포함 선조들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 '일벌레의 모습인 아버지, 외로움을 타는 어머니, 누구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자 하는 오지랖 넓은 할머니, 얼굴도 본 적 없는 선조들의 그 무엇이 나와 연관 지어 있겠구나'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내 후손들은 '나'를 어떤 자아로 표현할까에 대한 생각을 짧게 해 보았다. 주인공 할머니처럼 '누구에게나 좋은 영향을 주고자 하는 오지랖 넓은 할머니'가 그나마 좋아 보인다. 이쯤 되니 나의 자아에 관해 부정적인 것을 떠올릴 수 있겠다는 두려운 생각도 하게 되었다. 지난해 이맘때 돌아가신 시모님의 자아는 가족(시부, 5명의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에게 여유와 따뜻함의 형태로 남겨져 있는 듯하다. 남은 인생동안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나를 위로하고 있다.  


[생각나는 책과 인상에 남는 표현들]

  주인공이 사망 후 세상에 공개되어 각광을 받게 된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2년>,  62년 만에 손녀에 의해 세상에 공개된 <스위트 프랑세즈, 2015년> 등

   ' 우리는 보통 그 당시 건강했던 치아와 위장을 생각할 따름이지 고통스러웠던 영혼은 간과해 버린다. 인생은 보이지 않는 연관성들로 점철된 심오하고 필연적인 단일체로 나타난다. 유년기에 마을에 철도가 놓일 때부터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통장에는 아버지 삶의 내용이 들어있고, 그건 평생의 결실이야. 여기 내가 열심히 그리고 검소하게 살았다는 기록이 들어 있는 것이지. 일요일마다 집에서 홀로 통장을 꺼내어 자신의 정직한 삶의 합계를 들여다보았다. 아버지는 기둥 같은 존재. 내 자아들 중 누군가가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모르는 선조들을 닮았는지 모른다. 낭만주의는 어머니, 성당 문가에 서 있는 거지는 경건한 삶을 살다 간 할머니, 영웅은 술꾼이자 싸움꾼이었던 할아버지였을지 모른다. 우리 각자는 세대에서 세대를 통해 불어나는 사람들의 종합인지 모른다. 내 속에 조상님들 모두가 들어 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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