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긴 침묵에서
너의 외로움과 마주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침묵을, 그 외로움을
어서 거둬주기를 나는 기도한다
숱한 우리의 시간 속에서
너와 나는 늘 외로움에 서로를 외면했고
한 발 다가서면 두 발 멀어지는
지독히도 외로운 싸움에서
나는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서
왜 하필이면
너의 한숨과 나의 한숨이 뒤 섞이어
별로 내어줄 것 없는 비루한 나에게 왔을까
지나가는 소나기에 흠뻑 젖어 고개 숙인 채
그런 나에게 왔을까
젖은 너의 몸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그 한숨을
나는 왜 돌려세우지 못했을까
나를 향해 해맑게 웃어주던
너의 무구한 모습을 차마 나는 어떡하라고..
그 모습 만으로 충분한 너를 붙들고 살기엔
아직 시간이 너무 더디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