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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홍 Nov 10. 2024

침묵

너의 긴 침묵에서 

너의 외로움과 마주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침묵을, 그 외로움을

어서 거둬주기를 나는 기도한다

숱한 우리의 시간 속에서

너와 나는 늘 외로움에 서로를 외면했고

한 발 다가서면 두 발 멀어지는

지독히도 외로운 싸움에서 

나는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서

왜 하필이면

너의 한숨과 나의 한숨이 뒤 섞이어

별로 내어줄 것 없는 비루한 나에게 왔을까


지나가는 소나기에 흠뻑 젖어 고개 숙인 채

그런 나에게 왔을까

젖은 너의 몸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그 한숨을

나는 왜 돌려세우지 못했을까


나를 향해 해맑게 웃어주던

너의 무구한 모습을 차마 나는 어떡하라고..

그 모습 만으로 충분한 너를 붙들고 살기엔

아직 시간이 너무 더디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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