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cob Lee Aug 11. 2019

가난을 살아가는 방법

<기생충>봉준호,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하야마 아마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하야마 아마리의 소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하다를 바탕으로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았다. 



영화 이야기에 앞서 커버 이미지 밀레의 <만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파리 오르세이 미술관에서 만종을 접했을 때, 그 내막을 알지 못했기에 저녁기도(만종)를 드리는 가난하지만 감사할 줄 하는 농부의 모습이라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슬픔이 묻어나는 부부의 얼굴에서 그 이유를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스페인 화가 실바도르 달리(교과서 작품: 기억의 지속)의 주장을 바탕으로 여인의 발치에 있는 감자 바구니는 원래 아이의 관이라고 한다. 가난으로 죽은 아기를 위해 부부는 마지막 기도를 드리는 장면이라는 주장이다. 자외선 작업을 통해 감자 바구니에 관모양의 나무통이 초벌작업 되었음이 입증되었다. 이것을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원래 예술의 해석은 보는 사람 마음 아닌가! 


가난에 대해 감사하는 농부 부부 vs 가난 때문에 죽은 아이를 애도하는 농부 부부

당신은 저들의 가난을 어떻게 보고 싶은가?




영화 <기생충>에서 기생충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부잣집에 빌붙어 일하는 기택(송강호) 가족일까?

어딘가 숨어 사는 문광(가정부-이정은)의 남편일까?

상위계층으로써 하위계층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동익(이선균) 가족일까?

아니면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에 기생하는 모두일까?


감독의 의도나 많은 평론가들의 의견은 중요치 않다. <살인의 추억>으로 알게 된 전설, 봉준호 감독의 특징. 

뼈를 때리는 게그, 그리고 디즈니만화의 헤피엔딩과는 다른 잔인하리 만큼 현실적인 마무리. 


*이 영화는 코미디, 액션, 드라마, 공포, 스릴러, 추리, 애로 등 많은 장르를 오가는데, 아직 영화를 아직 안 봤다면 이 글은 그만 읽기를 추천한다. 당장! 여기서부터! @@ 스포주의가 아니라 그냥 다 언급할거다! 




마지막 칼부림이 오가는 장면에서 기택은 동익의 '선을 넘는' 행동에 이성을 잃고 그의 가슴에 칼을 심는다. 그리고 그 집 지하 기택의 가족 말고는 아모도 모르는 벙커에 숨어 은둔생활을 시작한다. 기택의 아들 기우는 모스부호로 전해오는 아버지의 존재를 깨닫게 되고, 부자가 되어 그 저택을 사서 아버지를 해방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계획은 세워봤자 결국 그 계획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아버지 기택의 통찰을 잊은 아들 기우의 계획은 흙수저는 절대 금수저가 될 수 없다는 한국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반지하, 창문 없는 고시촌, 옥탑방 등에 살아본 사람들은 영화의 너무도 현실적인 결말에 봉준호 감독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인지하고 신분상승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포기하고 자격지심을 느끼라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본모습을 꼬집는 의도라고 본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한다. 

어쩌면 우리는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거나, 진실을 헤쳐나갈 의지가 없거나, 진실에 대처할 지혜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반지하에서 창살 뒤로 보이는 송강호의 모습에서 88 올림픽이 열린해에 있었던 지강헌과 그의 친구들의 인질극이 떠올랐다. 한국사 최초로 티비에 생중계된 인질극. 창살 뒤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는 그 사람. 그리고 똑같은 모양의 창살 뒤에 살아가고 있는 기택의 모습. (영화 <홀리데이>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



가난을 현실적으로 조명하고 신분상승은 계획에 불과하다고 꼬집는 영화 기생충.



하지만 여기 다른 가난을 살아간 여인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차라리 자서전 같은 책, 얼굴 없는 작가 하야마 아마리의 <스믈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잉여(나머지, 여분)라는 뜻의 작가의 필명 '아마리 アマリ' 스스로의 가치를 비참할 만큼 낮게 표현한다. 가난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낮은 자존감. 그들의 자살시도가 아마리라는 이름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한국에선 계약직, 일본에선 파견사원으로 묘사되는 (상대적)가난한 사람들의 신분. 가난해서  파견이고 가난해서 뚱뚱한 아마리. 영화 기생충에서 참 착한 사모님을 "착해서 부자가 아니라 부자이기 때문에 착하다"고 말하는 엄마 충숙(장혜진)의 말처럼. 가난은 우리의 모든 컴플랙스와 단점을 합리화시켜버린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옭아맨 자아. 


3평 원룸에서 혼자 맞이한 29살 생일. 한 조각의 딸기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바닥에 떨어져 머리카락이 엉켜붙은 딸기를 재빨리 주워 들고 금방 싯으면 먹을 수 있을 거라 위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1년 후 30살이 되면 자살하기로 마음먹는다. 당장 자살한 용기조차 없는 좌절감. 그런 상황에 눈물이 나지 않을 강한 맨탈의 소유자가 얼마나 될까. 


죽음을 각오한 순간, 아마리의 인생엔 변화가 찾아오고 호스트바, 투잡, 누드모델, 블랙잭 공부, 영어 공부 등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삶의 지혜를 배워간다. 



"출세니 성공이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잣대를 가지는 거라고 생각해... (중략)...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을 거야. 그게 살아가는 즐거움 아닐까?"


"닥치는 대로 부딪혀 봐. 무서워서, 안 해본 일이라서 망설이게 되는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타인에게 삶의 지혜를 얻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모든 걸 건단 말이지? 아주 독특한 발상이군. 아마리다워!"

"정말? 나답다고?"

"그래. 넌 용감한 도전자야."


'정말 그럴까, 나는 용감한 도전자일까?'

'남이 알고있는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다. 

내가 알고있는 나는 진짜 나일까? 나다운 것은 뭘까?' 


자신을 알아가고,


"인생이랑 바다는 목적이나 목표 하나만으로는 불완전한 항해를 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신대륙을 찾아가는 범선은 타륜으로써 방향을 잡지만, 돛과 노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움직일 수 없다." 


방향을 잡고,


"(스트립댄서 친구를 보며)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하지만 저마다 흘리는 땀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다." 


"(누드모델을 경험 삼아)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깨달음을 얻고,


"20대의 나는 죽고 30대의 내가 다시 살아났다.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수많은 '오늘들'은 나에게 늘 '선물'과도 같을 것이다." 


삶의 통찰을 실천해가는 아마리!




가난이 삶의 발목을 잡을 때, 우울해하고, 낙심하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자살을 계획하기보다 죽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memento mori


모든 이에게 주어진 상황과 고통은 같을 수 없으며 해결방법이나 벗어날 수단도 같지 않다. 하지만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을 각오하며 행동한다면, 어쩌면, 하늘이(운) 돕는다면, 삶의 변화와 오늘이 감사한 삶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하며-


가난이 스마트폰 화면(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을 두드린다면, 택배 아저씨 들어오듯 당연히 문을 열던지, 꾸준히 폰을 덮어버리고 성장을 위해 인생공부를 할지는 나의 선택이고 나의 책임이다. 


나에게 주어진 지금이 사회와 환경 탓만 있는지, 아니면 내가 저질렀던 실수와 게으름의 축적인지는 자산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가난은 힘들고 슬프기만 한 걸까? 


"돈이 다리미여, 돈이 삶을 쫙 펴준다"는 엄마 충숙의 말처럼, 

차가운 돈과 (현실에)'타협'하던지, 뜨겁게 데운 돈으로 (상황을)'타개' 할지는 타자 말고 자신에게 물으라. 




-번외-


우리가 말하는 '보통'에는 Average(평균값)와 Mean(중간값)이 있는데, 어느 통계자료에 대입해 봐도 호주에서 내 자산/수익 규모를 보통에 비교하면 나는 가난한 축(하위 50%)에 속한다. 그런데 전세계 보통에 비교하면 지상복합 아파트 꼭대기층(상위 1%)에 속하더라. 


상대적 가난은 위를 보냐 아래를 보냐에 따라 내 삶을 비참하게도 감사하게도 만든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만 보고 안주하고 자만하라는 게 아니라, 

나보다 잘난 사람들에게 배울 점은 존경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며, 미래를 위해 성장해보자는 거지. 


그래야 사는 게 재밌잖아~ 조금 어렵진 하지만 ^^;;

작가의 이전글 돈이 필요한 거니? 인정받고 싶은 거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