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컨스 굿윈-
커버 이미지 : 러시모아산 대통령 조각상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사피엔스>를 처음 접했을 때, 내 입냄새 맡으면서 동공지진을 주체할 수 없었고, <숨결이 바람 될 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읽은 땐 눈앞에 자꾸 안개가 껴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작가의 지식과 통찰력에 감탄하는 동시에 책의 이야기에 감동할 수 있는 책이 여기 있으니!!!
도리스 컨스 굿위 Doris Kearns Goodwin 의 명저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Leadership: In Turbulent Times
책에선 작가가 선택한 4명의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 나온다.
1. 에이브러햄 링컨
2. 시어도어 루스벨트
3. 프랭클린 루스벨트
4. 린든 존슨
(씁~씁~ 후~후~) 할 말이 너무 많다 머리에 넘치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다. 글이 길어지면 잡소리가 많아질 것이기에 최대한 절제해보려 한다.
링컨 - 흙수저, 루스벨트 가문 - 금수저, 존슨 - 스댕수저 정도
각자에게 주어진 가정환경은 달랐지만, 모두에게 야망이 있었고,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그럼에도 역사는 그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존경한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죽었을 때 트렌턴의 한 시민이 "한 사람이 죽었다고 1억 3천만이 쓸쓸함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향한 최고의 헌사가 아니겠는가". p626 라고 말했듯 이 4명의 업적과 유산은 인류의 문자가 존재하는 한 기억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1. 에이브러햄 링컨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미국 남북전쟁이나 노예해방은 알 것이다.
하지만 그가 교육받지 못한 몰락한 농부의 아들이었음을 세상은 알까? 그는 어릴 때부터 또래에 비해 건장한 체격 때문에 이른 나이에 농사일에 투입되었고 교육의 해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수십 키로 식 걸어가 빌려온 책을 볼 때면 아버지에게 핀잔 받고 책으로 얻어맞기도 했지만 교육에 대한 그의 열정은 폭력으로 잠재울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 가게 점원, 토지측량, 우체국장, 뱃사공 등 온갖 힘든 일을 했지만 졸꾸정신으로 변호사가 된다.
변호사라고 하면 재력이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메리와 약혼을 하고도 가정을 책임질 돈이 모라자 결혼을 취소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파혼이 대수냐고 말하겠지만 야망을 가진 리더들은 자신이 내뱉은 말과 스스로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힘들어한다. 환경적 상황에 의해 절친 스피드와 이별하고 그가 주 의원으로 추진 중이던 공공사업이 경기 악화로 중단되었을 때, 그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나는 숨이 붙어 있는 가장 불행한 사람입니다. 지금 내 마음이 모든 인간 가족에게 균등하게 배분된다면 이 땅에서 유쾌한 표정을 지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이다."p185 라며 그의 고통을 표현한다. 목표와 약속 좀 못 지켰다고 그렇게 힘들어하는 나약한 정신력이라 평가할 수도 있지만, 신뢰를 목숨과 같이 여기는 사람으로서 그의 비통함에 공감이 가고 내 가슴도 아파왔다.
그는 노예제도를 혐오했지만, 헌법적 해석으로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고 농장주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예해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쟁도 불사했던 정의로운 모습. 사람들은 정치판이 얼마나 어렵고 고도의 두뇌게임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부패한 자들의 언론 선동 쇼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옳은 것을 위해 투쟁하고 승리하려고 부자들과 기득권과 싸워야 함이 얼마나 대가리 터지는 게임인지 대다수의 사람은 절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이겨내고 고도의 협상 능력으로 1863년 1월 1일 해방 선언문에 서명한다. 2년 뒤 12월에 수정헌법 13조가 전체 주에 비준된 것을 보지 못하고 연극을 보던 중 암살당하고, 노예 해방 선언에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미국 북부와 남부의 분열을 막고 흑인들에게 자유의 희망을 안겨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업적이다.
흑수저에서 미국 최고의 리더가 되는 노력과, 세상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에 잘 못 되었다고 목소리 내는 용기. 그리고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을 추진하고 성취하는 능력.
그의 노력에서 희망을 보았고,
그의 용기에서 도전을 받았고,
그의 능력에서 동기를 얻었다.
(루스벨트는 금수저라 짧게 언급)
내일 새벽 5시에 출근해야 하는데 시간은 늦었고 이 감동이 끊기게 하고 싶지는 않고 해서 음슴체로 갈기는 점을 양해 바람!
2. 시어도어 루스벨트
금수저 장난 아님. 현대의 중산층도 누리기 어려운 가정환경과 교육을 받음. 하버드 출신. 하지만 같은 날 사랑하는 엄마와 아내의 죽음을 감당해야 했음. 세상이 이런 애통함이 있을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는 고통.
1900년대 초 철저한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재벌, 독과점을 억제하고 노조와 기업에 정부라는 칼을 들이댐으로 성숙한 자본주의의 기틀을 마련함. 무연탄 탄광 노조 파업에 노사 측에 정부 개입은 엄격히 반대하던 시대에 겨울이 다가오며 난방과 공업시설에 타격을 입자,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노사정의 판을 짬. 지금은 노사정이 한자리 앉아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게 당연시되지만 그 당시는 전례가 없던 혁신적인 움직이이었음.
해군성 차관으로 임명되었을 때, 지인들은 장관도 아니고 꼭두각시 자리를 거절하라고 요구 했지만 오히려 장관을 자신의 꼭두각시처럼 요리했고, 종속(Subordinate)을 굴종(Subservient)으로 여기지 않고 주어진 능력으로 최대의 업적을 남김.
부통령으로 있다가 42세의 나이에 매킨리 대통령의 암살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역사에 남을 리더십을 보여준 정치인. 책에서 탄광 파업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읽노라면 미드 <웨스트 윙>을 보는 듯한 짜릿하고 스릴 넘치는 정치게임을 볼 수 있음. 무례한 사측 대표단들을 멱살과 허리춤을 잡고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분노를 억제하고 노조 대표 존 미셀에게서 인내와 평점심을 배움.
3. 프랭클린 루스벨트
역시 금수저. 명문 사립고에 하버드 졸업. 운동도 잘하는 엄친아. 박사학위에 변호사 출신.
하지만 그런 귀공자에게도 고충은 있었으니, 어린 시절 또래 친구도 잘 없었고 은따였던 것 같음. 결혼하고 잘 나가던 그에게 소아마비 진단이 내려지고 하반신 마비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림. 개인적으로 화상의 고통이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는데 아마도 그 보다 더한 고통을 견디며 재활훈련을 받고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는 독함이 있음.
전쟁 전 후로 12년, 4번의 임기를 지낸 미국 최장기 집권 대통령. 그만큼 신뢰를 받고 능력이 있었다고 봄. 경기불황으로 뱅크런(모두 통장에서 돈 빼기)이 일어나고 금융권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하자 모든 은행을 닫고 대책을 세움. 그 기간 동안 은행과 경제, 금융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학습해서 미국역사 최초로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자유질문을 받음. (미국도 과거엔 박근혜식의 정해진 질문만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함). 또한 라디오 연설에서 어렵고 복잡한 금융시스템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정부의 대책에 신뢰를 심어줌으로 월요일 은행을 열었는데 뱅크런이 아닌 국민들이 IMF 금 모으기 운동하듯 은행에 예금하러 줄을 서시오 장면이 연출됨!
공공사업(뉴딜정책) 및 수많은 법안을 당파를 초월하고 오직 민생안정을 위해 통과 시킴. 이런 정치 게임도 책에서 너무너무 재밌게 볼 수 있음.
영화 <진주만>에서 일본의 진주만 공격 후 2차 대전 참전에 공식 선언과 각료회의에서 이런저런 반대 목소리 내면서 안된다는 장군들에게 휠체어에서 일어나며 내한테 안된다 카지마라 하는 장면이 기억날꺼임. 의지력/추진력이 넘사벽.
4. 린든 존슨
개인적으로 스댕수저로 평가하는 건 아버지가 하원의원이었는데, 아버지가 농장은 말아먹었지만 정치는 잘했고 어릴 때부터 정치에 연줄이 많았기에 재력은 동수저라도 정신이 중산층 이상은 되었기에 무난한 스댕으로 갑시다. 그리고 와이프 '레이디 버드'가 내조를 진짜 잘함. 맨날 밤늦게 사람들 초대해서 토론하는 남편한테 불평 없이 손님을 예의있게 모심.
린든 존슨 하면 베트남 전쟁 말아먹은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는 원하는 법안을 "바지를 입은 증기기관" 이란 별명에 걸맞게 추진력이 하늘을 찌름. 직원들 야근은 기본이고 소수 측근들이 그를 증오함. 하지만 실력이 있고 성취한 업적에 대해서는 직원들 차도 사주고 명품도 선물해주는 등 보상을 잘해줌.
"흑인이 자유로운 만큼 나 자신도 자유롭고, 내 조국도 자유롭다는 진실"을 강조함.
남부 출신에 사업도 성공한 재력가지만 흑인들의 시민권/투표권을 위해 정치인들이 그렇게 목숨 거는 재선 이나 차기 후임자에 대한 욕심을 다 내려놓고 옳은 것을 위해서 지금 현재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위해 헌신함.
1964년 7월 2일에 공민권법 (Civil Right Act 1964)에 서명할 당시 공을 타인에게 돌리고 많은 기념비적인 법률을 통과시키고 서명할 땐 역시 관련된 사람들이나 장소에 가서 그 공을 타인에게 돌림.
러시모아 산에 새겨진 4명의 대통령은 공사 당시엔 아직 프랭클린이나 린든이 역사적 인정을 받지 않았던 시기이지만, 린든 존슨과 일했던 저자 도리스 굿윈은 글로 위대한 4명의 미국 대통령상을 역사에 새김.
그들은 당시의 시대 상황에 필요한 조건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었기에 위대한 리더로 남을 수 있었고 혼돈의 시대에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물한 사람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음.
자세히 보면 4명의 공통점은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오래된 썩은 문화에 혁신의 칼을 들이댔으며,
무엇 보다도 신분과 성별을 떠나 농부의 자식과, 상인의 자식, 부유층의 자식이 공적자리를 위해 공정하게 경쟁하는 나라를 만드는데 노력함. 그들에게 주어진 특권과 재산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볼 이유가 전혀 없지만 오직 만민을 평등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 우리 이도 형님의 애민사상처럼, 이 그들을 미국을 진정 위대한 국가로 만들었다고 생각함.
트럼프가 주장하는 금융과 국방력 최고의 위대한 국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공정한 기회와 평등이 주어지는 위대한 국가로 거듭나도록 현재와 미래의 리더들이 이 책을 씹어먹고 마음에 새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