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림 Sep 01. 2020

셋째 날 - 도쿄의 인쇄물

도쿄 디자인 여행 셋째 날

셋째 날 첫 일정인 츠타야 서점 방문을 마치고, 다이칸야마역과 가까운 시부야역으로 이동했다. 고층 복합 시설인 '시부야 히카리에'에 입점한 '디앤디파트먼트'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디앤디파트먼트를 설명하기 전에, 디앤디파트먼트가 위치해 있는 시부야 히카리에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곳은 대형 쇼핑몰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웹사이트에 방문해 보면, 과거 도큐 문화 회관의 DNA를 이어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조, 전달하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복합시설이라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다.


무엇이 그리 특별한지 웹사이트의 소개글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8층에 'Creative Space 8/'이라는 공간이 있다. 말 그대로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목표로 한다. 이 층에 디앤디파트먼트도 입점해있다.


'문화', '크리에이티브' 같은 설명에 어울리게 8층 복도에는 도쿄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의 포스터 및 브로슈어들이 있었다.


복도에 전시된 다양한 포스터들


일본의 그래픽디자인, 편집디자인에 관심이 있고, 인쇄물 퀄리티도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다양한 인쇄물들을 가져오리라 다짐했었다.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인쇄물들을 모아놓은 이곳 히카리에 8층은 꽤 도움이 되는 장소였다. 히카리에에서 가져온 인쇄물들을 소개하면서, 도쿄에서 만난 훌륭한 인쇄물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싶다.



첫째 날 방문한 21_21 디자인 사이트가 속해 있는 도쿄 미드타운에서 가져온 Bird Handbook, 미드타운에 서식하는 새들을 예쁜 일러스트로 담아낸 핸드북이다. 뒷면에는 미드타운의 지도와 함께 새들의 서식장소를 소개한다. 기존의 지도-건물 이름 순의 딱딱한 전달 방식을 취하지 않고, 서식하는 새들을 통해 미드타운의 대략적인 구조를 소개하고 있다. 새의 이름 옆에 체크 가능한 작은 네모 박스가 있는데, 이 핸드북을 들고 다니며, 다양한 새들을 만나보게 하려는 작은 아이디어도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미드타운에서 가져온 네일케어샵 Hokuri의 인쇄물. 단순히 인쇄물만 보고 가져왔는데, 식품 노루지를 사용한 것이 특이했고, 그것을 사용한 이유를 알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 좋았다. 식품 노루지는 한쪽 면은 부드럽고 반대 면은 약간 거칠다. 이 인쇄물의 경우 바깥면이 부드럽고 안쪽에 거친 면이 오도록 종이를 반으로 접지했다. 거친 안쪽면에 그려 넣은 아기자기한 패턴이 바깥면에 은은하게 비친다. 반대로 바깥면에 프린트된 것들은 안쪽면에 거의 비치지 않는다. 안쪽면의 약도와 가게 정보가 의도적으로 비치게 한 패턴보다 두드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깥면과 달리 먹의 농도를 반 정도 줄여 인쇄했다. 디자인 탐정이 된 것 같아 재미있다.


http://hokuri.jp/#hokuri


일본에는 언뜻 보기에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특별한 디자인들이 꽤 많은 것 같다. hokuri의 인쇄물을 들여다볼수록 가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웹사이트를 방문했는데, 인쇄물을 봤을 때의 첫인상인 다소 '엉성하다'는 느낌이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바뀌었다. 의도된 엉성함이었기 때문. 의도된 엉성함에 당한 기분이 살짝 무섭기까지 하다. 다음에 미드타운에 가게 되면 이 네일케어샵을 방문해 보고 싶다.



둘째 날 방문한 타케오 이토야점의 명함이다. 디자인은 모두 같지만 종이의 컬러와 재질을 달리하여 타케오가 어떤 브랜드인지 캐치할 수 있게 한다. 무엇을 하는 브랜드인지 알고 나서 다양한 컬러와 재질의 종이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깨닫더라도 그 재치에 한 번쯤 미소 짓게 되는 재미난 아이디어였다.



둘째  방문한 마츠야 긴자 백화점 7층의 'Design Collection'설명 인쇄물.  장소를 Design Collection이라고 명명하는 것을  인쇄물을 보고 뒤늦게 알게 됐는데, 왜냐하면 근처 어디에도 그럴듯한 간판이나 사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장소에서 느낀 '투명함' 같은 맥락으로, 굿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해 굿 디자인 제품들을 모아둔 곳에 굿 디자인 보다 눈에 띄는 이름 (상호명), 로고 디자인, 심지어 간판 조차도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니크한 네이밍, 로고, 간판 없이도 마츠야 긴자 백화점 7층에 도착하면 Design Collection 찾는 데는 문제가 없다. 멀리서 보아도 직감적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인식 불가능한 ,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점점  뚜렷해지는  하나의 메세지.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이것이 100% 의도된 것이라고.


https://naotofukasawa.com/projects/502/

Design Collection의 공간은 일본 디자인 협회 회원인 나오토 후카사와가 디자인했다.


수많은 디자인 제품들을 모아둔 Design Collection에서 제공하는   종류의 인쇄물도 그렇다. 일본 디자인 협회에 대해서, 그들이  장소에서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협회를 구성하는 디자이너들을 소개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새로 들어온 굿디자인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개하는 인쇄물 같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인쇄물에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 방문한다면,  인쇄물을 반드시 가져가길 바란다. 종이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고, 인쇄 퀄리티가 내가  인쇄물 중에서 (앞으로 보게  인쇄물들을 포함하더라도) 가장 뛰어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단번에   있다. 입체감이라곤 찾아볼  없는 텍스트로만 구성된 평면 종이인데, 입체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5pt 안돼 보이는 작은 텍스트에 보란  세리프가 있는 서체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01mm 인쇄 오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직 소개되지 않은 '무지 호텔 긴자' 숙박객들에게 제공되는 information 인쇄물이다. (무인양품은 하라 켄야가 아트 디렉팅하고 있다.) 우선 종이의 은은하고 미묘한 컬러가 눈에 들어오고, 로고 인쇄 방식과 로고 외의 인쇄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조금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   있다. 로고는 레이저,  외의 것들은 잉크젯으로 프린트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이유는   없지만, 레이저 또는 잉크젯   가지로 프린트한다고 가정해 보면 레이저 프린트는 너무 평면적이고, (잉크젯 프린트 상태를 미루어 봤을 ) 잉크젯 프린트로 로고까지 프린트하기에는 로고가 뭉개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로고가 뭉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레이저 프린팅을 했다는 것은 그렇다 치고,   프린트하는 것의 번거로움과 그것으로 얻는 디자인적 효과를 놓고 봤을 , 후자를 위해서 하라 켄야가   프린트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로고만 레이저 프린팅  종이를 대량으로 뽑아두고, 상황에 맞게 정보들을 잉크젯 프린트로 프린트하는 것은 아닐까? , 이건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 모두 경제적이기 때문에 꽤나 그럴듯한 것 같. 혼자서 이런저런 추리를 해본다.



히카리에에서 가져온 감각적이고 예리한 인상의 전시 브로슈어. 접지의 디테일이 좋았고, 대나무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함 일까? 인쇄된 표면의 질감이 독특했다.



마찬가지로 히카리에에서 가져온 전시 브로슈어, 작품의 형태를 표현하는 듯한 타이포그래피가 자칫 정신없어 보일 수 있지만, 가독성과 창의성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둘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히카리에의 다양한 인쇄물 사이에 대학교 졸업 전시에 초대하는 인쇄물도 있었다. 당시 나는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졸업 전시 프로젝트 진행을 앞둔 입장이었다. 나의 상황에 대입해 생각해 보자면 삼성역 코엑스나 동대문 DDP 본교 졸업 전시를 알리고 초대하는 인쇄물을 비치한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멋진 일이다. 뒷면에 안내된 타마 미술대학 텍스타일 디자인과의 졸업 전시 계정을 팔로우했다. 당시에는 전시가 시작되기 전이라 방문하지 못했지만, 방문했다면 분명 멋진 경험이 됐을 것이다.  인쇄물은 특별히   가지고 왔다.


이 밖에도, 공연장 플래카드를 연상시키는 긴자 소니 파크의 퀸 인더 파크 전시장 안내 인쇄물, 치즈를 테마로 오모테산도 힐즈의 치즈 요리를 큐레이팅 하는 브로슈어 등 재미난 인쇄물들이 많았다.


고작 3 4 동안 접한 인쇄물들이지만 디자인 의도를 따라가다 보면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정말 많다. 앞으로도 계속 국내, 외의 다양한 인쇄물들과 그것들이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에  기울여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셋째 날 - 츠타야 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