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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Apr 28. 2022

39일차_자율근무기획본부 기획팀장

자율근무기획자 웅비 입니다


내 명함 속 직급을 '자율근무기획팀 기획팀장'이라고 정한 구체적인 경위는 이렇다. 니트 상태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규정되진 않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졌으면 해서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부지런했고, 지나온 활동들을 경력이라 부르기엔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럼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아마 평생 고민해야 할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은퇴 없는 직업은 없고, 영원한 경력은 없으니까 직업이나 경력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시기도 언젠가는 끝난다. 그 모든 걸 떠나서, 나는 어떤 상태이고 싶은가? 니트컴퍼니에 속한 동안 진지하게 고민했다. 모든 일에 치열하게 덤벼드는 성질머리를 내려놓고, 천천히 여유롭게 생각했다. 


언젠가 나는, 남들은 숨쉬듯이 하는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지쳐 있었을 때가 있었다.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고, 방 안 환기를 시키고, 때가 되면 식사를 하고, 자꾸 까먹는 영양제도 챙겨먹고, 깨끗하게 씻고, 책상 앞에 앉아서 원고를 쓰고, 시간 되면 운동하러 가서 적당히 땀을 빼고,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고양이 간식을 챙기고, 잠이 오면 자고. 별 것 아닌 일인데 단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침대 위에 누워 무기력한 나를 원망하며 울기만 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상의 모든 순간이 더 값지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딱히 일이라 부를만한 것이 아님에도 그것을 근무라고 정해서 하면 꽤 색다르게 보인다. 사실 그것부터가 회복의 시작이었다. 자율근무기획자는 일상의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보다 정성껏 지내는 사람들이다.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 순간을 소중히 하는 자율근무기획자로 정의하고 순간순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미완(未完)의 상태를 호명하는 것


누군가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이름을 아는 것부터 관계의 시작이고,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친밀함의 표현이니까. 살면서 내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준 사람과 심리적으로 가장 가깝다. 한편, 이름이 없으면 불안하고 두렵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아무렇게나 되듯 군다. 이름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름의 의미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름을 가지는 것, 이름을 부르는 것 모두 신중해야 한다. 이름은 결정이고 결심이다.



이름에 관한 정말 유명한 시가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이토록 의미 있는 일이다. 정해지지 않은 것의 최초가 되고, 최초는 잊혀지지 않는 영원이 된다. 내 존재가 불안하게 느껴졌던 것도,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마땅한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태의 이름을 부른 그 순간부터, 의미는 다시 시작되었다. 영원할 것 같던 좌절도, 끝이 없을 것 같던 불안도 새롭게 호명하는 순간부터 성장의 복선이 된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꾸려가고 싶은가? 또,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팀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팀입니다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심리적으로 고립된 기분이 덜 하지 않을까? 니트컴퍼니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많이 얻었듯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해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듯이,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각자의 목표를 향해 가는 자율근무기획본부 팀이 있다면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먼저 해보려고 한다.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겠다. 뭐라도 되겠지. 되면 좋고, 안 되어도 나쁠 거 없다. 


그대, 시도라도 해보고 싶은가? 그런데 선뜻 나서기 망설여지는가? 그래도 막연하게 있지만 말고 뭐든지 손 닿는 것부터 시작해보라.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부터 해봐도 좋겠다. 혹시 모른다, 어쩌면 그게 당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지도. 판단과 실행은 그대 몫이다. 나는 팀장으로서 응원하겠다. 당신의 시작도, 당신의 과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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