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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Dec 03. 2020

둘째가 준비한 선물

초보둘째엄마

아기가 한명일 때에는 여유가 많았던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새벽에 운동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한 뒤 오전에 아기를 돌보고 낮에는 같이 낮잠도 잤다. 그런데 아기가 둘이 되고 나니 말 그대로 눈코 뜰 새가 없는 것 같다. 오전에 둘째가 조용하면 집안일하고 첫째 돌보다가 오후에 첫째가 자고 있으면 둘째아기하고 온전히 놀아줘야 한다. 아직 혼합수유 중이라 둘째의 젖 먹는 시기를 잘 관찰해야 한다.  


   

새벽 3시가 되면 아기 젖을 물리거나 유축한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온라인 수업을 녹화하거나 글도 쓴다. 하고 싶은 작은 취미나 인터넷 들은 웬만하면 이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졸졸 엄마 따라 하기 놀이를 좋아하는 큰딸이나 조금만 뒤틀려도 앵앵 거리는 둘째 딸 때문에 집안일 외에는 책상 앞에 앉을 수 없는 것이 요즘 나의 일상이다.  친정 부모님이 돌보아 주셔도 집안일은 온전히 나의 몫, 수유하고 나면 자신과 놀아달라는 3살짜리 아기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첫째 아기 출산 후에는 날이 서있었었다. 나의 신혼집을 온통 친정어머님 편안 구조로 바꾸어 놓으시고 아기용품과 부모님 식비로 많이 지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출산 한 달 후 바로 출강하는 바람에 어려운 수업준비도 했어야 했고 수시로 ‘나는 행복하다’고 되뇌고 다녔었다.


둘째 출산 후에도 이런 일들을 반복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으나 의외로 마음은 더 편안했다.   코로나로 외출도 어려워졌고 학교 출강 횟수도 줄어들어 든 건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소비습관을 고친탓인지 부모님 음식도 더 잘 챙겨드리고 살가워진 모습으로 변한 것 같다. 첫째 아기에게도 자주 야단치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더 안아주고 함께 해주려고 노력도 한다.  



아기 돌봄이 이제는 처음이 아니기에 마음의 날이 무뎌진 것 같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둘째가 나에게 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

아기들이 자라고 커가는 것처럼 엄마라는 이름으로 성장해가는
 나의 모습을 마음 깊이 응원할 것이다.
이 세상 많은 엄마들도 그렇게 시간을 견디고 보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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