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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Nov 20. 2020

인형놀이 실전=  현실 육아

초보둘째엄마

 

출처:pixabay

어릴 적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형들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코가 떨어질 것 같은 토끼 인형 (살색깔에 분홍색 코를 가진)으로 시작해서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갈색머리의 바비인형의 이름은 마리아라고 불렀던 것 같다. 또 실제 아기 크기만큼 크고 눈이 깜박 움직이는 분홍색 머리에 노란색 모자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아기 인형의 이름은 장미였다. 그 밖에도 아주 많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인형들을 가지고 놀았었다.  지금까지 인형들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생각하는 것 보면 그 당시 나에게는 소중했었고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시간들이 길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인형들은 잘 때도 함께 자고 포대기로 싸서 업어주기도 했었다. 음식도 먹여주며 ‘냠냠’ 소리를 내어주기도 했으며 학교놀이를 할 때는 학생들이 되어 주었다. 목욕탕을 갈 때는 많은 인형들 중 옷 벗기기 쉬운 인형들을 골라 꼭 한 두 명씩 데리고 다녔었다. 그 인형들은 나의 친구들이자 학생들이었고 아기들이었다.    



이제는 인형이 아닌 진짜 인형 같은 아이들이 생겼다. 이제 70일이 된 아기는 나의 손가락에서 팔꿈치까지 왔던 몸길이에서 이제 팔 길이로 점점 커져가고 있다. 첫째 딸은 다른 아기들보다 작게 태어나서 그런지 가볍게 안아 키웠던 기억이 많았는데 둘째 딸은 정상적으로 통통하게 잘 먹고 잘 크고 있다.     



자궁 속에서 10개월 동안 내 몸속의 영양소와 먹은 음식들로 키웠고 
 산고의 고통과 함께 축복처럼 
만난 아기들은
 옛날 이뻐하며 가지고 놀았던 인형들을 
실제로 만난 것 같다.
 그 실전이 놀이와 연습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다른 점이 많다는 게 문제이다.     



인형들은 그냥 주는 밥 먹고 말없이 내 옆에서 함께 누워 잤었다.  배를 눌러야 울음소리가 나거나 삑삑 거리는 소리를 냈었다. 하지만 실제 나의 아기들은 정말 배가 고파서 울었고 심지어 모유가 먹기 싫을 때는 젖을 밀쳐내기도 한다. 기저귀 갈아달라고 울기도 하며 안아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일정한 시간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다행히 두 아이들 모두 밤에는 잘 자서 깨워서 모유나 분유를 먹이긴 했었다.   


  

출처:pixabay

어린 시절 순수하게 이뻐했었던 나의 인형들은 이제는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육아 속에서 만난 아기들이다. 잠이 와서 눈감고 젖을 주기도 하고, 듣고 싶은 음악 대신 동요 틀어주며 따라다니면서 밥 먹이고 엉덩이 씻기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정신없다.  아이가 한 명일 때보다 2명이 되어보니 몸과 마음이 더 바빠졌다.     


3살인 첫째는 인형보다 책을 더 많이 좋아한다. 누르면 책도 읽어주는 펜 덕분에 소리 내어 읽어주지도 않아도 그림과 책을 함께 들으며 볼 수 있는 좋은 시대다. 그래도 가끔 인형들을 업어주거나 음식을 먹여주거나 뽀뽀해준다.   행복한 마음으로 인형과 함께 일상을 나누는 아이에게 “실제 육아는 다르단다”라고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세상 엄마들 또한 인형 가지고 노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 똑같은 생각은 한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눈 맞춤, 입맞춤(뽀뽀),
엄마하고 찾으며 웃을 때 안길 때 
사랑을 주고받는 마음만큼은 
인형이 대신해줄 수 없다.
그 행복은 실제 인형 같은 
아이들에게만 느낄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 보람된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앞으로 더 기대되는 함께하는 시간을 
상상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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