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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Dec 30. 2020

부모가 그냥 되는 줄 알았니

초보 둘째 엄마 

출처: unsplash

3개월 된 둘째 아기가 눈 맞춤하며 나를 보고 웃으면 이 세상을 다 가진듯하다. 첫째는 그렇게 웃지 않았는데 말이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뱃속에서 묵묵히 함께 있어줬고  간지럽게 꿈틀거렸었다. 귀한 생명들이 나에게 왔는데 37년 동안 자신만을 위해 살아왔던 내 삶을 바꾸고 있었다. 내 밥보다 자식 밥 먹이고 자식 옷 갈아입히고 기저귀나 팬티 바꿔줘야 한다. 뒤돌아서면 치워야 하고 울면 안아줘야 하고 놀아줘야 한다. 위험한 것들이 있는지 늘 살펴야 하고 티브이는 일정 시간에 꺼야 하며 모빌이 꺼지면 또 틀어줘야 한다. 매일 목욕까지 해야 한다. 책 한 장 넘기는 것도 쉽지 않고 모바일 인터넷도 모유 먹일 때아니면 보기 어렵다. 새벽 기상을 해서 따로 시간을 가지지 않으면 나라는 존재가 없어질 것만 같다.



시댁 근처로 이사 오면서 아이들 보고 싶다 아이들 봐준다는 이유로 하루 이틀 꼴로 차로 태워 다녔다. 엘리베이터 없는 3층 계단을 아이를 안고 내려가서 차를 태워서 벨트를 매고 시댁에 도착하면 아이 안전띠를 풀고 다시 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 안고 시댁에 간다. 집에 갈 때 또 같은 과정을 되풀이한다. 집에서는 집안일도 하고 어질러져도 나중에 치우면 되지만 시댁에서는 오로지 아이들만 돌보면 된다. 이럴 때일수록 집에서 못해준 놀이를 함께해 줄수있어서좋긴하다.



출처:pixabay





마트에서 혹은 길가에서 마주치는 이웃 또래 아이들도 그렇게 부모 손길의 도움을 받고 사랑으로 커갔겠지. 나도 희미한 기억 속에서 부모님 또한 그렇게 키우셨겠지. 시어머님이 손녀들을 안으며 말씀하신다. “부모가 그냥 되는 줄 알았니”라는 말 한마디 속에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45년이 넘은 엄마의 인생이 그리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가야 할 부모라는 길이 나의 연약한 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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