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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떰브 Sep 02. 2020

한국어 선생님 일기 08

08 특명 : 코로나를 피하라!

뉴스는 중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떠들썩했다. 3, 4월의 한국은 그야말로 소리 없는 전쟁통 같았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워 마스크 5부제가 도입되었고, 사람들은 모두 극도로 예민했다. 길 건너 옆 동네에 확진자가 몇 명이 나왔다느니 그 확진자의 동선이 어떻다느니 갖가지 속보들이 흘러 넘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까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내에서 번지기 시작하던 초반에는 주변에서 염려 섞인 말들을 많이 했다. 외국인들과 매일 마주하는 직업이고, 내가 있던 학교에는 중국인 학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확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한국에 체류하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절반이나 영구 귀국을 선택했다. 나서서 말리고 싶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나 역시 당장 눈앞으로 다가오는 공포의 상황에서 타지에 남아있을 용기를 낼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전국의 대학교 언어교육원은 초비상의 상황이었다. 겨울학기 도중에 수업을 중단하는 학교가 늘어났고, 온라인을 이용한 원격 강의로 수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학교에서 교사의 개인 마스크, 손 세정제, 장갑 심지어 고글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생겼다. 우리는 교원들과 학생들 모두 마스크를 낀 상태로 대면 수업을 지속했다. 얼굴을 절반이나 가린 채로 수업을 하는데 마치 세상의 끝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큰 사건 없이 겨울학기가 끝났지만 국내 상황이 안정되지 않자 개강은 계속해서 미루어져 겨울학기가 끝나고 봄학기가 시작되기까지 거의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개강 직전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 두 가지를 모두 대비해서 엄청난 양의 공지, 안내 등 전달사항이 넘쳐났다. 내심 오프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봄학기 개강 직전 주말, 결국 온라인 수업이 확정 되고야 말았다. 외국어를 배우는 행위 즉,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의 활동이 많은 수업 특성상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하는 우려가 컸다.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 적절한 수업 방식을 찾고, 수업 자료를 모두 새로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에 시간을 쏟게 되었다. 학기 초반에는 평소 수업을 준비하는 것에 딱 3배의 시간이 걸렸다. 이게 과연 될까 싶었던 것도 어떻게든 되기는 했다. 영원히 적응되지 않을 것 같던 학생들과의 실시간 말하기 연습도 어느 정도의 시간차를 감수한다면 이어갈 만했다. 그러나 할 만 했다는 것이지 결코 하기 좋은 환경이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이런 바이러스가 돌지만 않았어도 학생들이 훨씬 더 즐겁고 유익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내 탓도 아니지만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수업 준비를 더 꼼꼼하게 했다. 온라인 수업 특성상 교사 중심으로 진행되니 평소보다 훨씬 발화량이 많아져 목 스프레이와 소염제를 달고 살았다. 학기가 시작된 지 3주가 됐지만 학생들과 막상 만난 적도 없이 카메라 너머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했다. 답답함이 크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최대한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런 환경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대충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집중력을 잃고 카메라만 켜 둔 채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종종 보여도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이런 와중에도 열심히 하는 학생들을 보면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텅 빈 교실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혼자 열심히 떠들다가 수업 도중 학교 전체의 서버가 불안정해져서 수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수업 중간에 끝냈던 적이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하다 시간이 남아서 그동안 담당했던 모든 학생들의 귀국 여부를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정말 절반 이상의 학생이 한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후였다. 한국이 무서워서 떠난 학생들이 다시 돌아올까? 돌아온다면 언제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절반이나 줄어든 학생들 수에 맞는 수업이 개설된다면, 나는 과연 언제까지 계속 여기에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착잡한 기분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참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정작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은 언제나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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