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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꿀 Nov 04. 2022

자기 객관화. 나를 속이지 않기.

근 1년의 나를 회고하다. 

한동안의 취업준비 기간을 보내며, 이전의 경력과 경험 그리고 그것들을 토대로 한 작업물들, 포트폴리오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떻게든 되긴 했지만 그러한 것들이 오래가진 못했다. '결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결이라. 정말 좋으신 분들이다. 디자이너로서의 소양이 부족하다는 말을 완곡하게 표현해주신 것, 지금은 그 마음씨 자체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 자책 중이다. 왜 그 말들의 행간을 읽지 못했는가... 


뛰어난 실력에, 그에 걸맞은 과정과 결과물들을 내놓는 사람들을 가만히 생각해보자면. 나 같은 사람과의 정말 큰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기 객관화. 자신의 위치를 빠르고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다음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 나처럼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든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단단한 자세로 우직하게 나아가는 사람들. 참 부럽다고 생각하곤 했다. 


아무튼 나는 자기 객관화에 실패했고, 그동안 그 오랜 기간을 써버렸다. 이제 어찌해야 하나. 


뭘 어쩌긴 어째


이렇게 눈치 없고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는 나지만. 그래도 꽤 단련된 부분도 있는 모양인지. 내가 저지른 실수에 크게 당황하진 않게 된 것이 그것이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게도 된 것 같고. 나름 나도 단단해진 모양새가 있다. 아무튼 박명수의 말처럼 늦은 게 사실이다. 많이 늦었다. 진짜 큰일 났다. 하지만 어쩌랴. 늦었으니 당장에라도 무언갈 시작할 것이다. 그래야 뭐라도 바꿔나갈 수 있다. 음... 최소한 절망하진 않게 되었다. 


절망하진 않게 되었다. 30년 남짓 살면서 나 스스로 깨우친 한 가지 교훈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묵묵히 나아가는 것. 마지막 한판 뒤집기는 결국 쥐어짜 내는 나에 대한 긍정이 만들어 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뻔하지만 긍정의 힘이란다. 하하...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정리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실패와 실수를 인정한다. 몇 년 지나 또 돌아보면 분명 이런 부끄러운 기억도 그저 담담한 인생의 마일스톤 정도로 세워져 있을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2022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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