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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Apr 23. 2024

귀와 가슴에 집중하기

이번 주, Augustin Hadelich의 공연에 부쳐


 글쓰기 전 클래식이 듣고 싶다. 당근에서 입양한 구식 오디오의 리모컨 버튼을 꾹 누른다. 언어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궁극의 무엇, 아름다움을 환기하는 진동이 울려 퍼진다. 말보다 깊고 풍부한 언어를 쓰는 세계가 있어. 복잡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흐름 속에서 매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어.


 연초부터 들어온 BACH 앨범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Augustin Hadelich를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 이번 주 3회나 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한국에 왔던 그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바이올리니스트다.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은 지난해 가장 많은 공연 일정을 소화한 명연주자로 그를 꼽았다.


https://bachtrack.com/classical-music-statistics-2023

2023년 가장 바빴던 지휘자,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


 5살 때 바이올린을 잡고 7세 때 데뷔 연주회를 가진 전형적인 신동.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은 외계인이 아닐까 싶다. 15세 때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역경을 딛고 재기해 현재는 예일대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현재 미국과 독일 시민권자인 하델리히는 태어난 이탈리아까지 세 나라 모두에서 집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는데, 2023~2024 시즌에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


 연초부터 스케줄러에 표시한 공연이라 모두 보고 싶지만 매장을 운영하니 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일단 YouTube 영상을 찾아 감상. 으... 너무 좋아. 심장이 멋대로 쿵쿵거린다(아래 링크 영상 참조). 여행이 주는 기쁨은 여행 그 자체보다 여행 전후의 그것이 더 크다는데, 실질적 경험이 없는 여행도 성립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간만 다를 뿐 같은 연주자의 같은 곡이다. 물론 인생은 한 치 앞을 모르니 갑자기 공연에 갈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어느 쪽의 여행이든 하고자 하면 가능하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들이 궁금한 요즘. 영혼의 눈을 띄워줄 귀와 가슴에 집중하고 싶다.


{공연 일정}


* 하델리히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 4/25-26(목, 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 2024 서울시향 실내악시리즈 III : 4/27(토)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


https://youtu.be/v4qovV8Okvs?si=LfPOZ-GzQjEg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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