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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May 24. 2024

<써먹기> 프로젝트의 시작

영어로 술술 말해보자


 '평택'이라는 지역 특성에 '비건'이라는 우리 가게의 특수성이 더해져, 매장에 오는 외국인이 한층 늘었다. 오늘은 외국인 모임까지. (헉)

 

 인스타그램에도 얼마 전부터 영어로 번역한 피드를 한국어와 함께 올리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어렵고 낯선 한글 대신 좀 더 편하게 매장 소식과 메뉴를 보면 좋겠다. 온라인에서 쓰는 영어는 번역앱을 사용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편.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어떨까?

 

 모국어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긴장한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차에서 내릴 때부터 불안하다. 어제도 자주 오는 미군 손님이 가게에 오셨다. 훤칠한 키에 정중히 모자를 벗으며 들어오는 그는, 항상 상당량의 빵을 구매하곤 한다.


"Hello. How are you?"


누구나 아는 쉬운 문장이지만, 두 사장은 서로 눈치보기 바쁘다.


"^^;;;;;.... good. haha"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도 매번 무슨 답을 할지 고민되는, 영어회화에 자신 없는 사람들의 초라한(?) 현실.


 평소에 영어를 읽기는 하지만(명상 교재가 영어라서) 말할 일은 드물다. 빠른 영어는 잘 알아듣지 못하고, 영어로 질문을 받으면 답하고자 하는 바를 적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구글이나 파파고 같은 앱을 쓰면 의사 전달 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눈을 맞추며 바로 말하는 것과 번역 화면을 들고 소통하는 기분은 사뭇 다르다. 보이지 않는 투명하고 단단한 벽이 세워지는 느낌이랄까.


 손님이 곧 나이고 내가 곧 손님이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이 부자연스러움이 항상 아쉬웠다. 서로의 리듬에 맞추어 탁구처럼 곧장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속 시원할까.


  지난 1월 말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Neuralink는 컴퓨터칩을 뇌에 이식했고, 벌써 두 번째 이식신청자를 모집중이다. 언젠가는 언어적 매개 없이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신들은 뉴럴링크가 상업적 허가를 확보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10년이 지나면 내 나이는? 생각을 말자. 삶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칠 앞으로의 10년 동안, 영어로 말하기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계속 안고 살기는 힘들 것 같다.


  내게도 여러 방법으로 영어회화를 연습하고 그만둔 경험이 있다. 하루 중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기엔 아직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도 않다.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재도전하는 게 바람직할까? 그러러면 이번엔 확실한 방법이어야 할 텐데.


 고심 끝에 손님들과의 대화에 즉시 도움이 되는 문장들부터 익혀보기로 한다. 평소 말하고 싶었던 문장들을 잘 보이게 써두고 연습한 다음, 외국인 손님들이 올 때마다 하나씩 뱉기로. 바로바로 써먹으면 그만큼 재미도 느끼고, 반복되면 쉽게 외우지 않을까?


 시중 교재나 유튜브를 처음에 잘 따라 하다가도 흥미가 떨어지는 건, 배우는 입장에서 '즉시' 써먹을 수 있는 문장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외국에서 오래 살면 영어가 늘 수밖에 없는 것도 공부한 문장을 매일 쓸 수 있는 환경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운 좋게도, 이번엔 외국인 손님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으니...


 매장에서 필요한 10개의 문장을 A4 이면지에 썼다. 세로로 반 나누어 왼쪽은 한국어, 오른쪽은 영어 문장. 눈으로 읽는 대신, 매일 10번 이상 소리 내어 말하고 원어민 발음도 들으며 따라한다.

한국어만 보면서 모든 영문장을 총 30초 이내에 말할 수 있을 때 다음 A4용지를 꺼낼 생각이다.

벌써부터 왠지 설레는걸?



P.S. 오늘 아침에 써놓은 문장을 읽고 출근했는데, 역시나 매장에 나타난 미군 손님! 두둥.

휴일인지 사복 차림으로 오셔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Usually"를 넣어서 1번 문장을 사용했다.

와우! 예스! 이 문장은 앞으로 절대 못 잊을 듯.





1. 송탄에서 오시나요?  Do you come from Songtan? / Are you coming from Songtan?


2. 오는 데 얼마나 걸리세요? How long does it take to get here?


3. 전자렌지에 30초 정도 데워서 먹으면 더 맛있어요. It tastes better if you warm it in the microwave for 30 seconds.


4.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I'll bring it to your seat.


5. 아기의자를 드릴까요? Would you like a baby Chair?


6. 개인용기에 담은 음식은 10% 할인해 드려요. We offer a 10% discount on food packed in personal containers.


7. 밀가루를 넣지는 않았지만, 글루텐이 들어있는 쌀가루로 만들었어요.

No wheat flour was added, but it was made with rice flour, which contains gluten.


8. (화장실은) 저쪽 녹색 문으로 가시면 돼요.

You can go through the green door over there.


9. (어떻게 지내냐고 물을 때 간단하고 예의 있는 대답) 잘 지내요. 고마워요.

Doing well. thank you!


10.  (어떻게 지내냐고 물을 때 친근한 대답) 잘 지내요. 당신은 어때요?

Not too bad / I'm pretty good. How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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