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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n May 14. 2024

시골길을 달리며

전력의 뜀박질이 필요한 순간


월요일이자 우리의 휴일.


승철이 단잠에 빠진 동안 먼저 일어나 2시간 명상했다. 어제 집으로 가져온 비건 허밍버드케이크를 접시로 옮겨 먹고, 전차책을 보다가 노트북을 덮는다. 옷을 대충 꿰어 입고 하려던 일을 하러 나섰다.

Gluten free & Sugar free Hummingbird Cake, Vegan

 

헐렁한 승철이 셔츠에 하렘팬츠 그리고 산타할배가 그려진 수면양말. 사람이 거의 없는 논밭 가득한 시골길을 15분 정도만 달릴 참이니 괜찮다. 자연을 보며 달릴 수 있는 건 시골에 이사 온 이후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다. 가장 큰 특권은, 아파트가 2층 단독주택으로 바뀌면서 글 쓰고 명상하는 방이 별도로 생긴 거지만.


 자주는 아니어도 마음먹었을 때의 달리기는 고강도 인터벌 운동으로 한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은 ‘인터벌’, 즉 고강도 운동 사이에 저강도 운동이라는 간격을 두는 방식이다. 나는 30초 전력질주하고 90초 쉬고, 다시 30초 전력질주하고 90초 쉬기를 반복해 15분 채우기를 택했다. 짧은 시간에 기량이 높아지고 젊음을 유지해 주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니, 번거로움이 싫고 효율을 선호하는 성격에 더할 나위 없다. 일주일에 1번씩만 해도 매일 1시간씩 조깅하는 것보다 심폐기능이 향상된다(<최강의 식사>/데이브아스프리 지음 참고). 단, 30초를 달리는 동안에는 맹수라도 쫓아오는 듯 전력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끼이익- 대문을 나서며 스톱워치를 켠다. 탁 트인 넓은 길로 들어서기 전의 굴다리 앞은, 여름이 오느라 숱이 풍성해진 나뭇잎들로 온통 찰랑거린다.

 다리 아래를 지나 숨을 고르며 길섶의 풀을 구경했다. 엉성하고 희한하게 생긴 것도 있었다. 그때 커다란 새 두 마리가 논 위를 크게 한바퀴 휘 돌며 날아가고, 그들을 따라 시선이 머문 논에 얕게 흩뿌려진 윤슬은 깊은 물에 비친 그것과는 또다른 인상을 준다.  다시 30초를 있는 힘껏 뛴다. 헐떡이며 걷자니 농사짓는 아주머니 두 분이 보였다. 구옥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제비도 발견. 다가가서 한참을 바라봐도 새끼들에게만 신경이 쏠려있는 넌 엄마니, 아빠니?


 각각의 30초는 짧지만 쌓이면 조금 더 힘겹기는 하다. 오랜만에 뛰었더니 넘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기분. 땀이 나고 목에서 피맛도 나고. 그래도 괜찮은 건 곧 돌아올 90초의 휴식과, 15분 후의 해냈다는 상쾌함 때문이겠지?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입은 옷을 몽땅 바구니에 던졌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나오니 승철은 아직 곤히 자고 있다. 일어날 때까지 몇 자라도 책을 더 읽어야지. 고작 몇 분에 행복해진다. 더 자. 푹 자.


 그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미래에 대한 근심이 끊이지 않아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늘 불안해한다. 여차하면 함께 하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의 불안함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까? 한편으로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거나 지금 하는 일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기를 바라고, 마음이 평온해지길 기도한다.


 사랑은 눈맞춤으로 시작해 서로에 대한 이해로 발전한다. 일상에서 나를 둘러싼 주변의 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현재를 느끼는 시간이 일하는 때의 3배가 된다면 삶은 어디까지 풍요로워질까? 더 넓고 깊이 사랑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 있는 길에서 나의 두 다리로 힘껏 질주하는 것 외에 없을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오직 전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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