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분 동안 하얀 화면을 노려봤지만
쓸만한 이야기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산책이나 하고 올까 싶어 밖을 보니 아직도 조금씩 비 내리는 날씨.
글은 왜 쓸까?
그저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서? 가끔은 그렇다.
대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즉 정보를 제공하거나 흥미를 유발하거나 인식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닐까.
자신의 글을 여러 번 다시 읽는 작가도 결국 자기 글의 독자이다보니, 더 잘 쓰고 제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음악이나 영화, 건축물이 그러하듯 하나의 완결된 글은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킨다. 그러기에 누군가가 쓴 글들을 오랜 세월 편하게 읽기만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써낼 줄도 알아야 함이 일종의 예의처럼 느껴진달까. 맛있는 빵을 먹는 것은 물론 보기만 해도 기쁘고 행복한 날들이 이어져 빵 만드는 직업을 택했듯이.
글에 대해서는 - 매번 누군가 내게 밥을 사주었는데 나는 한 번도 사지 않은 것 같은 부채감이 쌓여있다. 쓸수록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아는 동시에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도.
오래 전, 처음 글쓰기 수업에 참석한 날에 선생님은 '글쓰기는 보시布施’라고 하셨다. 자비의 마음으로 조건 없이 베푸는 일. 내 이야기는 말하지 않는 이상 나밖에 모르는 이야기지만, 그 사소한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반드시 이 넓은 세상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모두가 우리 자신과 삶을 더 사랑할 용기를 얻기를,
모두가 그리 다르지 않지만 각자 다른 문화 속에서 적응하며 성장한다는 걸 알아가기 바라며
오늘도 읽고, 또 쓴다.
... 그런데 읽은 만큼 쓰려면 언제 다 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