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000 진단 받아봤어?
34세였나,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야. 언젠가부터 오른쪽 눈이 점점 잘 보이지 않는 기분이 들었어. 렌즈를 잘못 맞췄나? 싶어서 시력 검사를 다시 하고 맞췄는데 여전히 시야가 답답하더라고. 검안사분 실력을 의심하며 다른 안경원을 찾아다녔지.
마지막으로 간 안경원. 갖은 애를 써도 내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약시같은데 병원에 한 번 가보면 어떠냐고 하는 거야. 계속 뿌옇게만 보이는 오른쪽 눈이 스스로도 좀 이상해서 안과에 갔어.
여러 검사를 했고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는데, 보호자와 함께 들어오래.
나이가 젊어서 설마 했는데 검사 결과 백내장이라고 하셨어.
“네?”
놀란 내게 선생님께선 나이가 들면 누구나 조금씩 생긴다고 하시면서도, 젊은 사람에게 흔치는 않다며 사진을 계속 보셨어.
"왜... 생기는 거예요?"
자외선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결국 알 수 없대. 갑자기 나이를 40살쯤 통째 더 먹은 기분이었지. 그날 이후 더는 건강을 자신하지 않게 되더라.
엄마한테 전화하니 레이저 수술을 추천해 주셨어. 당신이 수술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거든. 강남 모 안과에서 도입한 최신 기술이었고 눈당 700만 원 정도의 높은 비용이지만 실손의료비 적용이 된대. 왼쪽 눈은 아직 괜찮으니 그냥 두자고 하셔서 오른쪽 눈만 수술을 받기로 했어.
수술실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나. 예상했던 작고 프리이빗한 공간이 아닌, 침대들이 가득한 '공장' 분위기였거든. 원장님이 커다란 홀에서 이 침대 저 침대 옮겨 다니시며 바쁘게 수술하셨지. 칼로 직접 절개하는 예전 방식의 수술보다 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아니야. 환한 조명 아래 눈을 뜬 채로 받은 그 날의 수술은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은 특유의 감각으로 아직 생생히 남아있어. 으으!
다행히 수술 후 오른쪽 눈의 시력은 예전 교정시력 이상으로 좋아졌어. 부작용이라면 밤마다 빛 번짐 현상이 있는 것, 먼 곳은 잘 보이지만 아주 가까운 곳을 보긴 외려 힘든 것, 흰자위에 약간의 자국이 남은 것 정도?
남은 문제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시력차였지. 오른쪽 시력과 맞추기 위해 왼쪽 눈에 렌즈를 하고 지냈어. 그러다 안경을 써볼까하고 쓰던 안경의 오른쪽 알을 뺀 채 착용해봤는데, 어찌나 어지럽던지!
렌즈를 빼지 못한 또 하나의 까닭은 두 눈의 역할이 달라져서야. 말했듯이 수술 후 우안은 먼 곳은 또렷이 보이는데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이게 됐어. 그런데 렌즈를 착용한 좌안은 가까운 곳도 잘 보이지. 책을 읽을 때는 왼쪽 눈을 써야 해.
한쪽만 계속 착용해야 하는 렌즈가 시간이 지날수록 견딜 수 없이 갑갑하게 느껴졌어. 왼손에만 실리콘 장갑을 끼고 다니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최근에 어떻게 하면 렌즈를 그만 쓰고도 잘 보면서 살 수 있을까 하며 시력에 관한 책을 찾아봤어. 그중 시력훈련 전문가인 카플란 박사Dr. Robert Michael Kaplan가 쓴 책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지.
시력은 나빠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대.
"검안사 학교에서 교수로 있을 때 검안사 교육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들은 원래 시력 저하에 대한 처방으로는 안경과 렌즈만이 필요하다고 배웠다."
"안경이나 렌즈 등 교정기구의 사용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력 저하 현상을 더욱 심하게 한다.(중략) 교정기구의 올바른 사용법은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경을 사용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안경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안경을 쓰는 목적은 시력강화운동을 하는 동안 좀 더 선명하게 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시력 향상을 촉진하기 위한 치료 장치로 생각돼야 한다."
"뇌와 눈 건강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체로 향하는 뇌신경의 약 49%가 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거리에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눈 건강 상실을 의미한다."
- 로버트 마이클 카플란 지음, 박창은 옮김 [우리가 몰랐던 눈이 좋아지는 하루 5분 시력 트레이닝] 중에서
백내장 수술로 인해 나는 눈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일부를 잃었어. 수술 외의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 당황해서 겁먹었고, 충분히 이성적이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해. 한 번 나빠진 눈은 더 나빠지기만 하는 줄 알았거든.
책에는 평소에 건강을 위해 실천하는 행위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내용도 많아. 유산소 운동, 햇빛 쬐기, 식습관, 그리고 마음가짐. 특히 두려움과 억눌린 분노는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공통분모라고 해.
중요한 법칙 하나는 눈에 이상한 증상이 있거나 안경을 쓰기 전 8~12개월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회상하라는 것이다. 눈을 뜨고 본 것의 의미를 찾아내라. 마음의 눈에 비친 과거의 사진과 현재의 시력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가?(중략)
새로운 사건은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볼 수 있는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 새로운 경험은 눈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므로 눈이 침침해지는 것도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책에 나온 구체적인 시력강화운동들을 하나씩 실행해 보고(1년쯤 걸릴지도) 다시 글을 쓰도록 할게.
소중한 내 눈에 대해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렌즈를 최대한 빨리 벗어던질 수 있길! 응원해 줘.
P.S. 우선 돌아오는 휴일부터, 잘 보이는 쪽의 눈에 안대를 4시간 착용하는 첫 단계를 시작해보려고 해 .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