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흔의 몸공부 / 박용환
2. D&DEPARTMENT /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허보윤 옮김
3. 나에게, 낭독 / 서혜정, 송정희
4.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 / 루이스 헤이, 셰릴 리처드슨 지음. 최린 번역
5. 수학자의 아침 / 김소연
1. 마흔의 몸공부 / 박용환
- <신형장부도>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렇게 그린 것이다. 한의학은 살아있는 사람의 기운을 중요시하여 치료한다. 기와 혈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오장육부가 나타내고자 하는 뜻과 호흡과 명상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그냥 서 있으면 인체의 중심은 다른 곳이겠지만, 팔을 활짝 벌려 서 있으면 배꼽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각이었다. 이렇듯 배꼽은 인체의 중심이요, 단전의 기운이 보존되는 통로다. 한의학에서는 단전에 있는 원기를 보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배꼽을 크게 강조했다.
- 미주신경이라든지 림프절같은 기관들이 심장을 보호하기도 하고, 기능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이런 것을 한의학에서는 심포(心布, 심장을 싸고 있는 막)라고 부른다. 심장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정신적인 역할인데, 심장의 다른 이름은 마음이다. 그래서 마음을 모을 때 심장 부분에 손을 가져다 대고, 기도를 할 때 합장을 하며, 마음이 아프면 실제로 심장이 부서질 듯한 느낌을 받는다.
- 몸 안에서 소화 흡수가 되어 생명 에너지인 기를 만들어내려면 발효 과정이 일어나야 한다. 썩는 것이 제대로 되어야 흡수가 되는 것이다. 썩지 않는다는 것은 몸 안에 들어와서 에너지로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에너지로 전환되지 않는 것은 남아 찌꺼기가 되어 독소로 변한다. 기 빠진 음식은 몸에서 기로 변하지도 않고, 도리어 독소가 되어 기를 뺏는 작용을 한다.
- 기 부족일 때 보충하는 역할을 하는 것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바로 인삼이다. (중략) 인삼으로 기를 보충하면 중심부와 단전의 체온을 올려준다. 그런데 이것을 잘못 설명하면 마치 열을 내게 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생기는 오해가 '인삼은 열이 많은 사람에게 쓰면 안 된다던데요' 혹은 '고혈압일 때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요?'하는 의문들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인삼을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오장의 기가 부족한데 쓰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눈을 밝게 하며,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한다. 허한 기운을 보하고, 소화기를 안정시키며, 폐의 증상들을 좋게 하여 고름과 담을 삭힌다"라고 소개한다.(중략) 열을 올리지 않고 천천히 몸을 따뜻하게 하는 정도라 체온을 고르게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인삼에 관한 여러 논문들을 살펴보면 고혈압일 때는 내려주고, 저혈압일 때는 올려준다는 결과가 상당히 많다.
- 인삼은 기 부족증에 쓰는 약초인데, 중초(소화기)가 막혀서 기울, 기체가 되어 있으면 도리어 기가 위로 올라가게 된다. (중략) 소박하게 먹으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사람에게 인삼은 기 보충에 최고의 약초지만, 먹을 것을 소화시키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인삼은 소화 흡수가 안 되는 약재인 것이다.
- 현대인들의 삶은 운동 부족에 스트레스가 과다한 경우가 많다. 이런 기울증, 기체증 증상이 있을 때 매일 차로 마시면 안정감을 주면서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약초가 있다. 진피다. (중략) 몸속에 기가 정체되었을 때 기를 흩어주는 방법으로 좋은 향을 맡는 것이 좋다. 귤, 오렌지, 레몬, 유자, 라임, 자몽 같은 과일들의 시트러스 계열의 향들은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살짝 고양시켜주는 경향이 있다. 이 향들은 정체된 기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서 소화능력도 활발하게 해준다. 식사만 하면 체하는 신경성 소화불량이 있는 사람들은 이 향을 자주 맡으면 좋다.
- 진피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귤껍질과 생강 말린 것을 끓여먹으면 증상이 빨리 완화된다. 한의학적으로는 비타민이 많다는 것은 기가 살아 있다는 말이고, 진피는 기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으니 긴장성으로 생긴 근육 통증형 몸살기가 보이는 감기일 때에 효과가 있다.
- 음식의 엑기스 부분, 영양소만 따로 모인 것, 진액만 담긴 상태가 그 음식의 '정'이다. 호흡을 통해서 좋은 기가 생겨난다. 이 좋은 것 중에서도 특별하게 좋은 기운이 있다. 숨의 엑기스, 깊고 강한 에너지가 따로 모인 것이 숨의 '정'이다. 숨을 쉼으로써 음식이 영양소로 분해되어 몸에 흡수된다.
- 발효는 깊은 호흡에 해당한다. 잘못 발효되면, 다시 말해서 얕은 호흡만 하면 부패되거나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하고 찌꺼기가 많이 남는다. (중략) 단전이라는 부분에서 기를 모았다가 호흡을 통해서 정으로 만든다 이때 호흡이 아주 깊고 뜨거울수록 더 품질 좋고 많은 정이 모인다.
- 몸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먼저 정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 정이 그득하면 기가 충실해지고, 기가 충실하면 정신 활동이 왕성해지고, 신이 왕성하면 몸이 건강하고, 몸이 건강하면 병을 덜 앓는다.
- 남자는 단전 부분이 완전한 무형의 공간이고, 정은 정액의 형태로 모인다. 여자는 이 부분에 자궁이 위치해 있어서 다음 생명을 잉태하는 기운이 서린다.
- 정을 가두고 내보내는 조절자 역할을 하는 장기가 신장이다.
- 장에 있는 신경계 역시 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최근 인체를 연구하는 과학계에서는 장을 '제 2의 뇌'라고 부르고 있다. 신경을 쓰면 골치도 아프지만 배도 아프다. (중략) 세로토닌 호르몬은 80%이상이 장에서 분비된다. 도파민의 50% 역시 장에서 분비된다.
- 혈 부족증일 경우, 간단히 두 가지 약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명한 처방이 있다. 당귀보혈탕이라는 처방인데 기본이 황기5, 당귀1의 비율로 되어 있다. 당귀는 혈을 보충해 주는 대표적인 약재다. 여기다 혈을 온몸에 돌릴 수 있게 기를 보충해주는 황기가 함께 한다. 혈액 순환을 위해서 기와 혈이 함께 좋아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스트레스나 분노는 간을 상하게 하고 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마지막으로는 심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슬픔은 폐를 상하게 하다 마찬가지로 심장을 상하게 한다.
- 말초는 끝부분이다. (중략) 여성은 자궁을 보고 말초혈액 순환을 파악할 수 있다 .여성의 자궁 질환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물혹, 근종, 자궁내막증 등 자궁 쪽 불안한 질환들은 모두 자궁 내로 혈액 유입이 잘 안 되어서 생긴 것이다.
- 잘 말린 약초를 예방을 위해 차로 마실 때는 한 번에 4~8그램 정도면 충분하다. 맛을 위해서 대추와 생강을 곁들이면 좋겠다.
- 갱년기야말로 수승화강이 안 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중략) 갱년기를 치료할 때 굉장히 많이 활용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골피다. 구하기도 쉽다. 우리말로 구기자의 뿌리껍질을 가리킨다. (중략) 서양에서 구기자는 고지베리라고 불린다.
- 한의학에서 비만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기운이 허약한 상태라고 본다. 물론 많이 먹은 것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잘 먹어도 대사가 잘 되면 살이 찌지 않는다.
- 사실 비장은 한 장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화학적 소화 작용을 일으키는 침, 간과 담낭, 췌장과 이자, 장에서 나오는 소화액들도 비장이라 부를 수 있으며 물리적 소화 작용을 뜻하는 혼합운동과 연동운동 역시 비장이다. 즉 '소화 작용' 자체가 비장이다.
- 절하는 동작은 복부를 계속해서 접었다 폈다 하면서 직접 자극을 준다. 이렇게 동작을 통해서 복부에 직접 자극을 주는 운동이 참 드물다. 땅에 닿는 무릎 부분만 다치지 않도록 방석 정도만 필요할 뿐, 특별히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100회에 대략 20분 내외가 드는 속도로 하면 되겠다. 조금 천천히 하면 하체 운동이 더 강하게 되고, 빨리 하면 유산소운동이 더 강해지며, 빠르든 느리든 복부 운동은 확실하게 할 수 있다.
2. D&DEPARTMENT /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허보윤 옮김
- 우리 가게가 '올바른 디자인'을 판별하는 기준은 바로 '롱 라이프 디자인'입니다. 시간이 증명한 디자인, 생명이 긴 디자인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탄생한 지 20년 이상 지난 생활용품만을 정가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게에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참, 이런 가게도 장사가 됩니까?"라고 묻습니다.
- 영업시간 중에 공부회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공부회를 위해 가게 문을 닫기도 합니다. 그러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줄지만, 대신 소중한 사람들이 가게에 많이 모이게 됩니다. 경기가 안 좋으면 사람들은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에도 질적 변화가 생깁니다. '제대로 된'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지요. 물건을 사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하고 점원, 제작자, 구매자 간에 교류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커뮤니티'입니다.
- 상품 진열 방식에서 우리가 의도하는 바는, 그 물건이 어디까지나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것임을 깨닫는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일상적인 화려한 연출은 물론 집중 조명도 하지 않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에 가구를 놓는 것보다 러그를 한 장 깔고 놓으면 훨씬 반응이 좋습니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디스플레이의 요령은 일상 생활의 구체적인 상황을 보여줘서 손님의 마음 속 스위치를 켜는 것입니다.
- 예의를 지켜 주인이 말한 가격으로 사면, 결국 주인과 손님을 초월한 관계가 생기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재활용품점에 가는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 할인이나 저가 판매는 소비자에게 이익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소비자도 반드시 잃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건에 대한 고마움이나 제작자에 대한 마음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꼼데가르송의 가와쿠보 레이 씨가 "의미 있는 진짜 물건은 비싸다"라고 한 말에 저 역시 동의합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싸게 판매함으로써 잃어버리는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중략) 재고품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가격을 내려 팔아치우는 할인 행사가 아니라, 부가가치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할인 판매라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중입니다.
- '새 물건을 만들지 않는다'는 생각은 선물 포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 같은 출판사에서 계속 책을 내면 두 번째 책부터는 설명을 줄여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일부러 다른 출판사를 찾아다닙니다.
출간된 책은 서점에 놓이는 물건이니 우리의 것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내가 쓴 부분이 많아도 직원 전부가 필자이고 모두가 사진사라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나와 직원이 '알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을 공부회 주제로 선택해 순수한 마음으로 기획합니다. 강연을 해주시는 분이 거래처 사람이거나 가게의 손님인 경우도 많습니다.
- 디앤디 가게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모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회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주제가 좋으니 사람들이 오겠거니 안심하고, 열심히 알리지 않으면 유감스러운 결과를 낳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커뮤니티에 기대지 않고 직원 전원이 커뮤니티를 넓혀간다는 의식을 가져야만 비로소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될 것입니다.
3. 나에게, 낭독 / 서혜정, 송정희
- 목소리는 영혼의 울림이다.
- 나는 누워서 낭독하기를 즐긴다. 누워서 책을 읽노라면 편하기도 하고, 몸이 소리 내는 법을 자연스럽게 깨친다는 장점도 있다. 자기 목소리 고유의 색을 찾고 소리에 공명을 싣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보통 누워서는 소리를 잘 지르지 않는다. 굳었던 몸이 이완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탓이다. 서 있을 때엔 가슴에 머물러 있던 호흡도 저절로 배까지 확장된다. 배와 가슴이 함께 불룩불룩 움직이며 의도하지 않아도 복식호흡을 하게 된다. 몸통의 깊은 곳까지 들고나는 호흡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깊고 길어서 소리를 멀리까지 이끌고 간다.
- 소리가 시작되는 위치가 달라졌으니, 누워서 낭독하면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고 느껴질 수 있다. 계속 소리를 내며 내 목소리가 몸의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떻게 흘러가는지 잠시 지켜보자. 누우면 어림잡아 내 몸의 절반은 바닥에 닿는다. 그만큼 울림도 많이 전해진다. 움직임을 느끼기 좋은 상태가 된다. 입술과 턱은 어디까지 벌어지는지 꼼지락대며 얼굴에 손을 올려 확인해보아도 좋다.
- 누웠던 몸을 일으켜 낭독을 해보면, 자세는 달라졌지만 누워서 낭독했을 때의 소리가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몸과 귀가 아까의 소리를 기억했다가 그 방법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 남들 앞에서 낭독할 때도 나 혼자 있을 때처럼 소리를 내면 듣는 사람도 더 편하게 듣는다.
- 낭독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소리로써 전달하는 것이다. 마음을 전하는 것은 테크닉이나 기교가 아니다. 꾸미지 않고, 진심을 담아서 소리를 꺼내면 된다.
- 어설픈 발음이라도 낭독자의 감성이 묻어나올 때 듣는 사람은 귀를 기울인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4.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
- 그날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 일에 대해 긍정의 말을 많이 하고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현재 시제로 말합니다.
- 이것이 근사한 인터뷰라는 걸 난 알아. 내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에서 생각이 편안하게 흐르고 있어. 저 사람은 내가 주는 정보에 엄청 기뻐하고 있어. 모든 게 부드럽고 쉽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둘 다 즐거워하고 있어.
- 미러 워크는 아주아주 중요해요. 그저 몇 초밖에 안 걸려요. 거울을 보면서 "안녕, 루이스." "좋아 보이는 걸." "정말 재미있어!" 이런 말을 하는 거죠. 하루 종일 자신에게 간단한 메시지를 꾸준히 말하는 건 정말 중요해요. 힘든 시기에 거울을 보면서 자신을 더 많이 칭찬하거나 더 많이 인정하고 더 많이 지지할수록 우리는 자신과 더 깊고 더 즐거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어요.
- 저는 직원들에게 메모를 전달할 때 이 말을 많이 적어요. "당신의 인생이 계속 성장하고 넓어지기를."
- "저는 저를 화나게 하는 것들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아요."
- 포옹을 하면 젊어지고 행복해져요.
- 우리가 삶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우리를 도와줄 사람을 직접 선택한다는 생각은 정말 혁신적이었습니다.
- 저는 제가 죽는 과정을 두 명에게 맡기고 싶어요. 한 사람은 제 몸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거고, 다른 사람은 저의 감정적이고 영적인 편안함을 도울 거예요. 제가 가야 할 시간이 되면 죽음의 과정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낄 사람이 저와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 나는 멋진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요. 그들은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해지는 사람들이에요. 우린 함께 일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나는 나의 직장을 언제나 사랑해요. 나는 최고의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항상 고맙게 생각해요. 이 일은 성취감이 높고, 이곳에 매일 출근하는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입니다. 나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직장은 완벽한 위치에 있고, 나의 수입은 충분하며, 그것에 깊이 감사합니다.
5. 수학자의 아침 / 김소연
*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검게 익은 자두를 베어 물 때
손목을 타고 다디단 진물이 흘러내릴 때
아 맛있다, 라고 내가 말하고
나 혼자 들어요.
*<먼지가 보이는 아침>
조용히 조용을 다한다
갸웃거리던 햇볓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낼 때
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
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
나는 나대로
극락조는 극락조대로
먼지는 먼지대로 조용을 조용히 다한다
* <현관문>
열어둔다
바닥에 빗자루를 댄다
오늘 아침은 빗자루가 쓸지 않고 있다
타일 바닥을 쓰다듬고 있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누가 오기로 한 날이 아닌 날에도
매일 아침 현관문 앞에 알록달록
꼴람을 그려놓던
인도 사람 얘기를 해 줘야지
무성하게 자란 보스턴 고사리를 문밖에 놓아둔다
네가 오기로 한 날이니까
열어둔다
시간에 조금씩 주름이 접힌다
시간이 조금씩 허점을 다듬는다
평생 동안 잃어버리기만 했던 우산들이 모두 돌아와
수북이 쌓여 있다
평생 동안 젖어 있었을 우산들을
하나하나 편다
그대로 둔다
네가 오면 제일 먼저
이것들을 보겠지
우리 집을
칠월의 포도송이 같다고 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팔월의 오동나무
열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