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베이커리 운영 3주년을 자축하며
비건 빵집을 오픈한 지 3년 하고도 두 달여가 흘렀다.
기념일이란 기념일은 잊지 않고 챙겨 온 편인데
올해 6월부터 사랑하는 매장의 안녕이 불안정한 상황이 있어, 아직 3주년을 제대로 기념하지 못했다.
늦어도 12월까지는 꼭 챙길 수 있기를 바라며 쓰는 글.
: 낯선 동네 평택을 알아가며 '반셀프 인테리어'라는 걸 처음 했다. 새로운 공간을 직접 꾸리는 일은 예상보다 어려웠지만 그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고 얻는 지혜가 많았다.
쉬는 날엔 혼자 발품을 팔며 갓 이사 온 도농복합시를 이곳저곳 돌아다녔고, 집에는 나만의 '글방'이 생겨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평택 시민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비건을 알리기 위해 판매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고 신나게 빵과 음료를 만들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가지며 주 5일 근무했고, 우연히 받은 제안으로 책을 낼 기회가 생겼다.
: 공저이긴 하지만 내 글이 담긴 종이책(<하우투채식, 2023>)이 처음으로 전국 서점에 풀렸다.
동시에, 생각보다 비건 인구와 디저트 소비가 적은 지역 특성을 인지하기 시작. 최대 6군데까지 늘었던 평택의 비건빵집들이 우리 가게를 제외하고 모두 폐업했다.
팬데믹 이후 차곡차곡 받으며 버티는 데 쓴 정부의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 변제기일이 하나둘 닥쳐오면서, 두렵고 마음 상하는 일들이 무섭게 쌓여갔다.
대출금을 갚기 위한 주 6일 근무를 했고
차마 이곳에 다 말하기 어려운 일들도 겪으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기술을 동원해
인지도와 매출 모두 2023년 대비 유의미하게 올랐지만(150-180%),
그간의 적자를 무마하기엔 아직 멀었다.
월세 포함 고정비를 감당해 내는 한 달 한 달은
2023년 한 해의 모든 무게를 더한 것처럼 벅차게 느껴지기도!
(어디 울면서 징징댈 수도 없고, 허참.)
얼마 전 한강 작가의 놀라운 노벨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SNS에서는 독립서점들의 어려운 현실이 대기업 서점과 대조적으로 언급됐다.
눈앞의 이익과 속도를 좇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목격하며, 독립서점과 비건빵집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한 건 우연이었을까?
우리나라 인구 5천만 중 비건인구는 아직 채 300만(0.06%)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비건의 메카인 서울에 있는 비건빵집의 현실부터(몇 곳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혹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물며 시골에 있는 비건빵집을 말해 무엇할까.
통장에 뭣 하나 남는 것 없는 상태가 당연하고 익숙해져 웬만한 어려움은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고, 점점 더 깊은 어려움의 수렁으로 소리 없이 빨려 들어가던 시간들.
까마득한 심연을 여러 번 건너는 사이, 따로 거머쥘 수 있었던 건 남들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정신적/영적 성숙이 유일하다.
번아웃이 와도 절망하지 않고, 피곤함에 졸면서도 마케팅 서적을 읽거나 홍보를 한 뒤 명상하고.
맛있는 빵을 연구하며 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매일 꼬박 일기로 성찰한 날들.
모든 문제는 겉보기와 다르고, 아주 작은 부분까지 낱낱이 직시했을 때 숨은 해결책이 드러남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다.
요즘 더욱 세분화된 SNS의 영상과 글들을 훑어보면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계속 잘 살아가는 거지?’
혹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다들 열심히 살까?’라고,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 역시 별로 친하지 않은 나를 가리키며 '참 잘도 살아가네!'라고 생각할지 모를 일이다.
혹시 내가 잘 살고 있다면, 그렇다고 할 만한 부분은
1. 힘들어도, 고통받기는 거부하는 태도.
2. 싫은 일에 대한 내적 실랑이 대신 곧바로 행동하는 연습.
3. 힘들거나 싫은 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나를 더 괴롭힐 수 없음을 알고 사라짐을
알아차리는 과정에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디까지나 나만 아는 포인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