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후기가 없어서 직접 쓰는 단식 후기(4)
하루 전(토요일), 오후 5시 30분부터 단식을 시작해
당일 밤과 다음날(일요일) 아침 소금물로 장청소를 했다.
일을 하다 조금 한가해진 오후 1시경.
채소와 과일을 썰어서 배불리 먹었다.
장청소는 몸속의 노폐물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소화할 것을 없앰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줄여 단식 중 배고픔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반신반의했지만 온종일 채소와 과일 한 접시를 먹고 저녁이 지날 때까지,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이렇게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거야?'
배고픔과 그에 관한 상념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마음이 고요해진다.
저녁을 먹지 않은 채 퇴근하고, 오랜만에 집에서 빈야사 요가를 했다.
‘수리야나마스카라(태양경배자세)’라고 불리는 루틴은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신성에 대한 존경과 경의를 비치는 인사. 비록 자세는 불완전해도, 할때마다 경건해진다.
먹어서 얻는 에너지가 없으니 몸이 평소보다 차가워질 수 있어 단식 중에는 운동이나 명상을 늘려 에너지를 보충해야 한다. 살짝 땀내고 샤워까지 마치니 왠지 모를 포만감이 올라와 희한한 기분.
명상을 마칠 때까지도 평소보다 또렷한 의식 상태로(이것이 공복의 힘인가) 평온한 밤을 보냈다.
단식 마지막 날인 월요일은 휴무.
느지막이 일어나 명상을 끝내니 12시다. 나가서 고강도 인터벌 방식의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 씻으니 1시. 어제 미리 손질해서 밀폐용기에 넣어둔 채소와 과일을 꺼내 먹는데… 삶에 대한 감사함이 몰려왔다.
채소와 과일이 예쁘고 맛있는 줄이야 익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자연이 선물한 소중한 한 끼라 생각하고 한입 한입 음미하며 먹으니 얼마나 고맙고 맛이 훌륭한지.
감동이었다.
단식이 종료되는 48시간에 가까워질수록 끝나고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보다 아쉬움이 컸다. 깨끗해진 위장에 앞으로 좋은 연료만 넣자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내 몸을 정성껏 아껴준 느낌.
5시 30분이 지나 드디어 단식이 끝나고.
휴일에 함께 장을 보는 시부모님과 팥칼국수 집에 가게 됐다. 그런데 밀가루 면을 보니 저절로 심한 거부감이 든다.
어떻게 청소한 내 위장인데 정제된 밀가루를?
면은 거의 남기고 팥국물만 연신 입에 떠 넣었다.
이틀 단식의 가장 큰 수확은 물리적인 체중 감량보다는 의식적인 면에서 두드러졌다.
고작 48시간 동안 잠시 몸을 정화했을 뿐인데
그날 이후 식사량 자체를 점점 줄이게 되고,
밀가루와 가공식품을 상당히 멀리하게 된 것.
평소에도 건강을 중시했지만 더 많이 음식에 주의하고, 지금 배가 얼마나 부른지 고픈지를 신중하게 살피며 순간순간 섭취량에 주의하는 태도가 생겼다. 너무 부족하지 않게- 배부르지도 않게.
스스로 잘 돌봐야 할 몸이라는 기계의 소중함과,
자연이 준 음식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깨달은 계기.
한 달에 한 번씩은 2-3일 단식을 꾸준히 하고 싶고
주기적인 장청소와 함께 1일 1식을 목표로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