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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에 한 일과 할 일

by Yujin


10월 5일, 연휴 첫날.


추석 전날은 대개 장을 보고 돌아와 전을 부치는 순서로 흘러가지만,

올해는 보고 싶었던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어머님과 남편을 설득했다.

마침 어머님은 스타필드에 가고 싶으셨던지라

그곳에서 다 함께 보게 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영화의 초반 몇 장면은 약간 난감했지만

함께 보는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인지 고민했던 점이 무색하리만치

생각보다 몰입해서들 봐주셔서 뿌듯했다.


이렇게 구조적이고 시의적이며 멋진 액션 영화라면 나도 액션 장르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보통의 액션 영화는 게임을 연상시키는 싸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기억 속에서 순식간에 휘발된다.


집에 돌아와서 다 함께 내일 차례 음식을 준비.

어머님이 각종 음식을 하시는 동안 남편과 나는 전을 부쳤고, 약 2시간 40분 만에 끝났다.

올해는 동그랑땡을 빼는 대신 마지막에 조기를 구워달라고 하셨는데 모종의 발전(?)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10월 6일, 추석 당일


오전에 차례를 지냈다. 나물이 슴슴해서 밥을 맛있게 먹고, 두툼한 모싯잎 송편과 과일도 먹고. 명절의 백미인 낮잠도 1시간 알람 맞춰 잤다.

오랜만에 여러 권의 책을 들추고 검색해 가며 읽고 <아메리칸 뷰티>라는 옛날 영화도 봤다.

집에서 영화를 보면 장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나 자주 끊어가면서 잘 보는지.


저녁에 명상하고, 밤 10시부터 대통령이 출연한 <냉장고를 부탁해 2>를 봤다.

예전에 예능에 출연하셨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도 천연덕스럽게 자부심 가득한 멘트를 하는 최현석 셰프와

어김없는 반전요리를 선보인 김풍 작가도 새삼 대단해 보인다.

어떤 근성과 인성의 소유자들일까.



10월 7일. 다시 출근


매장에 나가 업무에 복귀했다.

연휴 시작 전, 모든 빵과 쿠키를 쉼터에 전해드리는 바람에 할 일이 산더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손님이 적당히 들어 좋았는데, 하려고 했던 마케팅 계획들은 내일로 미뤄졌다.

에이블리에서 제안받은 베이커리픽업서비스 상품을 등록해야 하는데.

이틀의 빨간 날이 더 남았으니 차근히 해보는 걸로.


밤에는 엄마께 전화드려서 근황 토크.

나만 빼고 오빠, 새언니, 조카와 캠핑장 가셔서 은근히 서운했는데 이야기하면서 풀렸다.

모기에 엄청 물리셨다는데 올해는 왜 이리 모기가 많지?



10월 8일. 날씨가 좋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맑기보단 다소 궂은 날이 매장 매출에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멀리 놀러 나가지 않기 때문.

하지만 오늘은 햇볕이 쨍하면서 걷기 좋은 가을 날씨. 방문하는 손님 수가 급락했다. 그래도 그 덕에 에이블리 상품등록을 거의 완료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지.


오후 5시 즈음, 서울에서 형님과 형부가 오셔서 가게를 조금 일찍 닫고 100% 메밀면을 뽑는 곳에 가서 외식했다.

형님이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빵순이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난 왜 여태 몰랐지?

오늘 매장에서 구매하신 빵들을 예년보다 더 맛있게 드셔서, 부디 건강한 비건빵에 눈뜨시길 바란다.

서비스로 달지 않게 만들어드린 유기농말차라테는 맛있게 드셨으니까… 희망은 있다.


형님 내외가 오시기 전에 항상 약간의 긴장을 경험하는데(언젠가 가게 운영에 이런저런 제안을 주려고 하신 적이 있었기 때문인 듯)

막상 뵈면 또 즐겁게 웃게 되고, 감사해진다.

전에는 비건에 대한 비판적인 마음을 숨기지 않던 형부가(비건의 대척점쯤에 계심) 올해는 식사하면서 말과 행동으로 많이 배려해주셨다.

우리 모두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글날인 10월 9일인 내일 할 일은


- 새 글의 목차 써보기.

- 올해 첫 슈톨렌 테스트.

- 가능하다면 토스쇼핑 상품수정 및 추가까지.


집에서는 조금 더 길게 명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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