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의 과학 에세이
이제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발견을 위한 모든 재료가 준비되었다. 패러데이가 에너지는 옷만 바꿔 입었을 뿐 근본적으로 같은 존재임을 알아냈고, 라부아지에는 물질의 질량은 어떤 상황에서도 사라지거나 소멸하지 않고 보존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맥스웰은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고 절대 속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샤틀레는 움직이는 물체의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재료가 주어졌다고 모두가 위대한 발견을 할 수는 없다. 발견을 위한 열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제 그 열정을 찾아 다시 아인슈타인의 세계로 떠날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다른 아이들과 좀 달랐다. 아인슈타인의 부모는 어릴 적부터 많은 걱정을 했다. 3살이 될 때까지도 아이가 말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수줍음을 많이 타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보다 혼자 놀기를 좋아했다. 여동생과 부모와는 가까이 지내는 편이었지만, 투정도 많고 성격도 급해 여동생에게 자주 장난감을 던지곤 했다.
여동생 마야는 훗날 자신의 오빠인 아인슈타인을 회상하면서 ‘오빠가 장난감을 던져 종종 머리에서 피가 나곤 했는데, 되돌아 보면 천재의 여동생은 머리가 튼튼해야 하나 봅니다.’ 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대단한 음악 애호가여서, 그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배우고 모차르트나 바흐 등 유명한 명곡들을 들으면서 자랐다. 어머니로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도 물려받은 것이다. 그 때문에 그의 바이올린 연주는 수준급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16살부터 10년 동안이나 자신의 발견을 위해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은 그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열정을 일깨운 것은 작은 나침반이었다. 5살에 아버지한테 선물로 받았는데, 왜 나침반의 바늘이 항상 북쪽을 가리키는지를 알아내고 싶었다.
대학 재학시절 당시에도 물리학은 매우 새로운 학문이어서 소수의 동기생만 있었을 뿐 그의 의문에 답을 해줄 사람은 없었다. 결국, 모든 문제를 혼자 풀어야 했다. 다만 그의 외로운 열정에 힘을 준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밀레바 마리치’라는 물리학과 동기생이었다. 그녀는 음악과 물리학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아인슈타인과 함께 나누었다.
아인슈타인이 1901년 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대학에서의 강사 자리를 얻지 못했을 때도 그녀가 그를 격려했다. 밀레바 마리치와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그는 베른에 있는 스위스 특허청에 취직해서 특허신청을 심사하는 일을 했다. 안정이 찾아오자, 1903년 밀레바와 결혼을 한다. 그들은 두 아들을 두었는데, 첫째 한스 앨버트는 나중에 대학교수가 되었고, 둘째 에두아르트는 아버지 아인슈타인의 음악적 열정을 물려받았다.
이 시절에 아인슈타인은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원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특허청에서의 일에 재미도 느꼈다.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먼저 특허를 받으러 온 새로운 기술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허청에서의 일과 가족과의 시간 외의 남은 시간은 모두 물리학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갔다. 그는 뭔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따지고 캐묻는 성격이라 당시 과학에서 진실이라고 받아들였던 것들을 결코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뉴턴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럴까? 하고 다시 생각하는 일종의 의심병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이론을 세울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의 아인슈타인의 생활을 좀 더 들여다보자.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의 열정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절 그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다. 그런데 그는 자기 관심거리가 아닌 것은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아 종종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쳤다. 주변 세상이 잘 돌아가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는 식이었다. 만약 세상이 잘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그는 태평했을 것이다. 그에게 그것들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은 어떻게 이 세상을 창조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러저러한 일들이 아닌 신의 세상을 창조한 방식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신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어느 산책로였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가장 절친했던 친구 미하일 베소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함께 물리학을 공부했고, 수년 동안 철학과 물리학에 대한 토론을 벌여왔던 사이였다. 이때 두 사람은 빛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저 멀리 보이는 시계를 보고 생각했다. 둘은 빛이 시계에서부터 자신들에게 도달해 그들에게 보이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퍼뜩 뭔가를 깨닫는다. 아인슈타인은 베소에게 말하길, 고민하던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었다고 고백한다. 아인슈타인은 무엇을 본 것일까?
아인슈타인의 위대함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
우리가 아무리 빠른 속도로 여행하더라도 빛은 우리로부터 초속 30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아난다는 맥스웰의 이론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빛의 속도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그는 우주 공간을 구부렸다. 축지법의 원리처럼….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우리가 알고 있는 개념과 다르게 빠르거나 늦어져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정적인 열쇠가 된 것은 시간이었다. 빛의 속도에 가까이 움직이면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게 된 기념비적인 전환점이었다.
시간이 느려진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바로 그 순간 이후 아인슈타인에게 모든 세계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전의 사람들은 신이 세상을 만들면서 신의 시계에 시간을 맞춰 놓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우주의 어느 곳으로 여행하든지 항상 일정하며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신에게 손목시계는 없고,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일정한 것은 빛의 속도뿐이었다.
1905년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인류 역사에 있어 기적의 해가 되었다. 그는 놀랄만한 창의력을 발휘해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첫 번째 논문은 분자의 크기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2개월 후에는 빛의 본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여 그것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한 달 후에는 분자운동론에 관한 세 번째 논문을 내놓아 원자의 존재에 관한 논쟁을 종결시켜버린다. 6월 말에 발표한 네 번째 논문으로 아인슈타인은 빛과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론을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이 논문은 세상을 바꿔 버렸다.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새로운 세계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은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니었다. 오로지 빛이었다.
아인슈타인의 이 기적적인 일 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05년에 발표된 마지막 논문에서 그는 더 깊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의 새로운 이론을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연결점을 찾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너지와 질량과 빛의 상호관계이다.
그는 빛의 속도가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고 확신했다. 그보다 더 빠른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장 빠르다고 하는 것도 빛의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빛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명제를 갖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달릴 수 있는 기차를 생각해 보자. 기차가 태울 수 있는 연료를 모두 태워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려고 한다면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 만약 화석 연료인 석탄이나 석유, 휘발유를 사용한다면 그 기차 무게의 수십, 수백 배 이상의 연료를 한꺼번에 쏟아부어야 한다. 설령 그 연료를 모두 태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빛의 속도는 따라잡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답은 그 속도를 내기 위해 사용된 에너지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 많은 에너지가 다 어디로 갈까를 고민했다. 현대 과학에서 보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는 항상 일정하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빠져나갈 수 없는 어떤 곳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는 외부에서 에너지가 새로이 들어오거나 어떤 갈라진 틈으로 새지 않는 한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형태만 바뀔 뿐이다.
쓰나미는 파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바뀌면서 생기는 것이고, 수력발전은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형태만 달라진다.
아인슈타인도 생각하길 이때 만들어진 에너지는 어딘가로 가긴 가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는 기발한 상상을 한다. 에너지는 놀랍게도 물체의 질량으로 바뀐다고 본 것이다. 다시 말해 기차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기차가 빛의 속도에 99.9%에 이르면 기차가 정지해 있을 때의 무게에 비해 22배 정도가 커지고, 99.999%에 이르면 224배가 된다. 그리고 빛의 속도의 99.99999999%가 되면 기차의 무게는 무려 70,000배나 증가한다.
아인슈타인이 빛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이렇게 빛의 속도에 접근할수록 질량이 무한대로 커져, 광속으로 달리기 위해서 무한대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발상이었다. 아인슈타인 자신조차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는 1905년의 이 논문에 에너지와 질량 간의 관계를 발표하면서, 에너지와 질량은 절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또한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에너지와 질량은 서로 바뀔 수 있다. 다시 말해 에너지가 질량으로, 질량은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가 질량을 떠올릴 때면 저울 위에 있는 물질을 생각한다. 에너지를 저울 위에 올려놓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이렇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에너지가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물질로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는 질량으로 바뀔 때 동등하게 ‘너 하나 나 하나’ 나눠갖지는 않다. 결국, 그는 다음의 공식을 찾게 된다.
에너지는 질량에 광속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는 것이다. 바로 E=mc2 이라는 공식이다.
결국, 질량 1그램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아인슈타인은 확고했다. 그는 1905년에 자신의 이 위대한 다섯 번째 논문을 세상에 내 보냈다. 이 논문에 총 3페이지에 걸쳐 에너지와 질량은 광속의 제곱과 연관이 있다는 등식을 간단하게 적어 넣었다.
E=mc2
1905년 아인슈타인은 먼저 발표한 4개의 논문을 기반으로 우주의 신비한 질서를 찾아낸 것이다. 10년간에 걸친 집요한 빛에 대한 고민이 결국 꽃을 피웠다. 이 꽃에서 무궁무진한 에너지와 같은 달콤한 열매와 원자폭탄과 같은 인간에게 쓰디쓴 고통을 주는 두 열매를 맺게 된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에너지는 질량이 될 수 있고, 또 결정적으로 질량은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