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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산 Jan 28. 2020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여덟번째 이야기

고산의 과학 에세이

원자의 세계 속으로          


아인슈타인의 공식으로 사람들은 이제 우주 안의 모든 물질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예를 들어 빛의 속도인 광속은 초속 30만 킬로미터이다. 이것을 제곱하면 초속 900만 제곱킬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된다. 이 숫자에 질량을 곱하면 셀 수조차 없는 양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물질 속에 숨은 에너지를 모두 밖으로 끄집어낼 수만 있다면 인류가 겪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이론은 너무도 허황되어 보였다. 아인슈타인 역시 이 때문에 혹시 신이 자신을 놀리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서서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발표 후 몇 달이 지나서부터 그의 논문을 읽은 사람들이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은 이전까지는 빛에 대해 고민하느라 바빴지만 이후 4년 동안은 그 질문들에 일일이 답변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물론 그의 생활이 전보다 나아지지는 않았다. 그의 논문이 세상에 미칠 영향이 어떤 것인지를 몰았던 사람들은 당황하기만 했다. 오랜 세월을 진리라고 믿었던 모든 현상이 뒤집어지는 상황을 사람들은 원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당시의 과학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아마 그들이 없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세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특히 막스 프랑크는 아인슈타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양자론에서 중요한 인물인 그는 조수를 보내 그를 초청하고 세계의 내로라하는 물리학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인정할 것을 독려했다. 


4년의 세월이 흐른 후,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원했던 취리히 공과대학의 교수가 된다. 그때부터 그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 후 베를린 대학 물리학과 교수가 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이름도 널리 알려진다. 그는 마침내 ‘현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필요했다. 에너지가 응집된 물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의 문제였다. 우리는 물질이란 ‘원자’라는 극히 작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배워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나오기 전까지 원자는 전혀 미지의 세계였다. 그러다 독일의 과학자인 루트비히 볼츠만이, 물질은 무한히 작은 조각으로 나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질은 기본 입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원자’라는 설명이었다.


볼츠만은 1850년대 증기 기관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고, 증기 안의 엄청나게 많은 구와 같은 원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수학 공식으로 보여줬다. 그 공식은 아주 정확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원자의 세계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볼츠만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신이 창조한 위대한 자연의 현상을 미세한 원자 구슬의 움직임이라고 한 볼츠만에게 돌을 던졌다. 신을 모독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볼츠만은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원자의 존재를 증명한 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다음 해에 목을 매 자살하고 만다. 


아인슈타인은 볼츠만이 갖고 있던 원자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 해에 발표한 논문 중 특수상대성이론은 세상의 운명을 바꿔 놓았고, 빛의 성질에 관한 논문은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원자의 세계를 증명한 논문은 전혀 달랐다. 


아주 작은 꽃가루 입자가 물 위에서 어떤 움직임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발견이 있기 약 80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다.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물 위에 떠 있는 꽃가루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 꽃가루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물 위에서 움직였는데, 이것을 ‘브라운 운동’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80여 년을 잊혀진 채 있다가 아인슈타인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운동이 물속의 원자의 움직임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꽃가루가 고요한 물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그것에 무언가가 부딪히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물은 원자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 서로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자가 없다면 꽃가루는 움직임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꽃가루의 움직임의 크기로 원자의 크기도 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지름이 10의 10 제곱분의 1미터였다.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따지면 원자 백만 개를 세워야 겨우 머리카락의 두께가 된다. 만약 물 한 컵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지구의 모든 바닷물을 담은 컵의 수보다 많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은 원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모든 화학 원소들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원소에 따라 다른 성질을 나타낸다는 것이 보편적인 사실로 인정받고 있다. 

‘분광학’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과학이 이에 대한 희미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분광학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여러 원소의 원자가 내는 고유한 빛의 색깔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꺾이면서(굴절)빨주노초파남보로 흔히 불리는 여러 색깔의 스펙트럼으로 나누어진다(분산). 빛이 다른 물질을 통과할 때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무지개는 태양 빛이 물방울을 통과해 굴절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펙트럼을 이루는 색깔들은 각각 다른 파장을 가지게 된다. 보랏빛은 파장이 가장 짧고 빨간빛은 가장 길다.

과학자들은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원소를 이루는 원자들 역시 여러 색깔의 빛을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원소는 종류에 따라 나타나는 빛의 색깔이 달랐다. 즉 각각의 원소는 고유한 색깔을 띠는 스펙트럼을 가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어떤 물질이 특정 색깔들을 내놓을 경우 그 물질에 포함된 원소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트륨을 포함한 화학물질을 가스 불꽃에 넣어보면 불꽃이 분명한 주황색을 띤다. 따라서 주황색 불꽃을 통해 물질에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분광학은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를 알아내는데 유용한 방법이 되었다. 

헬륨 원소는 지구보다 태양에서 먼저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이 태양의 홍염에서 헬륨 원소가 갖는 고유한 스펙트럼을 검출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원소를 그리스어로 태양을 의미하는 helios에서 유래해 ‘헬륨’이라는 부르게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자의 세계를 찾아 떠나보자. 

물질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 대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데모크리토스가 시작했다. 물론 그 세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증명이 있었던 후에도 과학자들이 원자의 개념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때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당시 과학자들에게는 찾아낼수록 찾아야 할 게 더 많았던 것이다.

원자의 존재가 증명되기 약 100년 전인 1803년, 영국 과학자 존 돌턴은 최초로 원자에 관한 이론을 내놓았다. 데모크리토스와는 달리 그의 이론은 증명을 기초로 하고, 그 증명은 화학적 원소들의 실험으로 얻었다. 

돌턴은 모든 물질은 쪼개지지도 않고 파괴할 수도 없는 원자들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소를 작은 당구공들로 생각했다. 원자들은 각각의 원소들에 따라 달랐다. 예를 들어, 금은 고체의 금원자로 생각했다. 현대에 밝혀진 원자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발표되고 난 후, 원자의 세계는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낸다. 

20세기 초 X-선이 발견되면서 원자 세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X-선은 독일과학자 빌헬름 뢴트겐(1845-1923)이 발견했다. 그는 실험하던 중에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을 보았다. 검은 종이로 싸둔 사진 인화판이 빛이 들어온 것처럼 검게 자국이 나 있었던 것이다. 뢴트겐은 이 현상을 X-선이라 했다. 이 이름을 붙인 이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괴이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X-선은 고체 물체를 통과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여러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또한, X-선은 원자의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를 주었다. 바로 이것이 원자 속 전자들의 운동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이어 폴란드 태생인 물리학자 마리 퀴리가 결정적인 발견을 한다. 그녀는 많은 양의 우라늄 광석을 얻어서 정제하기 시작했다. 광석에서 모든 우라늄을 제거한 후에도 여전히 방사능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 방사능은 광석에 있는 다른 원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퀴리는 이것이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라듐과 폴로늄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두 원소는 병원에서 방사능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암세포를 죽이는 데 사용하는 방사선이 바로 이것들에서 나온다. 그런데 퀴리 부부는 자신들이 발견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했다. 당시의 사람들 역시 새로운 원소의 발견에 환호했을 뿐 그것의 성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라듐을 이용해 향수를 만들고 비누나 화장품을 만드는 등 엉뚱한 쪽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퀴리가 내놓은 비밀은 훗날 과학자들이 방사능의 특별한 성질들을 연구하면서 밝혀지기 시작한다.      


1919년에는 세상을 들썩이게 하는 위대한 발견이 이루어진다. 최초의 연금술사라 할 수 있는 러더퍼드가 주인공이다. 그로 인해 원자에 대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를 최초로 성공한 연금술사로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현자의 돌을 찾은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연금술이란 일반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경제적인 매력은 위대한 과학자 뉴턴이나 보일, 로크로 하여금 이 연구를 하도록 오랜 세월 유혹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원소를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한다. 그러다 러더퍼드가 방사능을 내보내는 라듐이 공기 중의 질소를 수소와 산소로 만드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원소의 성질이 바뀐 것이다.


그의 발견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인슈타인에 의해 원자의 크기만 알 뿐 아무것도 모르던 때였다. 러더퍼드는 원자의 세계가 우리의 태양계처럼 새로운 세계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원자보다 10만 배나 작은 핵이라고 불리는 물질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렇다면 핵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구슬을 생각해 보자. 핵은 이 구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주의 모든 물질은 이 구슬이 어떻게 결합하여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구슬이 하나만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수소’라고 부른다. 그 구슬을 양성자인 ‘proton’이라고 부르는데 그리스어로 ‘첫 번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원소들은 이 구슬, 즉 양성자를 더해 만들어진다. 

구슬이 두 개 모이면 헬륨이 된다. 하나가 더 더해져 세 개가 모이면 리튬, 그리고 생명체를 이루는 탄소는 6개의 구슬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 또 두 개를 더하면 우리가 호흡하는 데 꼭 필요한 산소가 된다.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은 무려 92개가 모여 만들어진다. 

러더퍼드는 이렇게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 원소의 성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드디어 에스턴에 의해 원자의 무게를 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의 이론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수소의 무게가 1이라면 산소의 무게는 8개의 양성자이기 때문에 8이어야 하는데 예상보다 더 무거운 16이 나온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원자의 핵 안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 답을 찾는 데는 12년이란 세월이 더 지나서였다. 


러더퍼드가 케임브리지 캐번디시 연구소의 소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제자들을 독려하여, 자신이 알지 못한 핵 안의 그 무엇을 찾도록 했다. 그러다 ‘제임스 채드윅’이란 사람이 러더퍼드가 찾던 그것을 찾아낸다. 그것은 양성자와 무게가 거의 같지만, 전기적인 성질이 없어 쉽게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이름도 ‘중성자’라고 붙였다. 

채드윅의 발견으로 원자의 무게에 대한 문제가 풀렸다.

예를 들어 헬륨이 수소 원자의 네 배가 된 이유는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산소도 양성자 여덟 개와 중성자 여덟 개의 무게를 합해 나온 것이다.


드디어 1932년 원자를 이루는 물질에 대한 큰 그림이 완성된다. 원자는 중심에 아주 작은 핵을 가지고 있고, 원자의 무게는 이 원자핵의 무게와 거의 같다. 그리고 그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되어 있다. 핵의 주위로는 질량이 거의 없는 전자가 움직이고 있다.

이제 이들이 밝혀내야 할 것은 이들이 어떻게 서로 뭉쳐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들이 알고 있는 물리 법칙으로는 핵이 도저히 뭉쳐 있을 수 없었다. 자석의 +극과 +극은 서로 붙는 것이 아니라 밀어내는 것처럼 원자핵의 양성자는 +극의 성질이 있어 양성자끼리는 뭉쳐 있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럼 무엇이 이들을 서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서 과학자들은 숨어 있던 새로운 힘을 발견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두 가지 자연의 힘만을 알고 있었다. 하나는 우리가 지구에 붙어 있고,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게 만드는 힘, 즉 중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석과 같은 것에서 나오는 전자기력이다. 그런데 핵에서는 전혀 다른 힘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강한 핵력’이다. 

이 힘이 서로 같은 +극인 양성자를 결합하고 있다. 이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다. 중력이나 전자기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우리를 지구로 끌어당기는 중력의 1조의 1조, 그리고 다시 1조 배를 더한 힘이다.


이 원자 핵 안에 존재하는 힘을 알고서 과학자들은 그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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