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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산 Jan 28. 2020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열여섯번째 이야기

고산의 과학 에세이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의 충돌       

   

블랙홀이 더 이상 흡수할 물질이 없으면 그 활동을 잠시 멈추고 있다. 하지만 다시 활동적으로 변하는 때가 있다. 신선한 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하 중심의 초대형 블랙홀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다른 은하와 충돌해 새로운 가스나 물질들을 얻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다지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바로 우리은하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하는 1000억 개의 항성을 가진 나선형 원판 모양인데, 우리은하로부터 2백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가 그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를 관찰하다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이 이웃 은하는 초속 120km, 시속435,000km의 속도로 우리 은하에 접근하고 있다. 아마 40~50억 년 후에는 두 은하가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충돌 이후에 벌어진다. 지구 생태계에서 덩치가 큰 육식 동물이 약한 초식 동물을 잡아 먹는 것처럼 우주에서도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된다. 큰 은하가 작은 은하를 삼켜 덩치가 더 커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일은 우주의 여러 은하에서 과거에도 있어 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먼 미래에도 이러한 일은 계속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은하포식’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두 은하가 충동할 때를 찾아가보면 어떨까? 이들은 조용히 만나 서로 악수하며 친한 친구처럼 병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폭발과 빛이 발생하고 모든 것들이 산산조각날 것이다. 만약 정면으로 만난다면 앞쪽이 뭉개지면서 압축이 되겠지만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는 비스듬히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두 은하의 충돌로 폭발과 산산조각나는 상황이 별과 별의 충돌로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별과 별이 부딪히며 쏟아내는 엄청난 빛을 생각하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수많은 별들을 갖고 있는 이 은하들이 대부분 빈 공간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하에 있는 두 별 사이의 평균 거리는 50조 킬로미터나 된다. 따라서 두 은하가 합쳐질 때 별들끼리 충돌할 확률은 매우 희박한다.


물론 큰 별은 직경이 160만 킬로미터나 되는 것도 있다. 이들은 크기가 커서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은하의 직경이 무려 10만 광년이나 되고 1광년만 해도 9조 4000억 킬로미터이다.

때문에 10만 광년의 직경을 가진 은하가 아무리 많은 별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두 은하가 서로 관통할 때 서로 충돌할 확률은 극히 작은 것이다. 서울 한쪽 끝에서 던진 구슬이 반대쪽에서 던진 구슬과 부딪힐 확률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별끼리 부딪힐 확률이 낮다면 어떻게 그 엄청난 폭발과 빛을 발하게 될까? 어떤 힘이 이들을 부수고 멀리 튕겨낼 수 있을까? 

은하와 은하의 충돌에서 이러한 파괴를 불러오는 것은 바로 중력이다. 각각의 은하에 있는 별들의 질량이 더해져 거대한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가 호수 위에 돌 하나를 던지면 하나의 파동이 퍼져 나간다. 하지만 수십개의 돌을 던지면 각각의 파동이 만들어진다. 이 힘으로 별들을 수천 광년이나 날려버리기도 한다.


그럼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의 충돌을 한번 보자. 

두 은하 모두 나선형 은하인데 안드로메다은하가 우리은하보다 2배나 크고 우리 태양과 비교해 3억 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버티고 있다. 두 은하가 가까이 가게 되면 서로를 춤추듯 빠른 속도로 돌며 서서히 하나가 된다. 중력이 이 아름다운 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회전하면서 각 은하들은 나선형의 꼬리를 만들고 이 꼬리들은 우주의 접착제라고도 하는 암흑물질이란 미스테리한 물질이 에워싸게 된다. 아직까지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이들 암흑 물질이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22%를 차지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그럼 잠깐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에 대해 알아보자. 우주에는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소, 헬륨들의 물질은 4%밖에 되지 않는다. 우주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암흑에너지로 74%를 차지한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암흑 물질은 약간씩 그 존재가 드러나고 있지만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등 전자기파로는 검출되지 않다. 오로지 중력장이란 것을 통해 관측할 수 있다.      

이 암흑물질이 꼬리를 감싸게 되면 이 꼬리들은 은하를 삼킬 정도로 커지게 된다. 몇번이고 서로 충돌하며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서서히 서로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하나로 된 것이다. 우리 은하로서는 50억 년 만에 겪게 되는 엄청난 충돌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 태양계는 어떨까? 우리의 태양계는 은하의 바깥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두 은하가 충돌하면서 나선형 꼬리가 부서지면서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은하들끼리 서로 만날 때 별들은 길게 이어지며 꼬리를 만드는데 우리 태양계는 이 꼬리 부분에 있어 은하합병을 관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합병 과정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충돌은 수억 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태양계가 처할 또 다른 운명은 충돌의 여파로 튕겨지는 것이다. 아마 수십만 년에 걸쳐 우리 은하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멀어질수록 은하 충돌을 보기 위한 전망을 좋아지겠지만 우주 속으로 몇 광년 밖을 이리저리 이동하며 여행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태양계가 부딪히는 은하의 한 가운데 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아마 직접적인 충돌로 인한 강한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태양은 물론이고 지구와 우리 행성들 모두 산산조각나 결국은 먼지로 변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은하의 외곽에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충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별들과 우주 안의 먼지, 가스같은 물질들이 우리 태양계 행성들 주변으로 날아들면서 공전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은하들 간의 합병으로 새로운 은하는 더 커질 것이다. 수많은 별들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물질이 생겨나 은하는 예전보다 빽빽해진다. 도심 한복판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번잡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번잡해지면 서로 부딪히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중력에 의해 파괴되어 은하 안을 떠돌던 물질들을 흡수한 별은 거대해지면서 초신성으로 성장할 것이다. 

초신성의 폭발에 의한 충격파는 수많은 별이나 행성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작은 별은 폭발의 소용돌이 휘말리고 행성들은 파괴되는 큰 재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우리 태양계 주변에서 일어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게 된다.


그럼 두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은 어떻게 될까? 

블랙홀은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일어날 일은 두 은하가 합쳐질 때 두 개의 초대형 블랙홀이 합쳐진 은하의 중심으로 이동해 들어간다. 그리고 잠시 동안 한 쌍의 블랙홀로 소용돌이치면서 형제처럼 있을 것이다. 

두 블랙홀이 왕성한 식욕으로 주변에 있는 가스들을 집어삼키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외부로 방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는다. 더 이상 흡수할 가스가 없으면 큰 은하의 블랙홀이 작은 은하의 블랙홀을 노리고 다가온다. 그리고 결국엔 작은 블랙홀이 큰 블랙홀에 의해 흡수되고 만다. 그리고 은하의 중심도 커지고 은하 자체도 커진다. 이렇게 한 은하가 더 큰 은하와 충돌을 하게 되면 더 큰 은하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주의 생존방식이다. 

우리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생태계의 원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러한 은하간의 생존방식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지금의 우리은하도 마찬가지로 작은 은하들을 합병하면서 성장해 왔다. 우리은하의 중앙 부분이 불룩한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합병이 앞으로 40~50억 년 후에 다시 재현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은하가 태어나 격렬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충돌하며 새로운 은하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은하들이 서로를 끌어들이며 충돌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1990년에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이들을 찾고 있다. 이 망원경이 찾아낸 은하들은 충돌때문에 모습이 바뀌어 가는 것들이었다. 11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 있는 NGC 2207은하와 IC 2163과 같은 은하는 이제 막 충돌이 시작된 은하이다. 이 두 은하는 소용돌의 끝부분들이 먼저 충돌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억 년 후면 완전한 하나의 은하로 자랄 것이다. 

6300만 광년 거리에 있는 안테나 은하도 두 은하가 충돌해 그 충격으로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는 과정에 있다. 이 은하는 까마귀 자리에 있는 은하로 1785년 윌리엄 허셜이 발견한 것이다. 이들이 충돌하기 전, 하나는 나선은하이고 또하나는 막대 나선은하였는데, 대략 12억년 전에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충돌로 생긴 재미 있는 은하도 있다. 고리은하라는 5억 광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이 은하는 작은 은하가 큰 은하의 중간을 뚫고 지나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은하들이 이렇게 서로 만나게 되는 것은 중력이라는 우주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 때문이다. 은하수라고 불리는 우리의 은하도 몇 번의 충돌을 경험하고 지금의 모양을 하고 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천체는 이러한 중력의 영향 아래 있는데 거대한 은하들도 중력으로 인해 서로 잡아당기게 된다. 지금은 평온한 모습이지만 모든 은하들은 앞으로 100억 년 후에는 서로간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우주는 고요하고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 아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이렇게 충돌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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