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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산 Jan 28. 2020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열다섯번째 이야기

고산의 과학 에세이

은하를 만드는 초거대 블랙홀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 넓은 우주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별들이 훨씬 더 많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는 그 넓은 우주의 먼지보다 작은 태양계 안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 넓은 우주의 존재를 세상에 알려준 사람이 있다. 바로 에드윈 허블이다. 허블의 발견 전까지 우주는 우리은하가 전부였다. 밤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은하수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윌슨산 천문대에서 우리은하 밖에 무수히 많은 은하가 있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허블의 발견으로 천억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10만 광년의 작은 우주에서 수십억 광년을 이상의 넓은 우주로 확장되었다. 


이제 우주에는 우리은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은하가 만들어졌다 사라지고, 때로는 서로 병합해 더 큰 은하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은하들의 한 가운데에 상상할 수 없이 큰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은하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은하의 중심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곳은 수많은 별과 가스, 먼지에 둘러싸여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전파망원경에 증기가 새어 나오는듯한 소리가 잡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과학자들은 소리가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찾아 헤매다 그것이 궁수자리 A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이 혹시 은하의 중심이 아닐까 하는 논쟁이 벌어졌다. 사실 앞에서 말한 이유때문에 은하의 중심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파장이 긴 적외선은 먼지를 통과하기 때문에 이것을 관찰하면 은하의 중심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바로 적외선 망원경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적외선 탐지기를 부착한 상태로 관측하자, 점점 많은 별들이 보였고, 바깥쪽 별들보다 안쪽의 별들이 더 강한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심의 은하로 갈수록 별들도 점점 많아졌는데 이 신호가 정점에 달했다가 그 후 신호가 약해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경계가 바로 우리은하의 중심이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찾으려고 애썼던 전파의 진원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의 양으로 보아 그곳은 보통의 별이 아니었다. 과학자들은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믿고 싶지 않았던 블랙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아 블랙홀이 실체를 드러냈다. 


그곳의 별들은 아무 것도 없는 빈 공간처럼 느껴지는 곳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타원의 궤도로 움직이면서 그 중심에 가까이 가면 공전 속도는 빨라지고 멀어지면 공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태양계에서도 일어난다.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도 태양에 가까이 가면 중력의 영향으로 공전 속도가 빨라지고 멀어지면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 

과학자들은 이 항성들이 회전하고 있는 그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별들의 이동 속도와 돌고 있는 궤도 간의 간격을 통해 블랙홀의 질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했는데 우리 태양보다 무려 4백만 배나 더 큰 것이었다.

그리고 그 블랙홀은 우리은하의 중심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에서 우리가 발견한 은하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블랙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거대한 초대형 블랙홀들은 우주가 탄생했던 빅뱅이 일어난 후에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빅뱅은 상상할 수 없는 밀도를 가진 아주 작은 우주의 씨앗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순간 이 작은 우주의 씨앗이 폭발하고, 이 폭발로 우주가 팽창하며 에너지들이 뿜어져 나온다. 이 최초의 에너지는 물질로 바뀌게 된다. 


사람들은 처음에 어떻게 에너지가 물질로 바뀌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해답을 아인슈타인이 주었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에너지인 E는 물질 M과 서로 변환 가능하다는 공식이 나온 상태다. 

이때 에너지가 변환한 물질들은 일종의 스푸와도 같다. 너무 뜨겁기 때문에 원자로 형성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이것들이 식으면서 원자와 우주의 구성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이때 중력이 수십억 년에 걸쳐 그 힘을 발휘한다. 서서히 가스와 우주 구성 물질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우주를 구성한다. 이제 뜨거운 원시 가스구름들이 중력에 의해 서로 뭉치게 되는데 천만 년에 걸쳐 수소구름들이 합쳐져 점점 밀도가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최초의 별이 탄생한다. 이때 만들어진 별은 우리 태양의 수백 배에 달하는엄청난 거성이다. 

이렇게 큰 별은 태양처럼 오래 살지 못한다. 작은 나뭇가지를 조금씩 태우는 것보다 캠프파이어처럼 일시에 장작을 몰아 넣어 태우면 더 빨리 타버리는 것처럼 초거성은 연료를 일시에 태워버린다. 이렇게 빠르게 불타다 연료가 바닥나면 폭발해 ‘슈퍼노바’라고 불리는 초신성이 된다. 이 초신성은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내부로 함몰해 들어가는데 그 밀도가 아주 높아진다. 그리고 얼마후 초대형 블랙홀로 탄생한다. 이 블랙홀의 주변으로 흩어진 먼지와 가스가 다시 작은 별을 만들고 블랙홀의 중력에 의해 그 주위를 회전하며 은하를 형성한다. 

그런데 이 블랙홀들은 욕심이 지나쳐 가스나 행성, 별은 물론이나 은하까지도 집어 삼켜버렸다. 그래서 질량이 커지면서 거대한 은하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대형 블랙홀과 작은 블랙홀은 어떻게 다를까? 만약 우리가 우주 여행을 하면서 이들 블랙홀과 만난다면 가급적 큰 블랙홀을 만나는 것이 안전한다. 작은 블랙홀이라면 그 블랙홀과 만나기도 전에 우주선은 물론이고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까지 분해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는 블랙홀처럼 큰 블랙홀은 빨아들이는 물체에 큰 손상을 주지 않는다. 이들의 질량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그 안쪽 공간은 아주 넓어 사건의 지평선(이벤트 호라이즌)을 거슬러 나오는 것도 가능하고 블랙홀 안에 들어가서도 형체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블랙홀 내부의 원심력이다. 이곳에서의 원심력은 너무 강해 그곳을 나오려는 물체와 들어오는 물체 간에 충돌하게 되고 그로인해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뜨거운 고밀도의 플라즈마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결국 모든 물질들을 완전히 불태워버린다.      


그렇다면 초대형 블랙홀의 경우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빨려 들게 될까? 초대형 블랙홀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최대 16억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우리에게는 안전하지만 블랙홀에게는 어쩔 수 없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블랙홀이 있는 은하의 중앙은 가스가 거의 없어 이제 더 이상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활동성도 많이 떨어진다. 우리 은하의 블랙홀도 현재 에너지를 거의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하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블랙홀의 먹이가 될 물질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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