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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산 Jan 28. 2020

아인슈타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_열네번째 이야기

고산의 과학 에세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발견한 블랙홀      

    

그런데 어떻게 이것에서 블랙홀을 찾게 되었을까? 현대 과학으로도 풀지 못하는 우주의 신비 블랙홀은 우리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풀어낸 과학의 산물이다. 바로 슈바르츠 실트라는 독일의 천문학자에 의해서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연구하다 블랙홀의 존재를 발견한다. 그가 계산해 낸 어떤 지점을 보니 그것은 빛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블랙홀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것을 다시 한번 보자.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고 했다. 우리의 지구도 마찬가지이다. 지구 주위의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그래서 달은 지구에 의해 휜 공간을 따라 지구를 공전하고 있다. 그럼 태양은 어떨까? 태양은 지구하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천체이다. 질량이 그만큼 더 크다는 이야기이다. 

그 질량이 차지하는 정도로 공간을 더 많이 휘게 만든다. 

우리가 이불을 평평하게 하고 탁구공을 올리면 약간 들어가지만, 그 위에 축구공을 올려 놓으면 움푹 패이게 된다. 그럼 태양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천체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태양보다 30배 이상의 천체, 즉 거대한 별이 공간을 휘게 하는 정도는 태양돠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폭발해 지구만한 크기의 엄청난 중력을 가진 중성자 별이나 아주 작은 점으로 축소된 엄청난 밀도의 천체가 만드는 왜곡된 시공간은 깊은 홈을 만들게 된다. 


자신의 이론으로 이러한 공간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대한 끔찍한 저주로 생각했다. 블랙홀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신이 만든 우주는 질서 정연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지만 블랙홀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시간과 공간이 무한대로 뒤얽히는 것은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시 이것이 너무 기이한 것이어서 있을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의 이론으로 나온 것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찾기 위해 최첨단의 장비를 동원해 우주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랙홀로 보이는 유력한 후보들을 찾을 수 있었다. 블랙홀로 보인다는 천체가 알려지면서 그것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였다.


당시 블랙홀 연구의 대가인 킵손과 호킹의 내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다. 블랙홀의 첫번째 후보는 백조좌의 X-1이었다.

호킹은 킵손과 함께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1년간 연구를 하다 그 소식을 듣게 된다. 그때 두 사람은 X선이 방출되는 이 천체가 블랙홀인지 아닌지를 놓고 내기를 벌였다. 호킹은 그곳에 블랙홀이 없다는 쪽에 걸었고, 킵손은 있다는 쪽에 걸었다. 그리고 호킹이 내기에 질 경우, 다시 말해 블랙홀이 그곳에 있을 경우 성인용 잡지 1년 정기 구독권을 주기로 약속한다. 결과는 그 천체는 블랙홀로 밝혀졌다. 당시 호킹은 내기에서 진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을 블랙홀을 연구했는데 블랙홀이 없다면 그의 연구는 헛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블랙홀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블랙홀을 직접 관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물질을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가능하다. 블랙홀은 근처의 물질을 회오리 바람의 형태로 빨아들인다. 토네이도처럼 빨려들어가는 물질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블랙홀이 태양과 같은 별의 주위에 있다면 이 별은 블랙홀의 강력한 인력에 의해 찌그러지게 된다. 곧이어 별의 가스들이 별에서 빠져 나와 블랙홀 쪽으로 이동해 실처럼 길게 늘어져 블랙홀 주위를 소용돌이치듯 회전한다. 이때 이 소용돌이의 지름은 10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또한 수백만 년이나 지속된다. 

블랙홀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삼킬 수 없는 물질은 뱉어내게 된다. 별을 구성하던 물질의 일부는 다시 우주로 분출된다. 블랙홀 중 길게 깔대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 투명한 유리컵에 물을 담고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린 다음 저어 보자. 그럼 그 기름은 길게 실처럼 늘어지면서 중심을 향해 돌게 된다. 별도 이 기름처럼 블랙홀의 주위를 길게 늘어져 돌다가 블랙홀의 내부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물질을 빨아들이지 않는 블랙홀은 어떻게 찾을까? 떠돌아 다니는 블랙홀은 또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러한 블랙홀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꼭꼭 숨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블랙홀도 찾아낼 방법은 있다. 바로 빛을 이용하는 것이다.

블랙홀이 멀리 있는 별의 앞을 지날 때는 블랙홀의 중력이 별의 빛을 굴절시킨다. 이것을 관찰해 블랙홀을 찾아낸다. 그렇다고 이것을 찾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인내와 열정이 없으면 안 된다. 확률적으로도 백만분의 일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블랙홀이 생성되는 순간까지 찾게 되었다. 블랙홀이 생겨나는 것은 우주에서도 아주 큰 사건이다. 그래서 멀리서도 그것을 관측할 수 있다. 이것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감마선을 관측해야 한다.


우리 눈으로 보이는 우주는 사실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빛은 낮은 에너지 형태인 전파에서부터 에너지가 가장 큰 감마선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는데 감마선은 그 중에서도 투과력이 가장 뛰어나다. 이러한 감마선이 지구에 도달하는 것은 수십 년 전부터 관측되었지만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다가 최근에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 격렬한 폭발은 단 몇 초만 이어지고 지표면에서는 관측이 어려워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먼 우주의 초신성 폭발이란 것을 알게 되고 그 폭발의 한 가운데에서 무시무시하고 놀라운 것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거대한 별의 죽음과 블랙홀이란 괴물의 탄생이었다. 

이 초신성은 별의 내부가 안으로 붕괴해 들어가면서 수십억 톤의 물질 위에 다시 수십억 톤의 물질이 얹혀져 일어난다. 그리고 폭발하는 별은 점점 작아져 결국 하나의 점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죽은 별의 잔해에서 블랙홀이 탄생한 것이었다.


우리은하는 1000년에 한 번 꼴로 거대한 별이 죽고 그곳에서 블랙홀이 탄생한다. 얼른보면 많지 않아 보이지만 우주의 역사가 137억 년이란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별의 죽음과 블랙홀의 탄생이 있어온 것이다.

그러한 블랙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예를 들어 우리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수영장에서는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수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영장이 아니라 깊고 물살이 센 강에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계곡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온 강한 물살 때문에 상류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수영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만약 물살이 더 센 강에서 거슬러 오르려 한다면 어떨까? 오히려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떠내려갈 것이다. 블랙홀 주변이 바로 이러한 물살이 센 거친 강과 비슷한다. 

우리가 아무리 거슬러 가려 해도 그것은 불가능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의 상류에서 수영을 한다면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다. 하지만 폭포 가까이 가면 어느 지점부터는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폭포수와 함께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블랙홀에서 마찬가지로 어느 지점부터는 그 블랙홀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이벤트 호라이즌’이라고 한다. 우리 말로는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르기도한다, 우리가 지평선 너머의 일을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 블랙홀도 그 선을 넘으면 빛조차 빨려 들어가 우리가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우주선을 타고 가다 이벤트 호라이즌에 접근하는 순간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해 보자. 아마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힘에 휩싸이게 된다. 그때부터는 블랙홀에 빨려들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우주선은 분자를 연결해 주는 힘보다 블랙홀이 강하기 때문에 스파게티의 면발처럼 길게 늘어날 것이다. 결국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블랙홀이 우리 앞에 정체를 드러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숨어 있던 블랙홀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는 그 힘은 온 우주를 통틀어 가장 무서운 힘일 것이다. 그 무서운 힘은 우리를 속이며 정체를 감추고 있다. 사실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검은 구멍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 어떤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블랙홀은 우리가 편식하듯 빨아들이는 물질을 가리지 않는다. 주변의 가스는 물론이고 심지어 무거운 별이나 행성까지도 빨아들이다. 별을 삼킬 때에는 별의 바깥층부터 분해해 갈라놓는다. 그리고 그 잔해들이 길게 이어지면서 우리가 욕조의 물을 뺄 때 물이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듯이 별이 완전히 산산조각나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때 그곳에서 많은 양의 방사능이 방출된다.

그런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홀이 어떻게 우주로 에너지를 뿜어낼 수가 있을까? 블랙홀 안으로 물질이 빠지면 원판 모양을 이루면서 소용돌이친다. 마치 하수구에 물이 내려갈 때처럼 말이다. 이때 소용돌이 속 물질의 속도는 광속에 가깝다. 물질이 광속에 가까우면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블랙홀은 좁은 구멍에 많은 양의 물건을 집어넣는 것은 커다란 양동이를 이용해 작은 음료수 잔에 물을 채우는 것처럼 대부분 들어갈 수 없다. 

이때 블랙홀 안에서 고속으로 소용돌이치는 물질은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해 막대한 양의 가스를 뿜어낸다. 이 나선형 가스 분출은 태양에너지의 천만 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리고 그 충격파가 주변에 전달된다. 


작은 은하들에서는 이러한 가스분출이 새로운 태양계의 생성에 있어 중요한 힘이 되기도 한다. 중심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가 충격파를 타고 퍼져 새로운 태양계를 생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아주 많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우리은하에만 해도 백만 개 정도의 블랙홀이 있다고 한다. 실체를 볼 수 없어 바로 우리 곁에 있어도 모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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