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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끼 Jun 29. 2020

메트로폴리탄 인턴쉽 후기–3

5. 멧 구내식당이 대단하다


첫날 E는 "유끼 여기.. 구내식당이 맛있어.. 내일 나랑 밥 먹자.."라는 따뜻한 제안을 해줬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별 기대 없이 구내식당에 갔고, 나는 이 날 이후 미술관에 밥 먹으러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구내식당은 멧 지하에 위치해있다. 식당 가는 길은 마치 들어와서는 안 되는 지하 던전 같다. 화물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상자가 쌓여있는 좁은 길을 통과하면 구내식당이 등장한다.


사실 한국 회사의 구내식당을 가본 적이 없어서 이게 작은 건지 큰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카페테리아였다. 무엇보다 비건 옵션이 무척 다양했다. 고기랑 유제품을 많이 먹으면 대장과 위가 꼬여버려서 베지테리안과 비건 옵션을 매우 선호한다. 그런 나에게 이곳의  샐러드바는 최고였다.

보통 뉴욕 적당한 델리에서 뷔페식 샐러드를 먹으면 무게에 따라 8불에서 10불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이 곳은! 저 라지 사이즈 박스에 [무게 상관없이] 6달러. 그것도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이 가득! 감동!

맨날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샐러드 먹었다. 인턴쉽이 끝난 지금도 다 모르겠고 저 샐러드가 너무 그립다. 하지만 햄버거 코너가 사실 제일 인기 코너 같았다. 비건을 위한 비욘드 버거 햄버거도 참 자주 먹었다.

이건 또 내가 자주 먹던 붓다 밥. 일명 부처님 밥. 이 사람 밥 후기 밖에 할 말이 없나 싶죠? 네



6. 그건 아니고, 진짜 일은 이제 시작


첫 이틀은 사원증을 얻기 위해 E와 난리법석을 떨었다. 슈퍼바이저와 HR팀이 갑자기 바쁘셔서, 슈퍼바이저 대신 E와 함께 HR팀을 찾아 나섰다. 수줍음 많은 E와 오랜 시간 헤매고 기다려서 겨우 HR팀을 만났다. 인턴쉽 계약서를 작성하고, 그렇게 겨우 받은 내 사원증.

무려 1997년에 제작된 파일에 내 계약서들을 꽂아서 주셨다. 새빨간 사원증 줄과 나를 보자니..


"역시 가을 뮤트인 나에게는 이런 비비드 한 레드는 안 어울리는 군!"


농담 같지만 진짜 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도 사원증을 받았으니 이제 E의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사원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자리에 돌아오니 이틀 만에 겨우 보는 슈퍼바이저와 인사를 하고, 나머지 두 명의 디자이너들하고도 인사를 했다. 또 인턴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나랑 같은 대학원 학생이었다. 비록 그녀는 일주일에 딱 하루 6시간 정도만 일을 하는 리서처였다. 별 교류는 없었지만, 참 똘똘한 친구라는 인상이 강했다.


시간 얘기를 하자면, 나는 1주일에 20시간을 일하는 파트타임 인턴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누구도 나의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지도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첫 1-2주는 맡은 일이 거의 없고, 어안이 벙벙해서 20시간 간신히 채우고 다녔다. 살짝 일찍 퇴근도 했다.( "유끼 일없으면 퇴근해!"라고 모든 팀원들이 나에게 조언했다) 하지만 이후에 내가 맡은 프로젝트들이 많아져서 그냥 더 나가고 더 다녔다.


코로나 이전

"유끼 월요일 오지? 그 날 오전에 미팅 하자"

(월요일 안 가는 날임)

"그래 그러지 뭐. 11시에 미팅 잡아줘"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유끼 월요일에 콜 하자"

(누구도 내가 월요일은 안 오는 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음)

"그래 아무 때나 시간 잡아~"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였다. 6시 퇴근이었지만 모두가 5시 반에 이미 사라지고, 데드라인이 코앞인 경우에만 6시에 퇴근했다. 나도 그 분위기에 전염되어 퇴근시간 플렉시블 하게 다녀버렸지 뭐야. 아무튼 이틀이 이렇게 지나갔다.



(>>4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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