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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끼 Apr 08. 2024

뉴욕에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졌다.

뉴욕 디자인 인턴쉽 2화

뉴욕의 한 아트스쿨의 디자인 석사 프로그램을 졸업하다.


봄바람 부는 5월, 나는 드디어 석사 졸업을 했다. 유학을 꽤 강경하게 반대한 부모님을 간곡하게 설득해서 겨우 온 디자인 석사 유학이었다. 유학 오기 전 아빠가 나에게 한 말이 선명하다.


"유학을 허락하지만, 졸업하고 반드시 일 경험을 쌓고 돌아와야 한다!"

놀랍게도, 나는 아빠의 뜻처럼 졸업하고 바로 내가 원하는 멋진 직장에서 일하지도 못했고, 2024년 현재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는 모범생이었다. 부모님의 지원아래에 내가 원하는 혹은 내가 원하는 줄 알았던 예술중, 예술고, 한국의 한 미대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내내 나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는지, 실제로 내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한 번쯤 이 정답의 길을 벗어나서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뉴욕 석사유학 길에 올라설 때는 뉴욕이라는 선진사회의 디자인교육을 통해 나의 커리어 목표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멋진 디자인 포트폴리어로 뉴욕을 제패할 줄 알았다. 다행히 2년간의 석사유학을 통해 내가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 나에게 꽤 재능이 있다는 것은 알아냈다.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 하지만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살아남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즐거웠던 석사 수업 중


내가 졸업 후 방황할 때, 어떤 동기는 이미 지난 방학에 인턴을 한 회사에서 리턴 오퍼를 받기도 하고, 어떤 동기는 졸업학년에 논문준비대신에 취업준비를 한 결과 빠른 취업이 가능했다. 내가 졸업 이후 패닉에 빠진 건, 석사 생활 내내 학교 도서관에 틀어박혀 온갖 디자인 책을 읽고, 교수님들과 즐거운(?) 논문 쓰기에만 몰입한 결과였다. 


사실 즐거웠다.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현대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수많은 담화들과 학교 특유의 학구적인 방향성(모든 학생을 디자인 철학자로 키우겠다는 신념)과, 그리고 나를 믿고 지지해 준 지도 교수님 덕분에 내가 "디자인이라는 업을 통해,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오로지 공부만 하고 살았던 시절


하지만, 이 꿈도 결국 일단 외국인 신분으로 취업을 하고 나서의 이야기였다. 빛나는 미국 미대 졸업장을 받고 보니, 방향성 없는 학생용 포트폴리오와 허울뿐인 석사 학위뿐이었다. 



 안녕하세요. 저 외국인이고 학생용 포트폴리오가 하나 있는데 취업될까요? 비자가 있냐고요? 아뇨. 여보세요? 여보세요?


학생용 포트폴리오란 무엇인가.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아카데믹한 작업물들의 집합이다. 특히 나처럼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결정을 못한 사람의 포트폴리오는 산만하기 그지없다. 나의 포트폴리오는 UIUX, 그래픽 디자인, 브랜딩 디자인 등 온갖 프로젝트로 구성된 방향성 없는 중구난방의 역사였다. 


300개가 넘는 곳에 지원했다. 인턴, 주니어 디자이너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50%는 UIUX 인턴을, 나머지 50%는 그래픽 비주얼 인턴으로 지원했다. 답장은 거의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던 내가, 사회에서는 무능력자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때쯤 저장되어 있던 인터넷 밈 하나. 당시 내 마음이었나 보다.

지원한 지 몇 주가 지나가, 겨우 몇 개의 작은 스타트업과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다. 다음은 나의 무수히 많은 실패인터뷰의 패턴들이다.


1. 기적적으로 1차 인터뷰 오퍼를 받는다. (2번으로)

2-1. 1차 인터뷰: 인사팀이 전화로 내가 외국인인지 확인하고 잠수 탄다. (END)

2-2. 1차 인터뷰: 인사팀이 다행히 학생비자도 받는다고 알려주고 간단한 호구조사를 한다. (3번으로)

3-1. 2차 인터뷰: 실무진과 인터뷰를 한다. 처참한 영어실력으로 인터뷰를 망친다. (END)

3-2. 2차 인터뷰: 실무진과 인터뷰를 한다.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달달외운 스크립트로 겨우 인터뷰에 통과한다.(4번으로)

4-1: 3차 인터뷰: 임원진이나 다른 부서 사람과 인터뷰한다. 이때 보통 behavior question, 즉 행동면접으르 보는데 반은 못 알아듣는다. 다른 후보군에 비교대조당하며 최종탈락한다. (END)

4-2: 3차 인터뷰: 터지는 심장으로 괜찮은 척, 전에 망한 인터뷰에서 말하지 못한 대답을 한다. (FINAL)


300개가 넘는 지원을 하고 난 그중 10번 정도의 인터뷰를 하고, 단 한 곳의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다음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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