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투고. 결국은 자비출판.
생각이 결과물로 완성되기 까지,
원고가 출판으로 이어지기까지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전편 참고)
일단 A4용지에다 대충 칸을 그리고 내용과 대략적 그림을 그렸다. 글은 내가 쓰겠는데 그림이 문제였다.
콘티정도는 짤 수 있지만..
나는 참고로 심각한 똥손이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를 알아봐야 하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럴경우 돈도 돈이고, 내가 원하는 느낌의 이미지가 그려질지 확신이 안섰다.
갑자기 제자 한명이 떠올랐다.
2011년~2012년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 내 수업을 듣던 아이였는데 내 과목(지구과학)을 좋아해서 내가 교원대 파견 근무를 떠난후에도 가끔 카톡으로 질문을 하던 아이였다.
그아이가 대학생이 되고 "낮잠"이라는 활동명으로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하는 것까지는 인스타로 봤는데, 그아이가 고양이를 키우는 피드도 봤는데
몇년전부터 SNS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아이가 딱인데...
나와 그아이의 공통점이 있기에
내 이야기에 그림을 잘그려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구과학을 좋아하는 사람- 자연을 사랑하는 감성이 있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소소하고 귀여운것을 좋아하는 감성이 있음)
아직 글을 모르는 우리 애들 같은 어린 아이들도 재밌게 보려면 그림도 중요했다. 글자 대신 그림을 빤히 볼테니.
어느날 밤 맥주를 홀짝이다 다짜고짜 카톡을 보냈다.
"소영아 어떻게 지내? 샘이 동화책 한번 만들고 싶은데 그림 좀 그려줄 수 있어?"
2023년 1월,
29살이 된 그 아이는 오랜 학업을 마치고
20대의 마지막을 하고싶은것만 하고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내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인스타는 자신의 삶에 해롭다고 느껴져서
앱을 지워버린 것이라고 했다.
"샘! 진짜 신기해요! 올해 버킷리스트가 동화책 만들기였어요! 근데 샘이 진짜 오랜만에 갑자기 연락와서 동화책 만들자고 해서 깜짝 놀랬어요!"
온 우주가 나를 돕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레발 대마왕인 나는 시작하자마자 잘될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왔다. 그렇게 우리는 정기적으로 만나서 작업을 이어갔다.
2023년 3월말,
절반만 완성된채 출판사 여기저기 투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첫째, 우리둘다 처음이다 보니 일단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둘째,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기획 출판을 한다면 출판사의 의도대로 책이 편집이 된다고 봐서.
다 완성한 후 수정하는 것 보다 중간에 방향을 미리 제시 해 주면 완성이 덜 번거로울 것 같았다.
그러나 계약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웹툰이 더 어울릴 것 같다거나,
그림책은 호흡이 짧아 전체를 다 보여줘야 된다거나,
고양이 소재는 이미 나온 책이 많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역시 사람은
쓴소리 좀 듣고
패대기 좀 쳐지고
벼랑끝에 몰려 위기를 느껴야
정신이 번쩍들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나 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내안의 숨겨진 1%라도 더 쥐어짜져 발휘되나보다.
퇴짜를 맞고나니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되고 어떻게 보완할지 가닥이 잡혔다.
2023년 4월, 5월
우린 칼을 갈았다.
그림도 훨씬 그림책스럽게 만들고
스토리라인도 훨씬 매끄럽게 계속 수정했다.
예전의 어설픈 느낌을 싹 지우고
서점에 파는 그림책보다도 더 잘만들고자 정성을 쏟았다.
(그림책>동화책 이라네요. 그림책이 더 포괄적인 카테고리랍니다!)
다행히 우린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
내가 아직 아날로그 인간인지 만나서 작업하는편이 소통이 잘되었다.
그렇게 몇달내내 노력한 결과물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원고는 컴퓨터안에 있는데 이걸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 유통할지. 우리에게는 세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독립출판, 기획출판, 자비출판.
독립출판 : 인쇄, 출판, 홍보, 유통 등 작가가 다 해야함
기획출판 : 원고를 투고한 후 계약을 하자고 하는 출판사가 출판 비용을 댐. 작가인세가 낮고 모든 일정이 출판사 일정에 따름.
자비출판 : 출판사를 끼고 출판을 하지만 작가의 자비부담금이 있음. 대신 작가인세가 높고 작가일정에 따름.
'꿈꾸는 책공장'이라는 카페에 가입하여 독립출판을 한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니 원고쓰기가 가장 쉬웠고 그 이후로 인쇄, 출판, 홍보, 판매 등등이 정말 힘들었다고들 했다.
독립 출판을 하려니 인쇄소 찾기 부터 막막했다. 집이 김해인데 부산경남권에는 추천할만한 곳이 잘 없고 최소 서울, 파주를 가야했다. 샘플북 하나 만드는데도 비용이 엄청났다.
독립출판을 한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내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멘땅에 헤딩같은 느낌.
여러 출판사에 다시 원고를 투고했다.
책을 쓰는 사람들의 글들을 읽어보니 출판사에 투고해서 채택되는 확률이 바늘구멍 같다고 했다. 나같은 사람이 세상천지에 널리고 널렸다고.
그래도 이번엔 절반이 아니라 완성형이니 왠지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두곳이나 계약하자고 러브콜을 받았다. (짝짝짝짝짝) 정말 기뻤다.
우리의 작품이 상품성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전문가가 보기에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기획출판도 안하기로 했다.
인세가 10프로인데 글작가4프로 그림작가 6프로로 너무 낮았다. 작가 수익의 20%를 유기 동물 보호를 위해 기부하려고 하는데 인세자체가 너무 낮으니 우리의 수고비도, 기부도 만족스럽지 않을 듯 했다.
그리고 우린 이 흐름이 끊기고 싶지 않은데 출판사의 출판 일정들이 이미있기 때문에 시일이 좀 걸린다고들 했다.
결국 우리는 자비출판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계약한 출판사는 300만원에 500권을 인쇄하고, 500권이 소진되어 재판인쇄에 들어가면 비용은 더 받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151권부터 정산에 들어가며 인세는 책 정가의 55%로 해준다고 했다.
인쇄, ISBN 도서번호 발급, 서점 유통등에서 막막했는데 이정도 도움을 받고 300만원 출판비용을 내는 것은 괜찮아 보였다.
특히 인터넷 및 서점 유통을 위해서는 ISBN번호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독립출판의 경우 내가 1인 출판사로 사업자등록을 내야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부담스러웠다. 출판사를 끼고 자비출판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해보였다.
이후로도 우리 작품의 상품성을 확인 받고자 몇군데 독립서점에 메일로 원고를 보여주었다. 책이 출판되면 입고할 생각이 있으시냐고 여쭈어 보았다.
그림이 귀엽고 내용도 좋다고, 입고 의향이 있다는 피드백들을 받으면서 우린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세상에 내놓아도 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출판비용 300만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였다.
to be continued......
(다음편은 텀블벅 진행과정, 굿즈제작 등에 대해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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