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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희 Oct 24. 2019

을의 연애 번외 편 3

헤어지긴 한 거니?

'최주환 님과는 2019년 7월에 완전히 끝납니다. 그전까지는 끊어내고 싶어도 잘 안 끊어질 겁니다.'만 오천 원을 입금하면 메일로 사주 내용을 보내주는 무속인의 답변 중 하나였다.



'전에 오래 만나던 남자 친구가 있는데요. 헤어졌는데도 이게 제대로 헤어진 느낌이 아니에요. 끊어진 듯 아닌 듯 자꾸만 이어져서 스트레스받아요. 언제쯤 제대로 끊어지나요?'라고 적어 메일을 보냈던 적이 있다. 주환이의 여자 친구에게 복희가 전화를 받았던 날은 2019년 6월 26일이었다. 전화를 끊은 복희는 그때 사주에서 말한 끝맺음이 이거였나 보다며 홀가분해했다. 하지만 복희의 친구들이 절대 최주환은 이렇게 끝날 애가 아니라며 어차피 또 연락이 올 거라고 했다. 하지만 복희의 대답은 달랐다.


"걔는 절대 이런 거 못 버티는 애야. 새로 만난 여자 친구가 나한테 전화를 한 거 알면 지금 엄청 창피해할 거야. 게다가 나한테는 여자 친구 없는 척까지 했었잖아. 쪽팔려서 절대 못해. 결국 끝맺음은 그 여자가 해 준거네."

"무슨 소리야. 최주환이 그런 걸로 창피해할 애라고 생각해? 절대 아니야. 걘 너 생각나면 또 바로 연락할 거야."


그동안 주환이 이야기를 익히 들어  많은 내용을 알고 있었던 친구들은 복희완 다르게 연락이 올 거라는 쪽에 손을 들었다. 복희와 그 여자와의 통화 이후 주환이는 복희의 말대로 정말 전화를 걸지 않았다. 7월부터 단 한통의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 무속인이 엄청 용하다며 신기하다는 소리를 친구들에게 종종 하곤 했다. 그 사람이 용한 건 겨우 3개월 만에 끝이 났다.  주환이가 10월에 복희에게 연락을 했으니까.

     

'띵'

오늘따라 자꾸 스팸 문자가 와서 짜증이 났던 복희는 문자 소리를 듣고는 귀찮다는 듯이 상단바를 내려 문자 수신함으로 들어갔다. 정말 익숙한 번호였다. 문자를 본 그녀는 기가 찬 다는 듯이 핸드폰을  까칠하게 내려놨다. 그러곤 무엇인가 생각난 듯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문자 기록을 한참이나 내리다가 주환의 여자 친구 번호를 찾아냈다. 그러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저번에 통화했던 사람인데요. 최주환 전 여자 친구요."

"아, 네. 안녕하세요."

"최주환이 저한테 또 연락이 와서요.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연락했어요."

복희의 말을 들은 그녀는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문자 내용을 물어봤다.


"오늘 만나자던데요. 어이없어서 연락했어요. 둘이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헤어졌어요."

"아, 헤어지셨구나. 죄송해요. 저는 둘이 사귀고 있는데 저한테 연락한 줄 알고 연락드렸던 건데."

"헤어진 지 조금 됐어요."

"아, 그럼 그때 저랑 통화하고 바로 헤어지신 거예요?"

"바로 헤어지진 않았고 더 만났는데 최주환이 그쪽 유튜브 보다가 걸려서 헤어졌어요."

"튜브요? 제거를요? 으휴... 보는지도 몰랐는데, 죄송해요 헤어진 줄 몰랐어요."

"괜찮아요."


전화를 끊은 복희는 헤어진 줄도 모르고 괜히 연락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또 문자 소리가 나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또 주환의 문자였다.


-엄한 데 전화 걸지 말고 오늘 만나자니까?


문자를 본 복희는 짜증이 확 치밀었다. 그 여자는 왜 또 최주환한테 이른 걸까  생각하는 순간 그 여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전화 걸어서 죄송한데요. 제가 최주환한테 연락해서 뭐라고 했어요. 헤어지자마자 전 여자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뭐 하는 거냐고. 그리고 왜 내가 이런 전화받아야 되냐고 기분 나쁘다고 했어요. 이제 최주환 연락 무시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저는 정말 헤어진 지 모르고 연락드렸어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는 최주환한테 더 화가 나요. 그리고요 최주환이 그쪽한테 연락한 거 저한테 걸릴 때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런 거 아니라고 사귈 때 당한 게 많아서 갚아주려고 한 거라고 했었어요. 그러니까 그냥 걔 전화받지도 마세요."

"갚아요? 뭐를요? 사귀면서 당하면 제가 당했지 걔가 당한 건 없는데. 정말 어이없다."

"그러게요. 그니까 연락받아주지 마세요."

"네, 알겠어요."


전화를 마친 복희는 주환이 보낸 문자를 한참이나 다봤다. 읽을수록 짜증이 났는지 그녀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 답을 안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그녀가 핸드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자마자 주환이가 보낸 문자 한 통이 또 도착했다.

-오늘 만나자니까?


답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1분도 되지 않은 그녀는 자판을 꾹꾹 눌러 답장을 쓰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몰라서 묻는 거 아니잖아

-나 진심으로 몰라서 묻는 거야. 우리가 만나야 될 이유라도 있어? 난 너랑 만나서 할 얘기도 없어

-난 할 얘기 많고 너도 많아지게 될 거야

-뭐 어떤 말을 하자는 건데

-너 나한테 이렇게 해놓고 아무런 각오도 안 한 거였어?

-내가 너한테 뭘 했는데 각오를 해야 되는데?

-이따 보자고 그니까 만나서 얘기해

-이딴 식으로 문자 하는데 내가 널 왜 만나? 나 협박하니 지금?

-네가 우리 사이 망친 이야기해야 돼. 이따 만나

-야 너네 둘 사이는 알아서 해결해. 전 여자 친구인 나한테 이러지 말고. 되게 불쾌하거든

-우리가 사귄 기간이 있는데 네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

-너네 둘 사이 망가진 건 너네 둘이 알아서 할 일이야. 나한테 이러지 마

-아니 어차피 걔랑은 다 끝났어. 너 남자 친구 있지?

-설마 너 남자 친구 있으면 내 남자 친구 가지고 협박하려고 한 거였어? 어쩌냐 남자 친구 없는데

-넌 지금이 다라고 생각해?

-넌 내가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든지 간에 계속 훼방 놓겠다는 뜻이야? 안 되겠네. 나 그냥 너네 어머니한테 연락할게 네가 나 협박한다고 이딴 우스운 협박하지 말고 좀 꺼져라

-협박? 만나서 얘기하자. 그냥 차분하게 얘기하고 갈 거야 걱정하지 마

-나는 너랑 할 얘기 없어. 우리 오래전에 끝났어. 이러지 마 짜증 나니까


주환은 협박이 통하지 않자 저자세로 제발 만나 달라며 문자를 계속해서 보냈지만 그녀는 계속 이러면 차단하겠다고 답했다.


-그럼 그냥 들어만 줘

-아니 싫어. 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

-제발 만나서 얘기하자. 얼굴 보고

-싫다니까? 그만 좀 해


결국 주환은 복희에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만날 때 네가 나한테 매일 하던 말 있잖아. 공감 안 해준다고. 내가 너 편 안 들어준다고. 그랬던 거 정말 미안해. 내가 너랑 헤어지고 만났던 애가 나한테 그랬어.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내 편을 안 들더라. 그때 너 생각 많이 났어. 진짜 미안해. 우리 사이 망쳤다고 한 거는 네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길래 괜히 한 소리야.

-야 과거 얘기하지 마. 어차피 지나간 과거고 난 괜찮아. 사과할 필요 없어. 이제 할 말 다 한 거 지?

-아니 잠깐만. 그리고 우리 싸우면 내가 너 그냥 길에다가 두고 간 거 미안해. 내가 새로 만난 애랑 싸우면 걔가 그냥 날 두고 갔거든. 그때도 너 생각 많이 났어. 그러면서 너 기분이 어땠을지 느꼈어

-괜찮아. 그리고 주환아 이런 말은 우리가 사귈 때 해야 되는 거야 이제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래도 자꾸 생각이 나서 미치겠어. 여자 친구랑 데이트할 때마다 네가 생각이 나고 나 너무 힘들었어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할 말 끝났지?

-아니 복희야, 너 나 다시 만날 생각 없어? 난 절대 아니야?

-응 절대 아니야. 나 너한테 절대 돌아가지 않아. 나는 너랑 만날 때 네가 하도 나한테 정신병자라고 하고 욕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거든.  근데 너랑 헤어지고 연애해봤는데 연애가 그렇게까지 순탄한 건지 몰랐어. 너 만날 때처럼 치고받고 싸우지도 않고 항상 안정적이었어. 그러니까 너도 이제 나 잊고 연애 잘해

-그랬구나. 나는 만날수록 너 생각만 나던데. 나 너랑 잘해보고 싶어. 내가 정말 잘할게 우리 다시 만나자

-하.. 너 설마 처음부터 목적이 이거였냐?

-응 맞아. 나 너랑 잘해보고 싶어

-야 진짜 욕 나온다

-새로 만난 애가 툭하면 너 얘기를 하는 거야. 난 너를 잊고 싶은데 자꾸 그 여자애가 너 이름을 꺼내니까 미치겠어.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 나도 널 잊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 걔가 너 인스타그램이랑 유튜브랑 다 찾아내서 자꾸만 나한테 뭐라고 했어

-아 진짜 너 여자 친구도 소름 끼친다. 그게 내 탓이야? 너 알아서 해

-복희야, 제발. 내가 잘할게 다른 남자 만나지 마

-싫어, 그리고 너 몇 달 전에도 나보고 헤어졌다더니 여자 친구 있는 상태로 매달리니까 좋았어? 둘 중에 한 명은 보험이니? 짜증 나게 하지 마. 너 이래 놓고 내가 안 받아주면 그 여자 다시 만날 거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아

-아냐, 나 걔랑 정말 끝났어. 절대 걔랑 다시 안 만날 거야

-안 만난다는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넌 하루도 못가. 어차피 넌 걔랑 다시 사귈 거야

-아니라니까 정말이야. 나 너랑 잘해보고 싶어


복희는 두 사람의 사랑싸움에 이용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둘은 또 만날 거니까. 그녀의 예상대로 그 둘은 바로 그다음 날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 사실을 안 복희는 분개했다.

-야 최주환. 나 너 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너랑 내 끝은 이렇게 더러운 게 맞아. 너랑 나는 어차피 좋게 못 끝내. 이 개새끼야. 다시는 연락하지 마 다시는 너네 둘 사랑싸움에 날 이용하지 마

-이 여자애가 내가 그렇게 좋다는데 어떻게 해

-둘 사귀든 말든 내 알바 아닌데 두 번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 짜증 나니까. 진짜 마음 같아선 나 너 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진짜 너랑 만난 모든 시간이 다 아깝다

-미안해 다시는 연락 안 할게


복희는 또 혼자서만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환이가 나쁜 사람이라는 걸 알려줘도 못 헤어지는 그녀가 복희의 과거 같았고, 헤어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먼저 연락해서 궁금한 건 다 물어보고 끊었는지 짜증이 났고, 둘이 사귀면서 왜 자꾸 복희 이름을 꺼내는지 이해가 안 갔으며, 복희의  SNS를 염탐하는 그녀가 애잔하면서도 싫었고, 심지어는 복희가 새로 만나는 남자 친구의 애칭까지 알고 있는 그녀가 너무너무 름이 끼쳤다. 최주환과 그녀가 또 복희 때문에 싸우면서 불행하기를 바랐다가, 둘이 복희에게서 벗어나 완전히 행복하기를 바랐다가, 나중엔 자신이 뭘 바라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더 이상 주환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분명 헤어졌는데도 그녀에겐 이별 같지 않은 아주 더러운 이별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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