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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주 Jun 08. 2023

회사에서 ‘되고 싶은 나’가 되기로 다짐했습니다.

마음가짐의 중요성


IT업계에 비전공자로 입사한 1년간의 이야기 - 9


얼마 전 나에게 그룹 전체 회식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왔다. MC를 구해야 하는데 맡아줄 사람이 없다며 ‘옆방에서 몇 명이 널 추천하더라. 혹시 할 생각 없냐. 어떻게 안 되겠냐.’며 옆팀 담당님이 나를 설득하셨는데, (나만 느낀) 축 처진 담당님의 눈가가 덥석 해보겠다는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물귀신으로 따라 MC를 하게 된 선임님은 ‘선임님이 그냥 해본 말에 넘어간 거 아니냐. 아 그거 아닌 것 같은데. 떠본 건데 홀랑 넘어갔는데 지금.’이라고 말을 얹었지만.


뭐 누군가 회사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데. 나에게 거절이란 없다. 나는 내가 쓰임이 된다면 흔쾌히 나를 믿고 택해준 만큼 잘 해내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웃긴 말을 좀 해보자면 나는 원래 사람들에게 나서는 타입이 아니다. 얼마나 발표랑 거리가 먼 사람이냐면 고등학교 시절 직접 쓴 수필을 나가서 읽다가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고, 발표를 할 땐 너무 긴장을 해 머릿속으로 수십 번씩 그 상황을 그려본다. 막상 그렇게 연습을 해도 실제 상황에선 너무 떨려서 지나고 나면 말하던 순간이 기억에서 잊힌다.


그런 내가 일단 MC를 하겠다고 덥석 받았다니. 첫날은 나를 필요로 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서 즐거운 추억을 쌓을 생각으로만 가득해 신났다. 막상 스크립트를 짜고 실제로 스피치를 연습해 보니 앞에 나서는 게 덜컥 실감이 났다.


왜냐하면 내가 스크립트를 보고 읽는 것도 어색하고 두려워했기 때문에… 연습을 하면 할수록 동공자진이 왔다. 걱정 반 두려움 반으로 가득 찬 나는 집에 가면 써내려 온 스크립트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씩 돌리고 나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대망의 회식 당일 날, 이틀간 업무를 뒤로하고 회식 MC를 준비하던 나는 너무나 떨렸다.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아 저 잘할 수 있어요~ 왜 그러세요~’하면서 약한 모습 보이지 않아야지 해도 목소리부터가 불안정했다.


잠시 인사를 하고 식사를 한 뒤 게임을 진행하는 순이였는데, 인사를 할 때 목소리가 너무 떨려서 자리에 돌아와서 소주를 몇 잔 마셨다. ’아 이 텐션은 안된다 ‘라며 온 정신이 비상등을 켰다.


소주와 함께 흥겨운 그날의 기억은, 시간이 없는 나머지 준비해 온 대사를 모두 못하고 직책자분이 남은 게임을 진행해 주셨다. 나는 비빔냉면 한 입 먹지 못했지만 대략 90명 되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웃고 즐거워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무사히 MC를 마친 내게 남은 것은 그룹장님이 내게 지갑에서 꺼내주신 3만 원과 공개적인 칭찬, 직책자분들과 함께한 그날의 짧은 뒤풀이. 같이 MC를 한 동료의 ‘멋있다‘는 한마디와 몇몇 사람의 카톡이다.


그리고 ‘정말 하면 되잖아? 원하는 내가 될 수 있잖아?‘라며 술김에 작성해 내린 흥분 어린 그날의 일기장. 인생에서 새로운 일을 맞닥뜨릴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무심코 내린 작은 결정이 넝쿨째 내게 반짝이는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어느 날 토끼띠로 태어난 99년생 나는  ‘보안인 인터뷰’라는 기회를 얻게 되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아이로 인식돼 ’어쩌다 회사원‘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회식 ’MC’를 맡게 된 나는 우리 팀에서 일 년 중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되는 큰 행사에 ‘MC’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하겠습니다.’, ‘해보겠습니다.’며 기꺼이 나에게 온 경험을 받아들인다. 작은 도전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내게 큰 기쁨이 되던 걸 몇 번이나 봐왔기 때문에. 나는 나를 믿고 무언가를 맡겨주는  회사에 기뻐하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내게 되기 위한 용기를 낸다.


새로운 걸 주저하지 않는 내가 자랑스럽다. 이렇게라도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 하는 내가 사랑스럽다. 꾸준히 노력하고 다채로운 매일을 채워나가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곧 있을 행사 MC가 날 또 어떤 인연과 헤프닝으로 이끄게 될진 모르지만, 여전히 잘해낼 내가 기대된다. 가끔 뉴스에도 나오는 담당님처럼 멋있는 팀원으로 성장하고 싶다. 주체적인 삶을 살며 어디서든 반짝 반짝 빛나는 내가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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