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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주 Jun 29. 2023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과정

포기하는 걸 겁내지 말자


IT업계에 비전공자로 입사한 1년간의 이야기 - 11


나중에 이 글을 볼 나에게 남기는 글.

‘타인이 강요한 일상의 반복. 내 의지를 져버리고 해야하는 의무들은 삶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게 커지면 나를 잃게된다.‘


한국도 만 나이 시행이 시작되었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만 23살이 된 것이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지만 여전히 내가 많이 어리게만 느껴진다 그동안 나는 무얼 보고 무엇을 배우고 알아가며 커왔을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나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감정의 소용돌이, 상황에 푹 빠져보니 나는 열정이 가득하고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이더라. 아직 나는 나를 불태우고 낭만을 품고 살고 있다. 낭만, 인생에 정말 중요한 단어이다. 사람들을 살아가게 하는 건 낭만이 아닐까? 세상에 낭만이 존재하지 않으면 남녀가 결혼을 하는 일도 없고 행복을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낭만을 뜨겁게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여전히 누군가와 결혼이 하고 싶고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나아간다.


예전에는 전문적이고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직군에 일생을 바치는 사람이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삶의 하루하루 행복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더 대단하고 멋있어 보인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퇴사를 생각할 수 있었나 보다. 나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바뀌었고 과감히 달려 나갔다.


이런 신념은 직업뿐만 아니라 연애나 삶에서 깊게 녹아있다. 나는 연애를 할 때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알고 만나보며 나에게 더 맞는 사람을 찾고, 많은 경험이 있기에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확신을 가지는 사람이다. 그와 같이 삶에서도 내가 열 가지의 삶의 기회가 있을 때 그 열 가지를 가능성을 모두 누릴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다양하고 넓은 고민을 통해 내가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그래서 나는 지나온 삶에서 단 하나의 후회도 두지 않는다. 나는 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고 그렇기에 내가 밟아온 길은 언제나 내 최선이다. 그건 나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고, 남들과 다른 나의 강점이다. 나는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쫓는다. 어디서든 나는 행복하겠지만 어디서 어떻게 행복할지 결정하는 일도 행복의 질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는 이 업계를 그만두고 다시 돌아올지언정 일, 이 년간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인생의 확신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본인이 선택하고 본인이 책임지는 삶이 아닌가. 나는 6개월간의 공부 이후 보안 업계에 덜컥 들어오면서 이 업계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하고 배우는 일에 대해 깨우치는 기쁨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오고 나서는 너무 방대하고 깊은 업계의 폭에 나를 점점 잃어갔던 것 같다. 공부를 하면서 손에 있는 행복과 취미를 점점 포기하고 내려놓게 되는 과정이 나를 잃어가고 강박관념을 가지게 했다.


업계에서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나는 '나는 휴가 7일을 주면 6일은 공부할 거야'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이 일을 즐긴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느 순간 아닌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세상에 사랑하는 것들이 많고 그걸 모두 품고 살아가는 것을 가장 행복하게 여긴다. 내게 공부는 다른 걸 내려놓을 만큼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걸 내려놓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나를 불행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공부가 다른 것들보다 특별히 내게 재밌지 않구나. 내가 생각보다 이걸 아끼지 않는구나.


단지 나는 내가 나아가야 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몰아간 것이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당시에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네가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뭐든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내 삶의 방식에 따라 내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내 주변엔 아직 가슴 뛰는 일이 많다. 사촌 언니는 매년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정말 대단한 여성인데, 같이 있던 3주간 내게 좋은 영향이 되었다. 한 달간 이모네와 다시 가까워졌고 소중한 추억들은 나를 다시 미국으로 이끌게 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보고 느끼며 자유로운 마음을 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취미들을 누리며 새로운 취미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퇴사를 다짐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 '끈기가 너무 없는 것 아니냐'며 타박을 들었지만 그 말을 들은 내 소중한 친구는 내가 끈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동안 생긴 취미들을 다 붙들고 사랑하고 있지 않냐'며.


맞는 말이다. 보안 업계도 가볍게, 어쩌면 하나의 취미의 일종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취미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사랑하는 분야 중 하나가 되겠지. 나는 별을 보는 걸 좋아해서 '천문학자들은 별을 보지 않는다.(심채경)'를 읽으며 천문학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한강을 좋아해서 퇴근하고 일부로 한강을 지나는 버스를 돌아 타곤 한다. 밴드 음악에 빠진 이후로는 드럼 소리가 잘 들리는 노래를 찾아 한동안 내 삶을 가슴 뛰게 하고, 시간이 나면 드럼을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중학교 때 한 댄스 동아리는 여전히 내게 릴스를 찍고, 프로젝트를 하며 춤을 추게 하고 폴댄스 또한 언제든지 즐긴다.


이외에도 나는 세상에 사랑하는 것들이 많고 이 모든 건 나를 더 생생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게 도와준다. 하나씩 겪어가며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도 역시 재미일 테다. 어떻게 보면 한없이 어리고 누구보다 뜨거운 생이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일은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었고 이미 그건 이뤘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는' 일은 아직 내게 숙제로 남아있다. 나를 아끼고 행복하게 하는 건 내가 평생 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사람을, 세상을 뜨겁게 사랑하는 일은 평생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년 넘게 사랑한 이 업계를 뒤로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위해서. 취미로 하던 모델 일을 하게 될지도, 한편에 계속 생각해 왔던 외항사 취직을 꿈꿀 수도, 다시 이 업계로 돌아올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의 삶에서 새로운 동경과 꿈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여전히 내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이 때를 돌아볼 나를 위해 체계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글을 첨부한다.




0. 퇴직 계획

더 멀리까지 걷게 되기를


1. 날짜   

복귀 후 당일, 무조건 고민 길게 하지 않고 한 큐에 말씀드리기. 길게 고민 → 스트레스

연봉 협상을 하거나 잡아도 “제가 확고하게 생각을 한 거라 잡아주실 줄 몰라서 하루만 더 고민해 보겠다.”라고 이야기하고 고민해 보기.


2. 퇴직 사유   

2-1

지금의 내가 행복하지 않음. 워라밸이 있는 삶을 추구함 ↔ 내 성향과 괴리감(흥미, 재미, 삶, 사람들, 성취감 등등) 다른 것과 공부를 저울질하는 게 힘듦

 그동안 정신 승리해 온 것 같음. 가스라이팅을 1년 넘게 받아와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고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함.

 이 업계가 부족한 나를 받아줬다는 생각이 감사했고(>>이게 가스라이팅) 공부가 필수적이라 공부를 좋아한다고 스스로 세뇌를 계속 해온 것 같음. 생각의 전환이 필요.

 업계를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나에게 좋은지 모르겠음.

공부를 흥미로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음. > 부담감/압박감    

2-2

이 회사가 대단한 회산가? X , 언제든 실력만 베이스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봄. 업계 다른 사람을 소개받거나 멘토님께 SOS 가능. 다시 돌아와도 돼.

2-3

내가 쉼이 필요한 타이밍. 정신은 한번 망가지면 답 없음. 퇴사를 응원하는 주변인이 있음. 객관적으로 내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직업들이 세상에 많음.    

지금이 아니면 못 쉼. (조언) 나는 해외 마인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함. 미국 다녀온 22살에 정말 자유로운 마인드 었던 내 모습이 생각남. → 그때의 내 마인드가 가장 건강했음.


3. 퇴직 계획(1년 휴식기)   

(조언) 일단 스스로 가스라이팅 그만두고 푹 쉬면서 내가 사랑하는 게 뭔지 고민하기. 그만두는 것도 용기이자 도전.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임.

주변에 잘할 것 같은 일 3개씩 받기(친한 친구들 모두에게 받기)

해외여행: 최대한 빠르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미국(최대 3개월), 내년 3월 픽스된 하와이

어학연수: 어학원 등록,  아일랜드 및 타 국가 알아보기 or 미국에서 유학할 수 있는 방안 고민

> 외국에 나가는 건 무서워도 내가 20살부터 꿈꾸던 일임을 항상 상기할 것. 혹은 장기 여행 등으로 대체


드럼 / 춤 학원. 한강, 자전거 등 취미 누리기

(조언) 새로운 취미를 해보는 건? 스노클링 등. 취미가 너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


- 건강 유지


4. 이후의 진로   

어학연수 및 회화 공부 이후 외항사 준비 (어학연수, 미국 및 하와이, 국내 들어와서 면접준비)    

본격적인 모델 활동, 모델 포폴 준비(작성)

등등 일단 쉬기

(조언) 명주가 끈기가 있다고 생각해. 그동안 생긴 취미들을 다 붙들고 사랑함. 프리랜서가 제격이 아닐까.


6. 퇴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지금 우리 팀만큼 공부하기 좋은 회사는 없음 > 컨설팅이나 담당자로 갈 거면 큰 도움 안됨

사람들이 나와 정말 긴밀하고 끈끈함 > 내 행복이 우선, 내가 이곳에 없어도 여전히 내가 사랑할 사람들임.


7. 일단 쉬기(결론)

(조언) 내가 그동안 가스라이팅 해온 것 같음.

- 보안 업계가 진짜 좋은 거면 쉬는 동안 기본 지식 채우기

- 심신이 미약할 때 결정을 하면 성급함에 나중에 후회를 할 수 있음. 뭔가 할 생각을 버리고 마음의 여유와 자신감, 자기 객관화가 될 때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함.

-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조언을 XX, 내가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편이라 조언을 조언으로 들을 수 있을 때 듣기. 줏대가 없어질 수도 있다.

(조언) 삶을 떨어져서 멀리 볼 줄 알아야 함.

- 여행도 추천하고 그동안 못했던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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