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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주 Jul 11. 2023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기

퇴사 후 여행 갑니다


퇴사를 위해 엄마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면서 설득의 과정을 거쳤다.

브런치에 작성한 일기들을 보여드리기도 하고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고 싶은지 조심스럽지만 계속해서 이야기를 건냈다.

처음엔 황당해하셨지만 주변에 이모들이 많이 도와주고 나와도 자주 부딪히며 내 의사를 존중해 주기로 하셨다. 그러면서 이후엔 '너는 불나방이다. 전부터 그랬다.' 라며, 이모가 '1년 3개월 그 멀리를 오래 버틴다 했다. 이번에 오래 하나 했다~'라고 한마디 거들었다며 어느 순간 완전한 납득을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왠지 모를 안심을 했다. 여전히 나는 나답게 살고 있구나.


최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카일라 팡)'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인생은 모순과 불가측성, 무작위성을 헤쳐나가기 때문에 비지도 학습 알고리즘처럼 사고해야 한다고. 'k-평균 군집 분석'과 같이 데이터를 나열해 군집으로 분류하면 데이터 포인트 사이의 연관성을 볼 수 있다고. 이런 방식의 의사 결정이 틀에 박혀(경험에 기반해) 사고하는 방식보다 현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내가 새로이 직업군을 탐색하면서 택한 방식과 어느 정도 유사함이 있다. 요즘하고 있는 작업은 선호하는, 혹은 흥미가 있는 직업군들을 적고 그 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이 과정으로 내가 직업적으로 어떤 걸 얻고 싶은지도 어느 정도 엿보게 된다.


최근에 나는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한정현)' 소설을 보며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몸 담고 있는 보안 직군에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흥미도 생겼다. 특히 얼마 전에 본 엘리멘탈에서 사람들과 내가 우는 포인트가 많이 달랐는데, 나는 영화가 시작하고 주인공 '앰버'가 도시에 나가는 장면부터 '나도 이렇게 세상에 따듯함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따듯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 내내 눈물을 쏟았다.


직업윤리에 대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고 나선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예술 창작도, IT도, 과학도, 사회학도, 통계학마저도 간접/직접적으로 사회에 기여한다. 모든 분야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무엇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업계에 들어와서 '내가 정보 사회를 안전하게 하고 있다.'는 남들과 조금은 다른 신념으로 일을 하곤 했는데 조금 지나고 나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보안업계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더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하나씩 직업을 나열했다. 흥미가 있었던 흥미를 가지는 직업들이다.

IT 업계 - 소속감, 재미, 신념, 영감

      - 프런트엔드 개발: 뜻이 맞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 어느 정도 신념을 갖고 일할 수 있지 않을까? 대신 워라밸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결과물이 바로 드러나는 게 아주 흥미롭다.

      - 웹 디자인: 처음 IT 업계에 관심을 가진 게 인터렉티브 코딩을 보고 나서인데, 프런트엔드+웹 디자인을 함께 배우면서 더 흥미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될 것 같다. 대신 이건 사회적 신념보단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창의적인 쪽으로 일을 할 순 없을까? 감각적인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 보안: 후배 양성 쪽으로 강의/프리 방향으로 틀어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사회 활동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게 나에겐 아직 우선순위가 높다.

     - 모델/배우: 지지와 사랑을 받는 일이며 영감을 주고받는 일이다. 소속감도 꽤나 가지고 일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권유받은 일이라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볼 예정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연기 학원에 등록하는 일.

     - 글을 쓰는 직업: 주변에 웹소설 작가나, 본업 작사가이신 분들이 있는데 조언을 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작가 자체로는 너무 고통이 심해서 글을 쓰는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일이 있지 않을까?

    - 운동/운동 강사: 폴댄스는 약해진 허리로 강사 일을 마저 준비할 순 없겠지만 다른 쪽으로 운동 강사를 하는 것도 권유받고 있다. 적성에 잘 맞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외에도 많은 직업들에 이렇게 꼬리를 타고 나가다 보니 아는 게 많아야 결정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 업계 쪽으로 내가 자꾸 고려를 하는 이유도 이미 해봤으니까 다른 분야로 전환하는 게 어떤 과정으로 가능한지, 어떤 점이 내게 맞는지 알고 있어서 생각이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뻗는다. 이외에도 배우라는 직업과 운동 강사 일도 주변에 제일 친한 이들이 실제로 하고 있고 가볍게 매번 권유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확실히 사람이 자신의 주변에서만 인사이트를 얻어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은 중요하고 우리가 외부 자극을 받으며 새로운 사고를 해야 하는 까닭일 테다. 스무 살 이후로 법무사, 변리사, 의사, 트랩 기차 연구원, 개발자, 지구 과학 교사 등 주변에서 하나둘씩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해당 직업의 매력이 뭔지 어떻게 준비를 하게 되었는지 들을 기회가 많았다.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IT 업계도 주변인으로 인해 흥미가 생겨 '멋있다.'라고 생각해 쉽게 접근한 것들 중 하나였다. 요즘 유명한 베스트셀러 '역행자'에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100권 읽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습득하고 영감을 얻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는데, 이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말일테다. 성공과 행복의 길을 엿보고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우리를 새로이 사고하게 한다. 또, 어떤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건 그 자체로도 이미 어느 정도의 흥미와 애정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최대한 많은 시도와 도전, 사람과 사랑, 다양한 곳에서 살아가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더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찾고 나에 대해 알아간 다음, 최대한 많은 직군을 알아가야겠구나. 아는 게 많아야 보이는 것도 많을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매일 혼자 고민할 것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와 직접 부딪혀야 한다. 미국에 3개월 일정을 잡고 나서 서서히 생각이 굳어져 내가 여행을 다니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하긴 했지만, 영감을 풍부하게 흡수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또 새로운 자극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싱숭생숭해하는 나에게 주변인들이 '막상 그래놓고 제일 잘 놀러 다닐 거 알아.'라며 나보다 나를 잘 아는 확신 어린 말을 해 나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언제나 나를 잡아주는 사람들.


다이어리 한편에 적어놓은 리스트가 있다.

[미국에서 얻어오고 싶은 것]

- 직접 겪고 부딪혀보며 자아에 대한 탐구하기

- 강박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는 법을 연습하기

- 책임감을 갖지 않고 온전히 스스로를 생각하기

- 새로운 영감을 새로운 곳에서 얻어오기


거창한 삶을 바라진 않지만, 소망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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